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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는 일등 시어머니

임인재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7-24 10:44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시어머니 자랑 그만해” 우리 며느리가 허물없이 지내는 성도들에게서 듣는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천사예요” 우리 며느리가 그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빙긋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그렇지 그 고마움을 우리 착한 며느리가 모를 리가 있나?”
 
 세상에 효성스러운 며느리와 현모양처는 많습니다. 그러나 자애로운 시어머니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자애로운 시어머니 선발대회가 있기라도 한다면 나는 감히 내 아내를 추천하겠습니다. 그녀는 금년 2월에 결혼 60주년을 지낸 이남 일녀의 어머니, 일곱 손자녀의 할머니 그리고 세 명의 증손을 둔 81세의 김 길 엽 씨입니다. 우리 내외는 60년간의 결혼생활을 평범하게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내 아내는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완고한 집안에 시집와 꽤 호된 시집살이를 하였습니다.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내 아내는 아닙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 아내가 며느리와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부부는 1989년 캐나다로 이민을 오면서 출가한 자녀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7년 전 작은아들 가족이 우리가 살고 있는 써리(Surrey)지역으로 이사를 오면서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아내와 며느리 사이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지낸 지난 7년 동안 나는 한 번도 아내가 며느리에게 불편한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생활 정보나 살림용품 또는 옷가지라도 생기면 나누어 줄 뿐 며느리가 하는 일에 대해 간섭하거나 나무라지 않습니다. 불쑥불쑥 찾아가지도 않습니다.  손자손녀들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이것은 내 생각이기도 합니다. 너무 방임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식의 훈육은 부모가 하는 것이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나는 믿기 때문입니다.
 
 아들 내외는 일주일에 한번 씩 우리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함께합니다. 아내는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합니다. 며느리와 함께 저녁을 차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돌아갈 때는 무언가 들려 보내지 빈손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아내는 장 볼 때 며느리에게 줄 것도 미리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육점에 갈 때나 코스트코(COSTCO)에서 식료품을 살 때 특히 그렇습니다.
 
 애들이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는 “가끔 애들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알아서 이렇게 하니 고맙기만 합니다. 며느리도 종종 음식을 성심껏 준비해옵니다.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아내는 넉넉지 않은 생활비를 절약하여 가끔씩 손자손녀에게 용돈도 줍니다. 사랑스러운 손자소녀들의 따뜻한 포옹은 우리 부부에게 활력을 줍니다.
 
 아내는 이뿐이 아닙니다.  아내는 말을 절제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말만 합니다. 남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곱지 않은 말은 결코 옮기지 않습니다. 때때로 남이 할 수 없는 특별한 음식으로 봉사하며 감동을 줍니다. 항상 우아한 모습으로 호감을 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줍니다. 내가 아내를 귀히 여기는 이유 중의 큰 부분은 자식들에게 잘 하는 것인데 그 중에도 며느리에게 잘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아내로 인해 행복합니다.
 
 내 아내와 나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막역한 친구로 지내기로 약속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그곳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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