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5-05-22 16:37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가정이란 가족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이다.

가정은 선장인 아버지와 항해사인 어머니 그리고 선원인 아이들과 함께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 그 선원 중 누구 하나 자기의 임무를 충실하게 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 그 배는 암초에 부딪히고 풍랑을 만났을 때 파선되고 만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부이다. 성격이나 환경, 취미 등 모든 것이 다른 남녀가 대부분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만나 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해 온갖 것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망하기 시작하여 싫증을 느끼게 된다. 이 권태기를 서로가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는 가정은 흔들리게 된다.

행복한 가정이란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과 협조 아래서 만이 가능하다.

가정은 어디론가 가기 위하여 잠시 만나는 서울역이나 버스터미널 같은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솥밥을 먹으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지금까지 자기 삶의 방식을 반성하여 더 새롭고 참신하게 그리고 더 유효하고 창의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변용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곳이어야 한다.
인간은 사랑의 안식처를 잃을 때 불행해지고 사랑의 안식처를 찾을 때 행복해 진다. 생명이 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와 욕구가 있다.

한 집안이 번영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남편이 갖추어야할 덕목을 제시해본다.

•가장으로써의 확고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책임이다.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신관리와 감정관리를 잘 해야 된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감정관리이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기 전에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누구나 흐뭇한 만족감과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강한 자신감을 갖는다.

•자녀를 편애하지 않아야 한다. 자식의 편애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쪽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자녀는 그늘의 화초처럼 생기가 없고 곧게 자라기가 힘들다.

다음은 아내 쪽에서 노력해야 할 점을 필자 나름대로 열거해 보겠다.

이십 세 이상의 주부들 구십만 명이 그 나라를 좌우한다고 한다. 한 가정의 주부 역할은 말할 것도 없다.

•투철한 주부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大)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내가 남편은 될 수 없다. 영국의 대처 수상도 가족을 위해 시장에 가서 쇼핑을 하고 식탁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주부였다.

•가족들의 건강을 (식생활 면에서) 책임져야 한다. 사랑이란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심정 바로 그것이 아닐까. 어느 문인은 나이가 들수록 음식은 어머니의 향수로 먹는다고 하였다.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인생의 교훈이 되자. 자녀들은 부모의 삶을 모방한다. 작년에 고국 방문을 하였을 때 한 친구가 모친 상(喪)을 치른 뒤 ‘어머니의 삶은 신앙 바로 그것 이었어.’하며 이북에서 빈손으로 피난 내려와 육남매를 키워내신 어머니를 존경하며 애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자식들의 정신적 풍요는 어머니의 교육에 책임이 있다.

•가족들이 서로 대화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원래 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더욱 말을 억제하고 사는 이민 생활에서 실어증에 걸린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와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따뜻한 대화가 단절되고 부부간에 깊은 대화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눌 상대방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대화는 내 이야기를 네가 듣고 네 이야기를 내가 듣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 간에 언어가 통해야 한다. 부모가 영어에 익숙하거나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모국어를 가르쳐서 대화의 벽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와 대화 중 주의할 점을 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기분 나쁜 감정을 표현했다고 해서 주의를 주거나 야단을 처서는 아니 된다. 잘못된 행동은 타이르되 감정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나서 "정말 기분 나빴겠구나"하고 말해주면 좋다. 자기의 기분을 이해해주었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를 존경할 수 있게 되었고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이 잘된 것이다. 자녀가 감정을 억누르면 비뚜로 자란다.

•여가에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시청각만 있는 TV 문화는 아이들을 꿈이 없는 세대로 만든다.

청소년 시절에는 위인전을 많이 읽게 하자. 역경을 이기고 난관을 돌파하면서 인생의 큰일을 성취한 인물의 전기를 보면서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자라야 한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적어도 다른 사람을 짓밟고 자기가 일어서려는 어리석은 오류는 범하지 않는다.
음악은 인간을 인간답게 승화시키고 외롭고 슬플 때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것이다.

어느 가정이고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정신적 불구다. 고통과 고민은 인간이 성장하는데 보탬을 준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 또한 있어야 한다.

바쁘고 힘든 이민생활이지만 부부가 항상 노력해야할 일은 무엇보다도 자녀들에게 신앙을 심어주는 일이다. 회개와 감사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 사랑과 헌신이 있고 행복한 가정이 된다.

인간은 내가 행복해야만 주위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행복은 고리와도 같아서 서로서로 아름답게 연결된다.

