우리 부부는, 센 프란시스코 큰 딸집에 여행가 있었다. 남편의 생일인 토요일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났다. 사돈내외분과 점심 약속이 있고. 점심 후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 한다 해서. 나는 딸보고 “점심만 하고 돌아오자고” 약속했다. 딸은 불란서 여행으로부터 돌아와 쉬지 않고 매일 같이 퇴근해 오면 곧 바로 우리 태우고 구경시키느라 돌아다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오늘도 집에서 쉬자고 애원하다시피 했건만 “주말에는 시어른 찾아뵈어야 한다기에” 출발하여 산타클라라의(Santa Clara)사돈댁에 갔다. 오랜만에 반갑게 만나 밀린 사연도 나누고 즐겁게 식사도 끝났다. 두 내외분은 건강이 양호한 편은 안이시라 염려했는데 생각보다는 밝은 모습을 뵈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바른쪽은 해변의 절경을 감상하며 왼편 우거진 숲을 지나는데 큰 나무 사이에 한 채씩 산재해 있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집들이 평화롭게 앉아있었다. 크고 작은 꽃들이 집하나 가득한데 소복이 꽃을 담은 화분은 낮은 담 위에서 색색으로 꽃을 피우며 길손을 유혹한다. 길 저 편에 드넓은 진녹색 초원은 그 유명한 퍼블 비치 골프장이었다. “웬일인가 골프장에 저 많은 말들은? 사람보다 말(馬)이 더 많으니 정말 생소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크고 작은 사슴 16마리가 필드를 덮고 서성거리며 아주 여유롭게 놀고 있었다.
그 숫자가 한 팀의 골퍼보다 4배나 되니 정말 장관이었다. 골퍼들의 애타는 마음 아랑곳없이 지극히 평화롭게 서성거리는 모습이었다. 지나던 여행객들 다 차를 세우고 내려와 사슴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탄성을 토했다.
날아가는 새도 잡을 듯 볼을 날리던 골퍼들은 사슴 떼가 이동해주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답답한 속내 감출 길 없어 작은 공하나 부서져라 불끈 쥐고 하늘만 쳐다보며 망부석으로 굳어 있었다. 우리가 골프하는 밴쿠버에도 가까이 숲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사슴 4. 5 마리정도는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무리는 처음 보았다. 골프장에 나타난 짐승들, 그들이 이동하길 기다릴 뿐 다른 대책이 없었다. 세상모르는 그들은 한 홀을 전세라도 낸 듯 사방을 오락가락 너무도 천연덕스럽고 당당하였다.
감기 기운이 있는 딸은 열이 높아서 내가 운전대를 잡고 급히 달렸다 시장기는 있는데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마음이 조급하였다. 우리는 퍼블비치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을 찾아가는 길인데 식사 후 다시 이 길로 돌아와야 한다. 은빛 물결은 싱그럽게 칠랑 이는데 눈앞에 다가온 작은 바위섬은 물개와 새들이 요란한 괴성으로 노래하고 춤도 추며 법석이었다. 변화무상한 해변은 파도에 부딪치며 명화를 보는 듯 신비로운 풍광이었다. 해변 물속에 빠끔히 내다보는 바위들은 잔잔한 파도 속에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풀쩍 뛰는 파도는 은회색 물안개를 허공에 뿌려대었다. 푸르고 맑은 물, 새하얀 모래밭, 너무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는 마음 은 정말 더할 수 없이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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