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L.A.에서 온 친구의 의문”

김유훈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7-19 13:32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나의 카나다 생활, 벌써 2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언제나 젊음이라 생각했던 내 나이 내년이면 정부에서 노인연금을 준다고하니 실감이 안간다. 그동안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빠르고 특별히 이룬 것이 없어  좀 후회가 든다. 유학과  목회는 미완성 그리고  커피가게와  지금의 트럭커 일까지 나의 발자취가 되었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 지내온 많은 분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과거 한국에서의 나의 삶은  극히 적은 분들만이 알고 계신다.

지금은 원로가 되신 조영택 목사님은  30년전의 나의 전도사 시절부터  잘 알고 계신 분이시다. 당시 그분은 한창 잘 나가던 대형교회의 담임이셨지만 우리 담임 목사의 절친으로 우리 교회에 자주 오셨고 수양회, 야유회등을 함께 하였던 분이시다.  그 당시 나는 허허벌판 잠실에 상가건물 3층에 있는 교회 에서 교육전도사를 하였다. 그 후 사택에 와서 살라는 말에 무작정 순종하여 그 3층사택에서 생활하였다.  말이 사택이지 베니다로 벽을 만들고 바닥에는 스치로폴을 깔고 그 위에 장판을 한 사택이였다. 그러나 그 때는 신학생은 그렇게 시작하는 줄 알았다. 전도사 월급은 달랑  5만원, 나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어 1년만에 그만두었다.      

그즈음 ,친하게 지냈던 “Mr.우” 라는   청년집사 친구가 있었다. 미국에서 살다온 부잣집 아들인데 결혼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가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창신동 골목길가에 어느집 문칸방에 세들어 살았다. 부억조차 없는 한평짜리 월셋방인데 나와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은 행복하게 지냈다. 그리고 이 청년 집사까지 같은 방에서 딩굴며 지냈다. 정이 그리워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여 우리집에서 이불하나에 발을 맞대고 밤이 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냈다. 그친구는 당시 자가용이 있어 우리식구를 태우고 여러 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그에게 짝을 찿주기 위해 교회 청년들을 소개해 주기도하였다.  

우여곡절끝에 친구는 배필을 만나 미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그는 떠나면서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하였다. 그리고 “전도사님 건강하시고 언제 또 만날 수 있겠지요?”하며 우리는  공항에서 헤어졌다.

세월이 흘러 내가 카나다에 온 후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지인을 통해 그의 연락처를 찿은  후  전화로 연락하니 너무 반가워 언젠가 밴쿠버에 꼭 오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0여년 전 그는 가족들과 함께 밴쿠버에 오게 되었다.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차를 몰고 이곳까지  나들이를 왔다. 나는 그를 만나 반갑게 대하고 우리가족과도 상봉하였다. 그리고 그와 가족들을  데리고 우리집에 왔다. 집앞에 다다르니 그 친구는 발을 움직이지 않고 집을 한참 쳐다 보았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 하니 집안에 들어온 후  얼굴은 천정을 보고 눈은 커다랗게 뜨고 입은 벌어진 채로 멍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 그가 하는 첫 마디가  “김목사님, 이집 우리가 온다고 빌린 것 입니까?” 나는 “아니 빌리다뇨, 나와 우리 가족이 사는 우리집 입니다” 그러자 그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그리고 다시한번 “네, 이집이 목사님 집이라고요?”하여 나는 “네”하며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들을 위해 아침 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함게 식사를 하였다.

