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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리의 산사나이들 이야기”

김유훈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2-05 17:26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한국에서는 “의리”가 열풍이다. 얼마나 의리가  없으면 의리가 재조명 되었는 지를 생각해 볼 때  좀 서글퍼진다. 그러나 과거 우리들의 6-70년대는 의리가 당연했을 뿐만아니라 이를 배신하면  요즘세대의 표현으로 왕따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되는 과정에서  의리는 대부분  온데 간데 없어지고 말았다.그런 잊혀진 의리를 오랫만에 발견하게 된 일이 있었다.


지난 9월 나는 한국에 가게 되었다. 동생이 어머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함께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도착 후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갔다. 아흔이 다 되셨고 노환에 암까지 겹쳐 오래 사실 수 없었던 어머니를 보고 마음이 착찹하였다. 일정때  평북에서 태어나셨고 해방전 아버님과 결혼 후 해방과 6.25전쟁,월남, 그리고 남편과 큰 이들을 한 해에 먼저 떠나 보내고 이제는  그  한많은 세월을 보내시고 마지막  이생을 떠나야 한다는 우리 인간이 모두가야 할 그길을 내가 지켜보게 되었다. 그래도  아내와 나 그리고 시카고의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온 우리 딸까지 본 후 눈을 감으셔서 나는  장남으로  할 도리를 한 것 같아 다행이였다.


어머니의 임종 이후 장례를 알아보니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화장이 대세였지만  나는 예전에 다녔던 교회의 도움으로 어머님을 교회묘지에 모실 수 있었다.  38년전  동신  교회묘지에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이 묻혀계서 그분 옆에 어머니를 합장시켜드리고 나니  온 가족들이 안심을 하였다.


한국에서 장례식을 경험하고 나니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나라의 정서를 한껏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어머니께서 다니셨던 교회의 사람들, 여동생의 교회식구들과 매제의 회사 사람들, 심지어 오래되었지만 내가 다녔던 교회의 협조, 그리고 동생회사의 여러 거래처까지  모두들 찿아 와 주어 나는 무척 감사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감사한 일은 38년전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의 친구들까지 어머님의 장례식장을 찿아온 일이였다.  형이 살아있었을 때,  나는 형을 따라 언제나 주말이면 고대 산악부원들과 함께  암벽에 올랐기에 형의 동기는 물론 그 선 후배들과도 매우 친하였다. 그리고  그 산 사나이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많이 찿아 와  주었다.


 과거 60년대 우리집은 금은방을  하였던 관계로 형의 친구들에게 어머니께서 아들마냥 잘  대해 주었고  따뜻한 집밥은 물론 술과 안주까지 무한 리필을 해주셨던 우리 어머니셨다. 그리고 형은 대학 졸업식날  군에 입대 하였고 휴가 때 후배들과 함께 설악산 등반에서  스믈 아홉의 나이에   사고로  죽은 이후 나는 신학으로 길을 바꾸었고 형의 친구들 소식은 거이 잊고 살아왔다. 그러나 산을 오랫동안 다녔던 형의 친구들과 그 선후배들은 지금까지 고대 산악부의 전설인  형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의정부 시골에 있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나는 그동안 아니 38년만에  형의 친구들은 물론 선 후배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형이 살아생전 그렇게 친했던 동기 친구들 역시 나를 만나 너무 반가워하며 우리들은 잠시 과거로 돌아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형이 살아 있었던 당시의 에피소드 그리고 어머니께서 해주었던 추억담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형친구가 나에게 “유훈아,  너의 형을 대신하여 우리가 상주가 되었어야 하는 데 내일 일이 있어 먼져가기가 미안하구나..”하며 나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나는 그순간 깜짝 놀랐다. 형이 죽은 지 이미 38년 전, 그리고  형의 친구들은  우리 어머니를  자신들의 어머니로 생각하여  지금까지 우리 형 대신 자신들이 상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 형이 살아있었을 때, 나는 형과 산악부 동료들과 함께  산행을 마치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우리의 우정과  인생을 노래했던 옛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비록  세상을 떠난 형과 어머니를 잊지않고 찿아와 준 고대산악부 형의 옛   친구들, 그리고 자신들이 우리 형 대신 상주라는 그 말은 내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내내  잊을 수 없었고 그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의리의 산 사나이들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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