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겨울엔 하얀 눈이 펑펑 내려야 제맛인데 보슬비만 촉촉이 내린다. 한겨울인데도 마치 봄처럼 포근한 기온이 비를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 날씨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을 가진 이 캐나다의 위도는 50도 선에서 70도 선을 넘어 거대한 동토(凍土)의 북극해까지 펼쳐져 있다.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에 있는 캐나다 서부, 서남쪽 아래 미국과 접경하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캐나다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위도 50도 선상에 놓여 겨울철이 몹시 추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상 기온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밴쿠버를 벗어난 다른 지역은 겨울이 매우 춥다. 특히 내륙으로 갈수록 혹한이다. 동쪽 지방은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겨울로 접어들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주 눈사태로 길이 막히고 생업에 지장을 준다. 하지만 밴쿠버 지역만은 예외다. 겨울에 눈을 보기가 어렵게 가뭄에 콩 나듯이 눈이 내린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그친다. 눈이 내리는 날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제법 겨울철다운 설경을 만들어주지만, 그것도 24시간이 지나면 질퍽하게 녹기 시작하면서 가랑비로 변해 봄비처럼 내린다.
내륙 추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밴쿠버를 동경해 이주해 살고 싶다고 한다. 산뜻하고 청명한 가을철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다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겨울이 다가온다.
이렇게 시작한 안개오줌 가랑비는 겨울이 다 가도록 반복해서 내린다. 나는 기상관측에 대한 별다른 상식이 없다. 귀동냥한 상식에 의하면 밴쿠버지역은 해양성 기류와 대륙성 기류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서쪽으로는 망망대해 태평양이 펼쳐 있고 동쪽으로는 세계 유명 관광지, 로키산맥이 가로질러있어 찬 대륙성 기류를 막아주기 때문에 영하가 아닌 영상기온을 유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곳으로 이민 올 때 충분한 생활 정보를 얻지 못해 추운 겨울철을 대비해서 겨울 내의에서부터 두꺼운 외투까지 몽땅 챙겨서 왔다. 그러나 20여 년을 살아오지만, 콧날을 애일 것 같은 그런 추운 겨울 추위를 느껴보지 못했다. 없는 돈으로 어렵사리 꾸려 가지고 왔던 겨울철 옷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지금도 옷장 구석에 그대로 걸려 있는 외투를 보면 얼마나 허술한 이민정보로 이민을 왔는지 기막히다.
이슬비만 계속 내리는 겨울날은 힘든 이민 생활의 외로움과 향수가 진하게 찾아와 비록 진눈깨비라도 내리기를 바랄 때도 있다. 햇빛은 없을지라도 비가 오지 않는 꾸므럭한 날이라도 좋고. 밝은 햇살이 반짝이는 날은 더없이 좋았다. 쉬는 주일날 거미줄 같은 가랑비를 맞으며 교회를 오가는 자동차에서 축축이 젖은 시가를 지나면 살그머니 가슴에 일렁이는 것이 있다. 고달픈 외국 생활이 지난 일들을 모두 꿀꺽 삼켜 다 소화가 된 줄 알았는데, 차창 밖 허공에서 나를 흔들 때는 애수에 흡인 되기도 한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앞만 보고 내 시간 틀 속에서만 살아온 것이 아니었는지 싶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나를 동여매어 가는 숫자만큼 삶의 여정을 살아오며 가로놓였던 수 많은 사연을 이리저리 헤치고 내 가족들이 큰 탈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꼬박 하루를 날아온 이역만리 북미 땅, 백인들만이 어깨에 힘주며 사는 이 캐나다에 이민 와서 자리 잡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 세 살 짜리 막내딸을 안고 투지와 포부, 그리고 막연한 희망으로 김포공항을 떠나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그 막내가 대학 졸업반이 된다. 축축하게 비만 오는 겨울철을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곳에서만 살아 온 것이다.
