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밴쿠버한인문협/수필] 후암동 쌍 과부 댁 이야기

김유훈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30 14:58

우리 가족의 고향은  평북 의주이다.  해방 후 사업을 잘 하셨던 아버님께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게 된 이유로 서울로  오게 되셨다.

그래서 형은 신의주에서 나는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우리 가족을 서울로 오게한 분은 아버님의 여동생이였다.  즉 우리 고모 두분이 이미 서울에 계셔서 아버님을 오도록 하였다. 이렇게 두 분의 고모님 덕으로 우리 가족은 서울로 올 수 있었다. 

당시 큰 고모님은  남편과  올망 똘망한 남자 아이만 여섯을 두고 지내던  중 6.25전쟁을 당하셨다. 후암동에 사시던 큰 고모님이 마침 장에 간 사이 미군의 비행기 폭격에 남편과 어린 남자 아이 여섯 모두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다행히 큰 고모님의 뱃속에는 임신 중인 아기가 있었다.

그 다음 해 나의 고종 사촌 동생이 태어났다. 이 때 언니를 지켜보던 동생 이 그 유복자를 위해 함께 살며 가정을 지켰다. 당시 작은  고모님은 남대문 시장에서 남자처럼 억척같이 장사하여 언니의 식구들을 거두었다.  그렇게 잘 지내던 중 원치않게 유부남의 아이를 갖게되어  미혼모가 되셨다. 이렇게 우리 두 고모님은 각각 아들 하나씩을 키우며 한 집에서 40년을 넘게 사셨다.  

나의 사촌 동생은 두 분의 홀 어머니  밑에서 잘 자라주었다. 명문 중앙고를 졸업하고 서울 약대를 합격해서 두 부모님께 기쁨을 드렸다. 그리고 약대를 졸업 후 유명 제약회사에 취직하여 생산 부장에 올랐다. 

