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추운 날 배고픈 날 몸서리치는 날
차 안의 전등도 힘이 없다
내 차는 냉동 탑차처럼
머리 꽁지에 네모나케 난 작은 창이
한쪽 모서리 깨진 약간의 틈으로
바람이 쓰라리게 침투되고
입에선 이산화탄소가 새벽 안개같이
차 안을 간신히 덥힐 때
밥 달라는 아우성 차로부터 올지 몰랐다
들려오는 작은 신음 앵꼬 신호
계기판 얼굴에 시뻘겋게 달라붙은 저 닦달은
내 배고픔의 망각이다
목숨 같은 물 어서 먹이려면
기름 저장고에 한시바삐 이르면 된다
만땅의 재촉은 조급증처럼
운전사 마음대로 시작되고
차가 퍼질러 앉는 마지막 통첩까지 주어진 시간은
어쩌면 백 리가 숨겨있는 비밀일지 모른다
앵꼬는 배부를 때 죽고
내리막에 죽는다
난 카타르시스를 주는 서스펜스를 즐기며
차를 등에 업은 언덕길의 내리막을 멈춰놓고
식은 죽 먹기 같이 차 죽 먹이기를 좋아하는데
배고픈 아우성이 사라지는 짧은 찰나에
그 깜짝의 눈속임이 숨은 백 리를 구해냈다
차는 나를 미워하는 편이다
그러나 보라
내가 유약해 절대 손대기 어려운 앵꼬 하나있다
나를 처참히도 맥 못 추게 하는 신호음
사랑하는 이의 눈에서 구르는 작은 눈물 한방울
내리막에 절대 멈추게 하지 않는 앵꼬다
차는 나를 더 미워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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