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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거짓말인가? 참말인가?

허억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11 17:05

세상에 공공연한 거짓말이 셋이 있다고 한다.


노처녀가 시집가기 싫다고 하는 것이 그 하나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며칠 더 쉬어 가시라고 하는 것이 또 그 하나요.  
노인이 죽고 싶다고 하는 것이 나머지 그 하나라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노처녀가 아직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 마음속으로는 안달이 났지만, 사람들이 시집 운운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새침한 얼굴로 시집가기 싫다고 빨끈한다.  
시어머니를 좋아하는 며느리가 몇이나 되겠는가?  예부터 고부간의 관계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할 만큼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그런 시어머니가 와서 며칠인지 몇 달인지 모시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젠 가신다고 할 때 더 계시라고 붙드는 말이 얼마나 진심어린 말일까?  
또 늙으신 부모가 자식들에게 이제는 그만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말의 뜻이 무엇일까?  자식들에게 너무 고생을 시켜주니까 미안하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효막심한 자식들에게
비수(匕首)를 던지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얼마 전 전입선 수술을 했다.  요도(尿道)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수술 후 얼마동안 소변보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몸이 오그라드는 듯 아팠다.  계속 이렇게 아프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낳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씨가 몇 년 전 700가지가 넘는 통증을 이기다 못해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  
자기 자신의 면역세포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인하여 피부발진, 관절염, 뇌염, 폐렴 등 증상이 다양한데다 심장에까지 이상이 생기면서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 자살을 택하고 말았다.  참을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지나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물며 무의탁 독거노인으로 몸까지 아프다면 죽고 싶다고 하는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올 것이 아닌가?

 

처녀들이 시집가기 싫다고 하는 말도 요즈음에 와서는 참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좋은 남편 만나서 사랑을 나누면서 자식들 낳아 훌륭하게 키워낼 수만 있다면 누가 결혼을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결혼해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산다 못산다 매일같이 싸워가면서 자식새끼 기르느라 고생은 막심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생활이 막막하다면 얼마나 어려울까?  
예전에는 운명적으로 다 참고 지냈지만 요즈음은 많이 달라졌다.  혼자 좋은 직장 가지고 알뜰살뜰 저축해 가면서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또 남자친구도 하나 곁에 두고 종종 만나면서 자기 자신의 삶을 만끽하다가 늙으면 저축해 놓은 돈으로 양로원에서 평안하게 여생을 마치겠다는 생각이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퍼져있는 듯하다.  

이혼율은 높고 자식을 기르기가 너무도 힘이 드는 데다 노년에는 그 자식들에게 효도 받을 기회조차 없는 세상이니 그들의 생각을 누가 나쁘다고만 말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고 하는 말도 이제는 참말로 변한 듯하다.

 
그렇다면 며느리의 말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무서워했지마는 요즈음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며느리를 위해서 김치를 해다 바치는 시어머니가 많은데 그것도 김치를 해다가 며느리가 사는 아파트 안방까지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  그냥 수위실에 갖다 놓고 전화로 연락해서 가져가라고 말을 해야 된다나.  어쩌다가 아들 며느리 집에 가면 설거지며 아이들 돌보기를 도맡아서 해야 환영을 받는다고.  그러니 며느리로서는 돈 안 드는  가정부를 잠시 얻은 편이니 오랜만에 자유롭게 외출도 할 겸 조금 더 계시라고 말릴 만도 하지 않은가?  이제 며느리의 말도 거짓이 아니라 참말로 변했다.

 

빨리 변하는 세상이다.  과거 50년 동안의 변화가 그 전 5000년 동안의 변화보다도 더 크다고 한다.  우리는  왜 하필이면 이렇게도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고 날마다 방황하며 살아야 하는가?  모든 자연은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을 겪다가 도태(淘汰)되고 만다.  우리도 이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을 잘 이해하고 이에 발맞추어 웃으며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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