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밴쿠버한인문협/수필] 삶의 눈높이

권순욱 수필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08 14:53

주위에 결혼 연령이 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녀들이 눈이 높아서 쉽게 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방을 두고 눈이 높아서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말은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배려가 없이 자기 입장에서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키에르케골이라는 덴마크철학자의 비유에 나오는 이야기 이다.

어느 나라의 왕자가 시골로 사냥을 나갔다가 예쁜 시골처녀를 만나 한 눈에 반하게 되어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자는 신하를 시켜 처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했으나 신분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거절당하고 말았다.

왕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녀를 아내로 삼을 수 있었지만, 그는 자기가 시골 처녀를 사랑하는 만큼 시골처녀도 자기를 사랑해주기를 바랬다. 왕자의 소원은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쌍방 간의 사랑이었다. 자기의 권위와 영광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했던 것이다.

시골 처녀에 대한 사랑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왕자는 어느 날 밤 평민의 옷차림으로 왕궁을 떠나 시골 처녀가 사는 마을로 내려가 물레방앗간을 사서 경영하게 되었다.

열심히 방앗간 일을 보며 방아를 찧으러 오는 시골처녀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과 친절을 베푼 나머지 시골처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고 마침내 처녀는 물레방앗간 청년의 청혼을 받아드려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수고와 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이나 심지어 교회 생활도 서로 눈높이를 맞추며 살아갈 때 평안과 행복이 있게 된다.

우리 부부에게도 밤중에 아이들을 잠제우기 위해 성경이야기를 해 줄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기도하고 이야기 해 주어야 했다

하나님이 인간 예수님으로 오신 것도 죄인들을 위해 아이처럼 되어준 사건이다. 그것은 높고 높으신 하나님께서 낮고 낮은 인간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준 사건이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주신 모습을 간략히 기록하고 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5-8)
 
참으로 하나님은 겸손한 분이시다. 겸손은 원래 헬라어로 humus, 흙이라는 단어이다. 이는 “땅바닥으로 내려간다.” 는 뜻이다. 반면에 교만은 hu pe re pha nos 라는 말로, “다른 사람들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다.”는 뜻이다.

너무나 대칭적이다. 동등함이 아니라 내려가느냐, 올라서느냐 이다. 이는 서로의 눈높이가 너무나 도 다르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눈높이를 보통 사람들은 제 되로 이해하기가 머무나 힘이 든다. 그러나 성경을 읽어가다 보면 이 엄천 난 눈높이를 이해한 사람을 만나볼 수가 있는데 그가 바로 사도바울이다. (고린도후서 9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 당시 바울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 하였으나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얻고자 함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율법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율법아래 있는 자들과 같이, 율법이 없는 자들에게는 율법 없는 자 같이, 약한 자들에게는 약한자와 같이, 여러 사람에게는 여러 모양으로 된 것은 아무쪼록 그 중에 몇몇 사람들이라고 복음에 참여시키고자 함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 눈높이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높낮이 조절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제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데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서로가 다른 눈높이는 상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되돌아오는 그 반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잊고 방황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상대의 눈 속에 내가 담겨있지 않은 한 무엇을 통해서도 나를 확인 할 어떤 방법도 없게 되는 것이다.
 
좋은 것만 보고 찾는 버릇을 두고 우리는 눈이 높다고 한다. 이 말을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위에 거슬리거나 불쾌한 감정을 담아서 사용되는 양면성이 있다.

아무튼 ‘눈높이’는 선한 목적으로 잘 사용하면 신앙의 수준을 업그레드시키는 데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마음에 있는 생각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눈높이가 이 땅 세상에 고정되어 있으면 세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신앙의 눈높이가 하나님께 맞추어져 있으면 비록 땅에 발을 딛고 있어도 삶은 영적으로 고상해진다.

