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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행운

이진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14 16:25

얼마 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 지역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는 어느 한인교포가 Lotto의 잭팟(Jackpot)에 당첨되어 거액의 상금을 받았다는 소식이 한인 사회의 신문 통해 크게 알려진 적이 있었다.

이 뉴스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을 거라고 생각된다. 더러는 선망의 마음으로, 더러는 축하의 마음으로 아니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등, 여러 가지 반응들을 상상할 수 있겠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나의 반응은 어떠한가?

우선, 그 편의점 주인의 처지를 상상해 보자. 그도 자기가 태어나 뿌리박고 살던 고국을 떠나  풍요의 나라 캐나다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새로운 생을 개척해 보겠다는 결심으로 이민 왔을 것이다. 눈설고 낯선, 그리고 풍습과 사회구조가 전혀 다른 이역의 땅에서 고정된 직업 없이 출발한 이민 초기의 생활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직업에 대한 선택도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고, 또 언어가 다른 이방인의 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서 가장 시작하기 쉬운 사업의 하나가 바로 영어가 많이 필요치 않은 작은 편의점이다. 그래서 편의점이 많은 신규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사업 중의 하나다. 결국 그 사람도 처음부터 큰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무릅쓰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뜻밖에도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이 찾아왔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나는 그 한인 편의점 주인에게 마음속 깊이 축하를 해주었다.

행운은 사람의 지위고하와 빈부를 차별하지 않는다. 즉 가진 자나 없는 자를 구별하지 않고 찾아온다.
그러면 과연 ‘행운’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행운’의 정의는 사전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행운 또는 기회는 나쁜 것이나 좋은 것이나 하나의 운으로서, 사람의 의지, 의도, 혹은 바램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일어나는 것,” 이라고.

우리는 누구나 그 나름대로 운을 갖고 태어난다. 행운은 행복을 가져올 수 있고 악운은 불행을 갖고 온다고 우리는 흔히 믿는다.  그러나 행운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제각기 다르지 않을까?

나는 조선왕조가 일본에 합병되고 유럽에서는 1차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한 후 히틀러의 제3국이 팽창하던 격동기에 태어났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때도, 우리나라가 36년간의 일제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자주국으로의 형태도 미처 갖추기 전에 북한의 남침으로 민족상잔의 참혹한 전란을 겪고 있을 때도, 나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싸움에 참가하는 것을 면했다. 정전 직후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5천 년 대대로 이어오는 보릿고개를 퇴치 못한 채, 미국이 원조해주는 우윳가루와 석유 냄새나는 안남미로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던 50년대부터 60년대 초의 가난도 경험하였다. 그러던 내가 개인 연 총생산액이 60여 달러에 머물고 있는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이민을 오게 된 것은 내 인생을 뿌리부터 바꾸어 놓은 일대 변화이며 행운이었다.

지금 나는 캐나다에서의 경제적 안정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제2 인생의 삶을 나름대로 마음껏 즐기며 살고 있다.

인간이 지구촌 어느 곳에서 언제 어떻게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내란이 끝이지 않는 아프리카와 끊임없는 종교전쟁의 고장 중동에서 태어나지않은 것과 자기의 국민을 굶기고 압박하며 소수 엘리트만이 권력과 영화를 누리는 인권이 유린당한 땅에서 살고 있지 않는 것 등,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어느 Lotto의 대박보다 더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크게 가진 것 없는 범부이지만, 지금 내가 여기 물 좋고, 공기 좋고, 개인의 권리가 최대로 보장받는 캐나다에 이민 와서 부족함 없이 평화롭게 살고있는 것은 복권에 당선되어 물질적인 부를 얻는 것만큼이나 큰, 또 다른 형태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함을 잊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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