사실 친구가 놀랄만도하였다. 우리가 한국에서 헤어질 때, 부억조차 없는 단칸방에 살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방이 다섯에  큰 2층집에 내가 살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북한에서 온 탈북자도아니고  미국 L.A.에서 온 사람이 한다는 말이 “이집 우리 온다고 빌린 집입니까?”를 듣고 나는 더욱 놀랐다. 아마 친구는 놀랐다기 보다 충격을 받은 듯 하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가 한동안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친구가 나에 대하여 궁굼한 것을 물어 보았다면 나는 대답을 해 줄 생각이였다. 2년간 사업을 잘 하여 중대형 아파트 두 채를 만들어 놓고 다시 목회로 돌아 올 수 있었노라고 그러나 친구는  나에 대한 궁굼증을 묻지도 않은 채  의문을 품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나무들 침묵하다 2023.03.06 (월)
나무 하늘의 교신 뻗은 가지로 한다나무 내민 손 새들을 훔친다나무 저 미친 나무들 제 그늘로 주리를 튼다나무 우듬지에 새 둥지를 흔든다나무 나이에 걸맞은 높이와 넓이로 자라 생성하는 둥근 것 들을 맺는다나무 제 그늘 사람이 즐겨 찾게 한다나무 해와 달과 그림자 놀이한다나무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나무들 이 많은 사단을 벌여놓고도누가 물으면 그저 침묵침묵이다.
김회자
미나리와 파김치 2023.03.06 (월)
상반된 이미지의 미나리와 파김치는 둘 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집에 있을 땐 파김치가 되어 축 늘어져 있다가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즉시 생기가 돌며 파릇파릇한 미나리가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이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 친구가 아닌 울 엄마이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딸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을 정확히 간파하신 훌륭한 어머니로 꽤 인기 있는 우리들의 엄마로 통했다. 감기와 몸살로 이틀 앓고 있으면 울 엄마는 삼 일째...
예함 줄리아헤븐 김
기적 같은 인연들 2023.03.06 (월)
   50살 생일 선물로 줄 멋진 센터피스 꽃 장식을 골라 들고 득의 만만한 얼굴로 계산대로 오던 손님이 갑자기 발길을 멈춰 섰다.근래에 나온 활짝 핀 하얀 서양난 세 그루가 예쁘게 심겨진 화분에 멈춘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들고 있던 센터피스를 제 자리로 가져다 돌려 놓고, 그 서양난을 들고 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서양난이고 값은 두 배나 비싼데 괜찮겠냐고 하니 왜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짜라 하냐며 장난치지 말라고...
이은세
선운사에서 2023.03.06 (월)
억겁의 세월을 담고침묵하고 있는 검은 초록 연못천 년의 혼으로 켜켜이 쌓은 겸손한 토담 숨쉬기도 바쁜 속세의 삶풍경 소리 잠시 놓아두고 가라 하네포근히 안아주는 어머니 품 같은 선운사근사한 詩語 하나 건져갈 것 없나 하는 이기심에탁한 머리 식히고 가라는 자애로운 부처의 미소도 외면한 채동백꽃과 꽃 무릇 때 맞춰 오지 못한 것이 못 내 아쉬워경내를 건성으로 돌며 고색 찬란한 사찰 분위기를 두 눈에 넣기만 바쁘다설 자란...
김만영
나는 클래식 문외한이다. 평생 즐겨 들은 클래식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과 비발디의 사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로 들려주고 어느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합창 교향곡은 구분하지만, 베토벤의 곡과 모차르트의 곡은 가르지 못하는 귀를 가졌다. 이렇게 듣는 귀가 없는 사람을 “막귀”라고 한다. “클알못”은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클래식 듣기에 입문한...
김보배아이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백철현
   거대한 돈의 위력을 등에 업고 세상의 부조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우리 삶의 고유한 영역까지 파고들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데도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여전히 우리의 삶과 사회 속에는 돈으로 가치를 측정하고 거래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옳은 말이지만 사랑도 우정도 돈이 있어야 표현할 수...
권은경
세상에 내린 눈물 2023.02.27 (월)
눈물은 슬픔이요 사랑이라눈물은 감사요 용서라눈물은 빛이요 생명이라눈물은 가슴이요 바다라세상 욕심 하늘을 찔러거짓 속임 빗발쳐울분과 분노의 고열로불신과 절망이 목을 죄검은 세력 헤집는 세상어둠은 슬픔에 얼룩져눈물의 강가를 출렁이더라이제 금저 만치용서의 바다에 내려사랑의 바람 타고감사의 노를 저어생명의 눈물로 헹궈시든 세상을 건져 내가슴의 바다에 눈부셔 가리라
백혜순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