'눈높이 신앙'에서 눈높이가 땅이라면 신앙은 자라지 못한다. 땅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우물 밖의 넓은 세상인 신령한 은혜를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눈높이 신앙' 내 자신의 눈높이는 어디인가? 당장 나타날 현실의 유익을 좇느냐 아니면 내세의 유익을 좇느냐? 목표에 따라 밖으로 관심이 흩어질 수도 있고 내면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

결과도 썩어질 육체를 위한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우선 영혼이 잘 됨 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해지는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지금은 신령한 유익을 위한 삶의 도구로 우리네 신앙의 눈높이가 제대로 맞추어져 있어야 할 때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노년의 삶 2022.09.26 (월)
외롭지도 그립지도 사랑하고 싶지도 않지노년의 삶 그건 바람이 멈춘 호수 같아마치도 아이스러운 삶으로 되돌아가 있는이제 여유로움의 시간을 걸으며온 집으로 되짚어 하루하루 다가가는 길원점 그 시작의 출발점으로깊어 가는 주름은 나를 버리게 하는 선물나이가 들어가는 그리고 얻는 비움격동의 시간을 지나서야 가질 수 있지봄날 새벽 새들이 저리 바쁘게 지저귀는 건사랑을 찾으려고 보내는 아우성울지 않는 새도 어느 곳에선가 평화를...
김순이
속이 빈 조가비 2022.09.19 (월)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 ‘안남’(安南)을 읽고 종교와 인간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소설의 원저자는 크리스토프 바타유이고,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화영 명예교수이다. 이분은 원제인 ‘안남’을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고 명명하였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베트남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1787년의 “떠이썬 운동’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과 루이...
이종구
오후 2022.09.19 (월)
내 시야를 간지럽히는 이 태양을좀 더 쬐게 하여 주시옵소서 노을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나는 철새와 간드러진 아이의 웃음벼랑 끝에 달린 풀꽃의 흔들림까지 아직은 만나 손잡고 사랑해야 할 내 생애의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더 이 햇빛 아래 머물게 하여 주시옵소서.
김경래
   "어우, 짜.김치가 너무 짜.” 19살 딸이 겉 절이 김치를 먹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어떡하지, 요즘 내 입이 이상해…맛을 못 보겠어.” 갱년기가 왔는지 요즘 따라 입맛도 밥맛도 없는 내게 커다란 파도 같은 기억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예전에 엄마에게 했던 말이었다. 엄마가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을 때, 난 엄마의 아픔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음식이 짜다 달다 라고만 투정을 했었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고 “안 먹어.”하면서 밥...
허지수
무궁화나무 2022.09.19 (월)
아침마다 피던 꽃 무더기잎새 푸른 칠월 꽃 피어나면서늘바람 불어올 때까지 수천 송이피고 지고 또 피는 무한 꽃 차례올해도 변함이 없을 줄 알았다몰랐다, 내내 기다려 보아도봄 날에 눈이 나고 잎이 피는그런 찬란한 시간 오지 않고무겁고 어두운 기운만이 온몸을휘감아 버릴 줄 진정 몰랐다팔월이 마루에 다 오르도록이파리 하나 없이 텅 빈 그 자리지난 겨울 답치기로 쳐내 버렸던얼기설기 얼크러졌던 가지는가시 못 되어 점점 박여오는데마침내...
강은소
트럭커의 신세계 2022.09.12 (월)
내가 살아온  지난 70여 년은 과거 어느 시대와 비교가 안 되는 천지 개벽의 삶을 살아온  느낌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서울은  6.25전쟁 이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농경사회의 풍경이 남아있었다. 종로통 도로변에는 기와집이지만 골목에는 초가집들이 있어 가을에는 초가집 지붕 갈이를 하였으며, 거리에는 소달구지가 배추나 장작을 날랐다. 집집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몇 달마다 변이 차면 똥퍼 아저씨가 와서 치워야 했다. 심지어...
김유훈
맷돌 2022.09.12 (월)
긴 세월  갈던 것이 녹두와 콩뿐이랴 어머니                      온갖 정성                 넣고 넣고 돌리시니   그 사랑 눈에 맴돌아빈 맷돌을 더듬네  (임인년 추석을 맞으며)
늘샘 임윤빈
인생의 시계가 황혼을 향해 움직일 때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를 토닥거리며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사랑할 수 있는 날이내겐 정말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시인)오래전부터 허리가 부실해 쉬는 날이면 자주 산책하러 나간다. 침도 맞고 여러가지 한방치료도 해봤지만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는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많이 걸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사람과 마주친다....
이현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