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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속삭임

늘산 박병준 pcpak@shaw.ca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12-04 11:53

갈대의 속삭임

                           늘산 박병준

 

갈대는 스스로 춤을 추지 않는다.
갯벌을 지나 달려온 바닷바람이 어루만져야 비로소 몸짓을 시작한다.

갈대는 스스로 소리하지 않는다.
스치는 바람이 귀 기우릴때에야 비로소 속삭이기 시작한다.

갯바람 산바람 늘 불어와도
갈대는, 갈대는 가을바람만을 끌어안는다.

계절이 오는 걸 알고
바람이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걸 안다.

우리만 모르는 갈대밭에서
숨죽여 속삭이는 갈대의 소리를 듣는다.

11월 24일
순천만 갈대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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