고달픔, 서러움, 아픔과 즐거움이 뒤섞인 한 인생의 여정을 엮어준 비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이 이제는 익숙해져 편안하다. 강 건너 저 멀리 안개비에 가려진 그로스 마운틴에는 하얀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그 눈을 맞으며 겨울을 즐기는 스키어들이 신 나게 눈 위를 달리며 젊음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밴쿠버의 겨울은 낭만이 비처럼 내리는 계절이다.
캐나다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위도 50도 선상에 놓여 겨울철이 몹시 추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상 기온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밴쿠버를 벗어난 다른 지역은 겨울이 매우 춥다. 특히 내륙으로 갈수록 혹한이다. 동쪽 지방은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겨울로 접어들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주 눈사태로 길이 막히고 생업에 지장을 준다. 하지만 밴쿠버 지역만은 예외다. 겨울에 눈을 보기가 어렵게 가뭄에 콩 나듯이 눈이 내린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그친다. 눈이 내리는 날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제법 겨울철다운 설경을 만들어주지만, 그것도 24시간이 지나면 질퍽하게 녹기 시작하면서 가랑비로 변해 봄비처럼 내린다.
내륙 추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밴쿠버를 동경해 이주해 살고 싶다고 한다. 산뜻하고 청명한 가을철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다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겨울이 다가온다.
이렇게 시작한 안개오줌 가랑비는 겨울이 다 가도록 반복해서 내린다. 나는 기상관측에 대한 별다른 상식이 없다. 귀동냥한 상식에 의하면 밴쿠버지역은 해양성 기류와 대륙성 기류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서쪽으로는 망망대해 태평양이 펼쳐 있고 동쪽으로는 세계 유명 관광지, 로키산맥이 가로질러있어 찬 대륙성 기류를 막아주기 때문에 영하가 아닌 영상기온을 유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곳으로 이민 올 때 충분한 생활 정보를 얻지 못해 추운 겨울철을 대비해서 겨울 내의에서부터 두꺼운 외투까지 몽땅 챙겨서 왔다. 그러나 20여 년을 살아오지만, 콧날을 애일 것 같은 그런 추운 겨울 추위를 느껴보지 못했다. 없는 돈으로 어렵사리 꾸려 가지고 왔던 겨울철 옷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지금도 옷장 구석에 그대로 걸려 있는 외투를 보면 얼마나 허술한 이민정보로 이민을 왔는지 기막히다.
이슬비만 계속 내리는 겨울날은 힘든 이민 생활의 외로움과 향수가 진하게 찾아와 비록 진눈깨비라도 내리기를 바랄 때도 있다. 햇빛은 없을지라도 비가 오지 않는 꾸므럭한 날이라도 좋고. 밝은 햇살이 반짝이는 날은 더없이 좋았다. 쉬는 주일날 거미줄 같은 가랑비를 맞으며 교회를 오가는 자동차에서 축축이 젖은 시가를 지나면 살그머니 가슴에 일렁이는 것이 있다. 고달픈 외국 생활이 지난 일들을 모두 꿀꺽 삼켜 다 소화가 된 줄 알았는데, 차창 밖 허공에서 나를 흔들 때는 애수에 흡인 되기도 한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앞만 보고 내 시간 틀 속에서만 살아온 것이 아니었는지 싶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나를 동여매어 가는 숫자만큼 삶의 여정을 살아오며 가로놓였던 수 많은 사연을 이리저리 헤치고 내 가족들이 큰 탈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꼬박 하루를 날아온 이역만리 북미 땅, 백인들만이 어깨에 힘주며 사는 이 캐나다에 이민 와서 자리 잡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 세 살 짜리 막내딸을 안고 투지와 포부, 그리고 막연한 희망으로 김포공항을 떠나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그 막내가 대학 졸업반이 된다. 축축하게 비만 오는 겨울철을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곳에서만 살아 온 것이다.
고달픔, 서러움, 아픔과 즐거움이 뒤섞인 한 인생의 여정을 엮어준 비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이 이제는 익숙해져 편안하다. 강 건너 저 멀리 안개비에 가려진 그로스 마운틴에는 하얀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그 눈을 맞으며 겨울을 즐기는 스키어들이 신 나게 눈 위를 달리며 젊음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밴쿠버의 겨울은 낭만이 비처럼 내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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