결혼 적령기의 우리 사촌은 고등학교 때부터  7년간 사귀던 교회 아가씨가 있었다.   그는 숙대를 졸업한 그녀와 곧 결혼할 거라는  우리의 예상을 뒤업고  그녀 대신 자신의 제약회사에서 제품을 포장하는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하였다. 더우기 그녀는 의정부 근교에서 농사짖는 농부의 딸이였는 데  학교는 중학교 정도라고 하여 우리 온 집안은 결사반대하며 난리가 났다. 그러나 나의 사촌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생각이 있었기에  주변의 반대를 무릎쓰고 기여히 자신의  회사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 결혼하였다. 그 후 사촌 동생이  7년간 사귀였던  숙대출신 아가씨는 굉장한 자해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후 세월이 많이흘러 큰 고모님 댁에 갔을 때 우리 큰 고모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 그 땐 내래 와 이리 아들 결혼을 반대했노, 이렇게 결혼하여 아들 딸 잘 낳고, 두 오마니  공경 잘 하는 데…,”라고 말씀 하시며  “거더, 내가 미련해서 이렇게 착한 며느리를 몰라본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고나..”하며 두 눈에 눈물을 지으셨다.  사실 그 어느 누가  서울약대 나온 아들을 두었다면 그 결혼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우리 두  고모님  모두 돌아가셨지만 나는 지금도 서울에가서 우리 제수씨를 볼 때마다 나의 고종사촌 동생이 정말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아들 딸  잘 키워 모두 결혼 시키고 남편이 경영하는 약국에서 남편보다 더 장사 잘하고, 고모님 훌륭한 음식솜씨 전수받아 음식 잘 만든다. 또 30여년이 지나고 나니 의정부 땅 값이 엄청 올라 제수씨에게 떨어진 유산이  짭짤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방에 별장도 마련해 두었다고 나한 테 언제나 와서 쉬라고 할 때 나는 예전에 반대했던 마음이 있어 좀 미안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 큰 고모님은 한  순간에  남편과 아이 여섯을 잃고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우리 두 고모님이 든든히 평생을 살아올 수 있었던  힘은 물론  영주교회의 권사로 신앙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섯 아들이 죽은 후 태어난  그 유복자를 애지 중지 키우려 했던 그 정성과 세월이라는 자연치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들은 두분의 홀 시어머니를 모실 며느리로 숙대를 졸업한 아가씨 대신  제약회사에서 포장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그녀를 택했던  나의 고종사촌동생의 특별한 사연이 그   결혼을  이룬 것이다.  지금도  후암동에서는 이 사실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유명한 쌍과부댁 과 그 아들의 결혼이야기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나무들 침묵하다 2023.03.06 (월)
나무 하늘의 교신 뻗은 가지로 한다나무 내민 손 새들을 훔친다나무 저 미친 나무들 제 그늘로 주리를 튼다나무 우듬지에 새 둥지를 흔든다나무 나이에 걸맞은 높이와 넓이로 자라 생성하는 둥근 것 들을 맺는다나무 제 그늘 사람이 즐겨 찾게 한다나무 해와 달과 그림자 놀이한다나무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나무들 이 많은 사단을 벌여놓고도누가 물으면 그저 침묵침묵이다.
김회자
미나리와 파김치 2023.03.06 (월)
상반된 이미지의 미나리와 파김치는 둘 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집에 있을 땐 파김치가 되어 축 늘어져 있다가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즉시 생기가 돌며 파릇파릇한 미나리가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이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 친구가 아닌 울 엄마이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딸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을 정확히 간파하신 훌륭한 어머니로 꽤 인기 있는 우리들의 엄마로 통했다. 감기와 몸살로 이틀 앓고 있으면 울 엄마는 삼 일째...
예함 줄리아헤븐 김
기적 같은 인연들 2023.03.06 (월)
   50살 생일 선물로 줄 멋진 센터피스 꽃 장식을 골라 들고 득의 만만한 얼굴로 계산대로 오던 손님이 갑자기 발길을 멈춰 섰다.근래에 나온 활짝 핀 하얀 서양난 세 그루가 예쁘게 심겨진 화분에 멈춘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들고 있던 센터피스를 제 자리로 가져다 돌려 놓고, 그 서양난을 들고 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서양난이고 값은 두 배나 비싼데 괜찮겠냐고 하니 왜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짜라 하냐며 장난치지 말라고...
이은세
선운사에서 2023.03.06 (월)
억겁의 세월을 담고침묵하고 있는 검은 초록 연못천 년의 혼으로 켜켜이 쌓은 겸손한 토담 숨쉬기도 바쁜 속세의 삶풍경 소리 잠시 놓아두고 가라 하네포근히 안아주는 어머니 품 같은 선운사근사한 詩語 하나 건져갈 것 없나 하는 이기심에탁한 머리 식히고 가라는 자애로운 부처의 미소도 외면한 채동백꽃과 꽃 무릇 때 맞춰 오지 못한 것이 못 내 아쉬워경내를 건성으로 돌며 고색 찬란한 사찰 분위기를 두 눈에 넣기만 바쁘다설 자란...
김만영
나는 클래식 문외한이다. 평생 즐겨 들은 클래식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과 비발디의 사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로 들려주고 어느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합창 교향곡은 구분하지만, 베토벤의 곡과 모차르트의 곡은 가르지 못하는 귀를 가졌다. 이렇게 듣는 귀가 없는 사람을 “막귀”라고 한다. “클알못”은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클래식 듣기에 입문한...
김보배아이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백철현
   거대한 돈의 위력을 등에 업고 세상의 부조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우리 삶의 고유한 영역까지 파고들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데도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여전히 우리의 삶과 사회 속에는 돈으로 가치를 측정하고 거래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옳은 말이지만 사랑도 우정도 돈이 있어야 표현할 수...
권은경
세상에 내린 눈물 2023.02.27 (월)
눈물은 슬픔이요 사랑이라눈물은 감사요 용서라눈물은 빛이요 생명이라눈물은 가슴이요 바다라세상 욕심 하늘을 찔러거짓 속임 빗발쳐울분과 분노의 고열로불신과 절망이 목을 죄검은 세력 헤집는 세상어둠은 슬픔에 얼룩져눈물의 강가를 출렁이더라이제 금저 만치용서의 바다에 내려사랑의 바람 타고감사의 노를 저어생명의 눈물로 헹궈시든 세상을 건져 내가슴의 바다에 눈부셔 가리라
백혜순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