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소곤소곤 내 소리 들리나요?
나 항상 그대로 있어요
큰 나무 아래 지킴이에요
강아지들 벌판에 뛰놀고
아이들 달리기 시합하고
어른들 걷는 연습하고
난 빈 의자에요
봄에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 내어주고
민들레 꽃씨도 살포시 날아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저만치 날아가지요
여름엔 뜨거움을 소나기에 적시며
빗물로 내 눈물 씻어요
가을엔 먼 여행길
잠시 쉬어가는 낙엽에
빈자리 내어주지요
겨울엔 함박눈이 내려요
솜이불을 만들어 날 덮어 주네요
난 빈 의자예요
누구나 와서 앉으면 일어나기 싫은
빈 의자에요
여기 앉아 내 얘기 들어 보세요
맘속의 보따리 풀어 놓고
끝도 없는 당신의 얘기도 들어 줄게요
그 대신 따듯한 차 한잔도,
무릎 덮을 담요 한 장 가져오세요
베개 삼을 책 한 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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