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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아름다운 황혼

앤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24 15:03

어느날 깨어보니  유명해 졌다는 말 처럼 슬그머니 봄이 왔다  우리집 뒷뜰 매실나무에는 아직 두어송이 꽃이 피었는데 뉘집에는 만발을 했다기에 달려가 보았다.  겨울이 왔나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른 계절이 비집고 들어서는 느낌에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나도 한때는 욕망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숨가쁘게  달리듯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은퇴의 나이가 되어 많은 여유를 갖게 되었고, 신체적으로도 한해가 다르게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부지런 하고 깔끔하게 음식을 하고, 활동적이었던 선배님이 칠순이 되더니만, “이젠 음식도 하기 싫어 졌다. 무엇을 하면 손이 굼떠서 잘 되지는 않고 시간만 걸린다. 오래된 헌차가 고장 나듯이 몸 여기 저기가 아프다.”고 하던 말이 이젠 남 일이 아니것 같다.

 이제는 수명이 길어져서 백세시대가 되었다.  백세, 흥미로운 숫자이다. 그러나 은퇴 후 그 많은 숫자를 채워가야 한다는 것에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어떻게 그 숫자를 잘 메워 갈 것인지 은근히 불안해 진다.  노후준비는 사십 세 때부터 해야 한다고 쓴 어느 작가의 책을 오십세 되던 해에 읽으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 하나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이 되고 말았다.

 요즘엔 시간이 되는데로 가끔 양로원에 계신 친지를 방문 한다.  집에 돌아올 때면 왠지  눈물이 주루륵 쏟아 진다. 엊그제만 해도 팔 팔 하셨는데  하루 아침에 폭삭 늙으신 것 같고, 걷는 것도,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남의 손을 의지 해야 되는 것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저려온다.

 “힘이 들어도 할 수 있은데 까지 최선을 다해 딸 노릇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어느 딸을 본 적이 있다. 그 딸은 구십 육세가 되신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낼 수 없다며 자신의 삶을 잠깐 뒤로 하고, 어머님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모시고 있다.  노모는 당뇨합병증에  뇌졸증이 왔었고, 위와 대장의 동맥이 막혀 소화도 잘 안 되고 있지만, 연세 때문에 수술도 못하시는 바람에 식사  전후에 약을 규칙적으로 드셔야 하고, 도뇨관(Catheter)을 하고 계셔야 하기 때문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감염이 되거나 숨을 잘 쉬지 못 하시면 병원에서 며칠씩 계시게 되니 스물 네시간 돌봐 드려야만 하는 것이 고스라니 자기의 일이라고 한다.

 십여년 전에는 목회자이신 아버지가 당뇨 합병증으로 자리에 누우시게 되어 의료계통에서 근부하던 직장을 미리  은퇴를 하고 사 년을  모시었다고 한다. 처음앤 형제들이 다 도와준다고 했었은데 그 땐  처음 당하는 일이라 경제적,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시련이 닥칠 때마다 형제들이 몇이 있어도 자신이 외동 딸로 혼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 지고 벅차서  남 몰래 많이 울기도 하면서 지냈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고  부모님이 나를 효녀로 만들어 주셨고 축복을 받게 해 주신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카나다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제도가 아주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면 집에까지 방문해서 목욕도 시켜주고 집안 일도 거들어 주는등 많은 혜택이 있다. 하지만  자녀가 많건, 평생을 훌륭하게 살았건, 또는 남부럽지 않을 재력과 명성이 있은들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 이겠는가? 문화적인 차이는 물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 땅 양노원에서 외롭게 쓸쓸히 지내는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노후를 어떻게 보낼것인가?”  생각해 본다.

 아직은 프리랜서로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삼일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잘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긍적적인 생각으로 내 자신과 세상을 바라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 노후에 대한 것을 알어보고 준비를 한다.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가지만, 일도 하고 봉사도 하고 보고 싶은 친구도 만나 수다도 떨고 그리고 맛있은 것도 먹고 젊어서 하고 싶었던 공부 그리고  취미도 즐기고 여행도 하려고 한다. 지금은 IT 시대라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도 써야 한다.

 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구십 구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한 이 삼일 앓다가 떠나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인데, 건강하지 않게 구십 구세 까지 지낸다는 것은  너무나 부답스럽고 , 오히려  페를 끼치는 슬픈  숫자일 것 같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라. 뜨는 해도 아름답다지만 지는 해는 더 아름답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내 얼굴을 본다. 그리고 웃는 연습도 해 본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아간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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