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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05-29 09:2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이른 아침의 한강은 적도다. 잔잔한 강의 표면은 마치 유리판을 깔아 놓은 듯하고 흔한 철새들도, 시끌벅적한 나들이 인파조차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막 떠오른 햇빛을 받은 강은 어딘지 쓸쓸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어디서나 상대성이론은 늘 작용한다. 압구정역에서 옥수역을 잇는 전철의 철로가 그렇게 짧게 느껴질 수가 없다.
정해진 짧은 시간은 늘 우리를 들뜨게도 하고 아쉬움으로 몸부림치게도 한다. 그 짧은 구간의 시간에 내다본 강의 풍경은 그렇게 고즈넉하고 주위를 맴돌 듯 움직이는 자동차의 행렬은 바삐 움직이지만 평화로운 느낌이다. 이런 아침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모습에 출근의 고마움을 느끼게도 한다. 만약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아마도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갔든가 아니면 인터넷을 뒤지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느 젊었던 시절에 직장에 다니던 나는 늘 일요일 밤만 되면 잠자리에서 아, 내일이 일요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워하곤 했었다. 그런 시절이 끝이 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헤맸던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 중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내 인생 앞에 선 나는 자유로움과 넘치는 여유로 얼마간 오히려 힘이 들기 까지 했었다. 이제 이것도 저것도 다 누려본 시간들을 쌓아두고 이렇게 출근을 하면서 이런 새로운 느낌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고맙고 감사하다. 너무 여유 있고 넘치는 시간에 차여 어떤 것이 즐거움인지 어떤 것이 아쉬움인지도 모르고 지냈던 얼마간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미안하고 그래서 또 이렇게 다가온 시간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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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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