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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미가 허 억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21 11:36

나는 이번 고국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편의 수필을 구상했다.  지난 50년간의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하면서 “달려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고국의 화려한 발전상을 찬양하고자 마음속으로 취재에 나섰다.


그런데 떠나기 하루 전 북한에서 500발의 포탄을 서해바다에 퍼부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NLL(Northern Limit Line)을 넘어온 100발의 3배로 300발을 쏘아 보냈다.  안보(安保)에 관한 큰 관심을 가지고 4월 2일(한국시간) 서울에 도착했다.  


그러나 포사격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내가 먼저 관심을 표명했더니 “이때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별일 아니다”는 것이 서울에 사는 친척들의 반응이다.


김포한강신도시에는 새로운 아파트가 수도 없이 들어섰다.  지상에 있던 단독주택은 모두 하늘높이 올라간 아파트로 흡수되고 지상의 남은 땅은 다 도로를 내는 데 사용한 듯.  4차선 또는 8차선의 도로가 거미줄처럼 뚫려 있는 데 조금 한가한 거리에서는 사람은 물론 차량까지도 빨간불에 그냥 통과하고, 추월하는 차량은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너무도 위험하게 뛰어든다.  모두 다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는 것이 몸에 배어서 안전은 전혀 관심 밖이다.

우리는 2박 3일 남도역사문화탐방여행을 떠났다.  국회의원, 언론인, 한중일(韓中日)의 저명한 학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점심, 저녁은 그 지역 군수 또는 도지사가 냈다.  고령, 김해, 순천, 광주, 나주, 해남, 그리고 강진을 거쳐 사국시대(가락국 포함)의 유물을 둘러보았다.  서울로 오는 길은 밤중이었는데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갑자기 섰다.  휘발유가 떨어졌단다.  계기가 고장나서 휘발유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모르고 떠났다고.  모두 다 달리는 일에 바빠서 안전점검을 할 겨를이 없다.

4월 16일, 참으로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처음에는 너무도 큰 사고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한 아픔을 느꼈다.  수학여행 가는 고2 학생들, 그들은 움직이면 위험하다는 선원들의 말만 믿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밀려드는 바닷물 속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이다.  


추악한 기성세대의 철없는 행동이 순수한 미성년학생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다.  전 국민은 애통했다.  가는 곳마다 무책임한 선장을 사형해야 된다고 여론이 들끓는다.  모든 여객들을 다 구조한 다음에 배를 떠나야 할 선장이 여객들은 배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하고 자기는 먼저 뛰어내리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일벌백계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선장만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1년 치 월급을 주지도 않고 안전기준의 2배 이상 화물 적재를 강요하고 허위보고 하도록 조정한 사장은 물론 회장에게도 무한 책임이 있다.  이것이 그들만의 책임일까?  뇌물을 받아먹고 안전검사도 하지 않은 채 통과시켜준 감독기관에서 일하는 해양수산부 출신들은 어떠한가?  이것이 어디 해양수산부에 속한 사람들만의 일인가?  총체적으로 부패되어 있는 전체 한국사회의 결과물이 아닌가.


가엽게 죽어간 젊은 영혼들은 부르짖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들의 슬픈 죽음을 헛되이 묵과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안전한 나라, 부정부패가 날뛰지 않는 나라, 돈보다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울부짖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7층짜리 신축건물이 20도나 기울어져 있고, 전철 사고는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붕괴위험에 있는 건물이 200동도 넘다는데 높은 아파트에 3층 추가 수직증축을 논의하고 있는 안전불감증 환자들,  건물이 서 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 위에 증축을 하다니.  


나는 현 정부 및 국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모든 뇌물의 공여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대가성이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막론하고 30배 또는 50배로 벌금을 내게 하고 그 직위를 박탈한다.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앞날은 결코 암울하기만 할 따름이다.


둘째, 모든 기관에서 철저하고 실용적인 재난구조 매뉴얼을 제정토록 한다.  긴급상황하에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셋째, 철저한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군인이 전쟁에서 조국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무서운 훈련을 통한 철저한 군인정신에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은 계속 달려야한다.  두발 자전거는 속도를 급격히 줄이면 쓰러지고 만다.  한 번 넘어지면 경쟁자들은 우리를 밟고 비웃으며 지나갈 것이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머리 위도 살피면서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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