우리 모두 행복한 가정을 위해 자기 몸에 못을 박는 아픔과 고통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는 인내와 가족을 위하여 자기를 완전히 잊고 자기를 죽일 수 있는 헌신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가족을 향해 내 성(城)을 뒤로하고 그들을 위해 걸어갈 수 있는 사랑으로 안식처인 행복한 가정을 정성스럽게 가꾸자.
(1994년 봄)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여보, 뭐 해?” 차에서 짐을 내리고 대문을 열면서, 남편한테 감정을 실어 내지르는 말이다. 지금 뭐 하는지 물어보는 말이 아니다. 지금 뭘하든지 멈추고, 빨리 내려와서 나를 도우라는 뜻이다. 나 혼자 장 보느라고 힘들었으니 알아 달라는 하소연이다. 사람 많은 장소를 싫어하는 남편을 생각해서 여섯 식구의 장을 늘 나 혼자 다녀온다. 남편이 아내 말의 숨은 뜻을 이해한다면, 지금 뭘하는 지 대답하는 대신에 아내를 도우러 갈 것이다....
김보배아이
  땅 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면, 눈 덮인 땅은 긴 세월 동안 내린 눈의 무게를 어떻게 지탱했을까? 햇빛과 바람이 눈을 녹이고, 녹은 눈이 물 되어 땅 위로 새 순을 밀어 올리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은 나의 과거가 되어 흐른다. 삶의 시간을 모두 모아 손이 들고 있다면, 그 긴 시간의 무게를 들고 있는 손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눈에 보이는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버린...
허정희
밥상수훈(垂訓) 2023.07.04 (화)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어린 아이들에게 이르는마흔 살 어미의 밥상수훈세상에 나가면 당당하거라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맞서거라겁 없이 용감했던 어미는아이들이 다 자라그 세상으로 나가고 난 후더럭 겁이 많아졌다당당하게 소리치다 깨지고불의에 맞서다가 부러져행여 다칠까 혹여 아플까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다가집에 온 아이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예순의 어미는 그 등과 어깨를 살핀다당당하지 않아도 괜찮고불의를 보고 맞서지...
정금자
보 물 2023.06.28 (수)
눈이 절로 문을 여는 환한 아침 햇살,애써 찾지 않아도 상쾌한 공기,걸러내지 않아도 깨끗한 물은금은보석처럼 모으지 않아도 되는생명의 보물이네 값을 치르고 사는데익숙해진 우리는비싸야 보물인지 알지만진정 세상에 귀한 것은값이 없네 아이의 웃음처럼엄마의 사랑처럼아빠의 책임처럼힘없는 생명에 닿은 당신의 손길처럼행복과 보람으로만 알 수 있네 지금 곁에 있어꼭 필요한가 얼마나 소중한가모르는 것들이실은 우리에게...
송무석
보리굴비 한 두름 2023.06.28 (수)
 맛의 기억은 회귀본능을 일깨운다. 텃밭에 올라온 여린 머위와 미나리를 조물조물 무쳐 맛을 보니 아득한 고향 들판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펼쳐진다. 나물 바구니를 든 어릴 적 친구 얼굴도 아지랑이 속에서 가물거린다. 기억회로에 깊이 저장돼 있다 불현듯 나타나는 고향 들녘은 나를 설레게 한다. 모든 것이 신비롭게 채색돼 있던 그때 그 시절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간절함에 목이 메는 봄이다. 이제 밖으로 떠돌던 삶의 여정은 뿌리를 찾아...
조정
날자, 날아오르자 2023.06.23 (금)
온몸을 일으켜 날갯짓을 해보지만날 수 없는 선풍기미풍으로 파닥거리다가강풍으로 날아보지만달달거리며 헛 바람만 일으킬 뿐이다다람쥐 쳇 바퀴 돌듯제자리걸음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난 날을 생각하며피아노를 두드려 보는데어깨는 저리고 눈이 침침해자꾸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언제 다시 피아노를 신나게두드리며 리듬을 탈것인가언제 다시 어린 날로 돌아가그 리듬에 맞춰 훨훨하늘로 다시 날아 볼것인가
유우영
오래 참음 2023.06.23 (금)
 오래전에, 자동차에 경보 장치를 부착하기 위하여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자동차를 맡기고 기다릴 때였다. 테크니션이 새로 고용된 사람이었나 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동도 안 되어, 여러 번 시도하여 오래 기다려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숙련된 기술자가 맡아서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요구하고도 싶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고, 과연 저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인가 하여 조바심도 생겼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어 결국 경보...
김현옥
Roses in June 2023.06.23 (금)
Translated by Lotus Chung                            The sky is silent.The land is fragrant, and the heart is hot.The rose of June speaks to me. Whenever I get depressed over trivial things.“Lighten up”“Become clear”A rose that asking laughter On the road of lifeFrom the closest onesIn the name of loveThorn that stabs indifferentlyNever stab dear with a thorn againLet them make soft petals bloom. Every time we forgive someone.That fresh leaves are sprouting.The rose bushes of JuneFollowing me...
로터스 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