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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팍상한 폭포 (마닐라)

이순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6-27 13:53

따뜻한 봄날 오후 남편과 나는 니노이아키노 (마닐라) 국제공항에 내려 약속된 장소에서 함께 여행할 일행들과 가이드를 만났다. 대기한 버스를 타고 숙소인 갤러리아스위트 특급 호텔에 도착하였다. 배정 받은 방에 짐을 두고 다들 모여 숙소 가까이에 있는 리잘 공원에 구경 나갔다. 백년된 성 요거스트 성당은 강한 지진에도 상처하나 없이 버티고선 아주 튼튼한 건축물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인 단체 결혼식을 한다는데 많은 쌍이 줄을 지어 기다린다 했다. 하나 낮에는 너무 더워서 밤에만 한단다. 해가 서산으로 성큼 넘어가니 서늘한 바람이 이국 정치와 함께 낯설게 다가온다. 그곳 사람들은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자연을 감상하며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퇴근길 곤한 몸을 쉬어서 가곤 한다.

우리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리저리 다니며 새로운 풍경에 즐겁기만 하였다. 신선한 저녁 바람을 가르며 마닐라 베이를 둘러 호텔로 돌아 와 식사 후 단잠으로 첫 밤은 지나고 더 없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팍 상한’ 폭포로 구경 간다고 물에 젖어도 되는 간편한 차림으로 오라 했다. 팍상한 폭포라 하니 옛날 어느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남편의 친구 몇 쌍이 같이 마닐라에 갔을 때 물에 간다는 말에 수영하러 가는 줄 알고. 아예 수영복만 입고 급히 뛰어가 버스에 올랐다. 기다리던 차는 숨 쉴 틈도 없이 출발하여 달리는데 차안에 웃음소리가 요란하더니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들 단정히 옷을 입었는데, 자기부부만 수영복 차림이었다고 너무도 황당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그냥 갔단다. 고희를 지난 풍성한 몸매라 그 모습 상상을 해보란다. 차안에서 배 안에서 그 하루를 웃음꺼리가 되어 민망해 혼났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면 쥐구멍을 찾을 지경이라 하였다. 수영복만 입은 채 하루 종일 강한 태양 아래 태웠으니 피부가 벌겋게 익어 많이 쓰라리고 아파서 무척 고생을 했노라고 추억을 더듬었다.

계속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며 날씨마저 더없이 화창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데 가이드는 열심히 안내를 한다. 알라밤에는 한집에 식모를 이십 여명 거느리고 수영장이 없으면 건축 허가가 안 나온다 했다. 지금 버스는 빈민가를 지나고 있다. 이곳은 샤워장이 없어서 여성은 긴치마를 가슴까지 덮어 입고 물을 부으면서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씻는다고 한다. 종교는 무슬림이 처음 들어오고 가톨릭이 85%란다. (1인당 GNP $1500) 취업률은 6대4, 여성이 육. 교육정도는 남자는 초등, 여자는 고등 교육을 받아 주로 여자가 돈을 벌어 생활을 하고 남성은 집안 살림을 하며 아기를 기른다. 교통수단으로는 두 가지 택시가 있었다. '찌푸니' 택시는 미국이 전쟁 끝나고 떠나면서 버리고 간 찦 차를 개조한 택시인데 큰길만 다니고 '트라이스쿨' 택시는 세 발 자전거 비슷하며 세 사람까지 태우고 골목 안, 집 앞까지 들어간다.

마닐라는 바다 속에 어마어마한 금괴를 소유하고 있으며 일본군이 숨겨놓고 떠났다가 찾아가려 했으나 미군이 저지하여 못 가져갔다는데 그 숫자가 3200만개란다. 그리고 그 유명한 이멜다 여사는 어머니가 가정부로 있을 때 주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18세 까지도 호적이 없었다. 18세 미스 필리핀에 출전했을 때 마르코스가 심사 위원이었고 그 눈에 들어서 만고에 호강을 했다, 둘째 딸 결혼 때 드레스에 3mm 간격으로 진주를 다는 등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부정부패로 추방당했다. 현재 그는 상원의원이다. 처녀 시절 마르코스를 만나고 다닐 때 그 집 지하에 쌓여있는 많은 미화를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면서 그렇게 재물에 대한 탐욕이 대단한 여인이다.

