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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10-24 17:20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가을이에요

큰 나무 옆 들잔디위에

감홍색  편지가 수북해요

긴 여름 마음에 썼던 갈증들은

이제 조용히 내려져 있어요

알리지 못한  한밤의 설레임도

이름을 모르는 가슴 밑 열병도

두눈이 아린 눈물 자욱도

모두 이렇게 많은 갈잎이 되었네요

 

가을이에요

마음에 담은 호수는

녹색 수면의 잔여울을 따라

청동오리 한쌍을 띄웠어요

너울대는 빛그림자는

사랑의 꿈을 꾸어요

 

가을이에요

파란 하늘에   떠있는 많은 흰구름들은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지요

마음을 다 담지 못한 것들이에요

하늘을 덮고 있는 흰구름 모두가  

님을 향한 나의 마음이에요

 

가을이에요

부풀어 가득한 풍요의 바다에

기러기 그리워 꺼억이고

해안에 남은 안개가  파도를 어르네요

한낮에 눈부신 태양을 가슴에 품고

당신, 그리 맑게 웃으면 어찌하나요   

 

그리고 또,  가을이 에요

마음이 마음을 안아준다는 말

따뜻하게 느껴요

사랑은 안아주는 것이에요

마음을 담은 순결한 영혼을요

사랑은 안기는 것이에요

마음을 안아주는 품에

그렇게 수줍게 안기워요

가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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