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밴쿠버한인문협/수필] 밴쿠버의 봄

장성순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11 10:33

 밴쿠버에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머리카락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퇴직까지 하게 되었다. 내 생애 황혼의 종착역이 되어버린 밴쿠버, 그누가 수만 리 이국땅  캐나다에서  살아가게 만들었을까? 가끔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계절은 쉼 없이 변화한다. 겨우내 물안개 서린 비를 내리던 겨울이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간다. 이제는 봄의 생동감이 봄 손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야흐로 초록의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연두 옷을 입고 차가운 땅속에서 생명의 물질을 하던 뿌리들이 더욱 힘을 쓰는 계절이다.

 밴쿠버의 봄은 이름을 다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꽃이 피어 아름다움과 향기를 뽐내는 화려하고 상쾌한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女性의 계절이라 한다. 그윽하고 포근한 꽃향기가 겨울 같은 이민 삶에 위로가 되고 꿈을 갖게 한다. 앞마당에 살얼음 속에서 달리아꽃망울이 탐스럽게 피어나기 시작 했다. 2~일 동안 피었다 지는 발리꽃은 색색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겨울 그림자를 지우려 애쓰고 있다.

 다알리아꽃은 “내가 봄을 데려왔노라.”고 으쓱하며 화사한 미소로 정원을 장식한다. 옆집 개나리 나무에 꽃망울이 총총 맺히기 시작했다. 봄꽃들이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가며 꽃동산을 만들겠다고 열심히 물질하는 봄이다.

 비를 내리던 구름이 봄 햇살에 기죽어 슬며시 높은 산을 넘어 사라졌다. 따스한 봄볕이 추워 웅크리고 게으름을 피던 동물들에게 생명력을 주는 계절, 봄은 다른 계절과 비교 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닌 절기다.

 그것은 생명수가 고갈된 나무에 활력을 주고 동물에게는 번식할 수 있도록 힘을 준다. 특히 인간에게는 겨울의 저하된 정신력과 침체한 마음에 생동감을 주고 정서적으로 꿈에 부풀게 한다. 그래서 봄은 4 계절 중 생명의 계절이라고 한것이 아닐까?

 밴쿠버의 지루한 겨울의 자취가 사라지고 싱싱하고 풋풋한 봄으로 단장하면서 다시금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한다.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할 퀸엘리자벳 파크는 벌써부터 꽃단장이 한창이다. 이 공원을 찾는 모든 사람의 사연을 들어주어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주는 힐링 공원, 빛바랜 추억과 현실의 행복을 심어주고 이별의 아픔도 치유해 주리라.

 봄은 내 가슴에도 달음박질로 다시 찾아왔다. 오랫동안 가까이 두고서도 마음먹고 이 공원에 올라가 사진 한 장 찍어보지 못하고 각박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올해엔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꼭 아내와 함께 올라가 예쁜 꽃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 한 장 찍어 보리라고  마음먹는다. 벌써 밴쿠버의 봄이 내 마음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나무들 침묵하다 2023.03.06 (월)
나무 하늘의 교신 뻗은 가지로 한다나무 내민 손 새들을 훔친다나무 저 미친 나무들 제 그늘로 주리를 튼다나무 우듬지에 새 둥지를 흔든다나무 나이에 걸맞은 높이와 넓이로 자라 생성하는 둥근 것 들을 맺는다나무 제 그늘 사람이 즐겨 찾게 한다나무 해와 달과 그림자 놀이한다나무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나무들 이 많은 사단을 벌여놓고도누가 물으면 그저 침묵침묵이다.
김회자
미나리와 파김치 2023.03.06 (월)
상반된 이미지의 미나리와 파김치는 둘 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집에 있을 땐 파김치가 되어 축 늘어져 있다가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즉시 생기가 돌며 파릇파릇한 미나리가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이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 친구가 아닌 울 엄마이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딸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을 정확히 간파하신 훌륭한 어머니로 꽤 인기 있는 우리들의 엄마로 통했다. 감기와 몸살로 이틀 앓고 있으면 울 엄마는 삼 일째...
예함 줄리아헤븐 김
기적 같은 인연들 2023.03.06 (월)
   50살 생일 선물로 줄 멋진 센터피스 꽃 장식을 골라 들고 득의 만만한 얼굴로 계산대로 오던 손님이 갑자기 발길을 멈춰 섰다.근래에 나온 활짝 핀 하얀 서양난 세 그루가 예쁘게 심겨진 화분에 멈춘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들고 있던 센터피스를 제 자리로 가져다 돌려 놓고, 그 서양난을 들고 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서양난이고 값은 두 배나 비싼데 괜찮겠냐고 하니 왜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짜라 하냐며 장난치지 말라고...
이은세
선운사에서 2023.03.06 (월)
억겁의 세월을 담고침묵하고 있는 검은 초록 연못천 년의 혼으로 켜켜이 쌓은 겸손한 토담 숨쉬기도 바쁜 속세의 삶풍경 소리 잠시 놓아두고 가라 하네포근히 안아주는 어머니 품 같은 선운사근사한 詩語 하나 건져갈 것 없나 하는 이기심에탁한 머리 식히고 가라는 자애로운 부처의 미소도 외면한 채동백꽃과 꽃 무릇 때 맞춰 오지 못한 것이 못 내 아쉬워경내를 건성으로 돌며 고색 찬란한 사찰 분위기를 두 눈에 넣기만 바쁘다설 자란...
김만영
나는 클래식 문외한이다. 평생 즐겨 들은 클래식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과 비발디의 사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로 들려주고 어느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합창 교향곡은 구분하지만, 베토벤의 곡과 모차르트의 곡은 가르지 못하는 귀를 가졌다. 이렇게 듣는 귀가 없는 사람을 “막귀”라고 한다. “클알못”은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클래식 듣기에 입문한...
김보배아이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백철현
   거대한 돈의 위력을 등에 업고 세상의 부조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우리 삶의 고유한 영역까지 파고들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데도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여전히 우리의 삶과 사회 속에는 돈으로 가치를 측정하고 거래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옳은 말이지만 사랑도 우정도 돈이 있어야 표현할 수...
권은경
세상에 내린 눈물 2023.02.27 (월)
눈물은 슬픔이요 사랑이라눈물은 감사요 용서라눈물은 빛이요 생명이라눈물은 가슴이요 바다라세상 욕심 하늘을 찔러거짓 속임 빗발쳐울분과 분노의 고열로불신과 절망이 목을 죄검은 세력 헤집는 세상어둠은 슬픔에 얼룩져눈물의 강가를 출렁이더라이제 금저 만치용서의 바다에 내려사랑의 바람 타고감사의 노를 저어생명의 눈물로 헹궈시든 세상을 건져 내가슴의 바다에 눈부셔 가리라
백혜순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