1552년 마잘리란 사람이 마닐라를 발견하고 박요에 본토인 ( 원주민 식인종 )이 8500명 정도 살고 있다, 악어와 야생 동물이 많으며 소나무는 없고 지금 사우스 포아 하이웨이(남부 고속도
로 )로 빈톤을 지난다, 계속 달리는 버스는 부두에 도착하여 우리는 방카카누(길고 좁은 배)에 한 쌍씩 타고 앞뒤에서 빈약한 사공이 노를 잡았다. 넓은 강물에 16채 배가 나란히 줄을 지
어 떠가는데 뚝 가에 아이들이 손 흔들어 반겨준다. 사방에서 잡상인들이 저마다 더 빨리 배를 저어 다가와서 “시장하냐?, 목마르냐?” 더없이 친절한데 사실은 사공을 위한 몸짓이란다. 시원한 물위를 떠가지만 내려 쬐는 강렬한 해 살이 불같이 뜨겁다. 사공들은 바싹 마르고 새까만 아주 작은 몸집에 팬티하나만 걸치고 앞뒤에서 노를 젓는다. 음료수를 주었으나 마시지 않고 주는 대로 다 모은다. 그것들을 도로 팔아 돈으로 가진다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차츰 물이 좁아지면서 내려오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물 가운데는 울퉁불퉁 작고 큰 바위가 솟아 있고 양쪽은 높디높은 산 절벽이 버티고 섰다. 울창한 수목을 벗하며 양쪽 절벽을 울타리 삼아 그 틈새로 내려오는 넓은 개울물 크고 작은 돌, 큰 바위도 비집고 올라가는 배 정말 장관이다.

사공은 배에서 내려 흐르는 물과 힘겨루기를 한다. 경사진 산자락에 내려오는 수력(水力)을 감당하기엔 그 빈약한 몸집으로는 너무도 벅찬 일이라 보기가 안스러웠다. 더욱이 이 바위 저 바위 피하며 좁은 물살을 헤쳐 그 긴 쪽배를 밀어 올라가려니 젖 먹은 힘을 다한다. 오른발 왼발 이돌 저돌 차고 밀며 버틴다. 부딪치며 뛰고 나르는 물살에 몸은 온통 다 젖은 채 소나기 같은 땀은 골진 등골에 실개천으로 흐른다. 그렇게 힘겨운 노동을 매일 하니 살이 붙을 수 도 키가 클 수도 없다. 그들이 사는 생활 방법이기는 하지만 너무 가엾었다. 몇 시간 역사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깊숙한 산 속 깎아지른 절벽에 그리 크지 않은 물줄기가 다소 허망한 느낌이었으나 그 유명한 아름다운 ‘팍상한’ 폭포였다.

기대가 커서 다소 실망했고 시간과 사공들의 노고에 비하면 좀 낮은 대가라고나 할까. 그 높은 큰 산 울창한 숲 속에 검푸른 바위 등을 미끄러지는 팍상한 폭포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 밑에 넓은 공간이 있어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한 바퀴 돌아 나오니 벗은 사공도 입은 우리도 다 물에 빠진 모습이다. 사공은 넉넉한 팁으로 고단한 심신을 달래주고 우리도 색다른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세계적인 팍상한 계곡 절경을 감상하고 향기 짙은 차도 한잔 들며 웃음꽃을 피우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잠깐 쉬어서 출발했다. 물은 같은 길이나 순류(順流)를 따르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일엽편주는 자연을 따라 흐르는데 솟아난 바위만 피해주면 되는 것이 사공의 몫이다. 이젠 뱃전에 앉아 흥타령까지 흘러나오니 사공들의 행복한 순간이다. 그렇게 요란하던 풍경을 뒤로 남겨두고 쏟아 붓는 햇살을 받으며 흘러오는 동안 어느새 다 젖은 잠자리 날개도 가랑잎인양 바싹 말라 거뜬해졌다. 사공들은 힘들게 올라 갈 때와는 달리 여유가 있다. 카누끼리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물장난도 하는 판에 애매한 우리만 양쪽에 서 날라 오는 물벼락을 맞으며 몸이 다 젖을망정 다들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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