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마이야미에 다녀와서

밴쿠버 문협 김유훈 hoon50@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12-04 11:46

지난 10월 중순, 나는 결혼 33주년을 맞았다. 1980년 가을, 우리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설악에서 신혼여행을 보낸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한대 세월이 흐른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파아란 하늘과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이 되면  고국의  가을과  설악산의  단풍이 더욱 떠오르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가 보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낭만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였다. 회사가 오랫만에 나에게 먼 길을 다녀오라 하였다. 내가 갈 곳은 플로리다 주, 마이야미였다. 그 곳에 정박한 쿠르즈 배에 수리용 자재를 트럭으로 배달하는 일이였다.  나는 독일에서 비행기로 밴쿠버 공항에 도착한 물건을 트럭에 싣고 마이야미 까지 가야했다. 직선 거리만 3500마일 , 비행기 타고 6시간만에 가는 거리를 나는 트럭으로 6일을 달려가는 일이다.

밴쿠버에서  애마인 트럭에 올라 달리는 동안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여 아름다운 가을의 경치를 만 끽할 수 있었다. 비록 한국의 가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금년 여름은 어느 해 보다 날씨가 좋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산악지대는 산악 지대마다 단풍으로, 그리고 넓은 들판에서는  가을의 추수가 펼쳐지는 미국의 가을은 한가롭기만 하였다.  그리고 다 베어진 옥 수수 밑둥이는 소들이 먹고 있는 그림은 농촌 모습 그대로 였다.

 어느덧 내 트럭은 세인트 루이스 강을 건너 테네시 주를 향하였다. 미국의 동부인 아팔레치아 산맥은 서부의 산악 지대와 다르고 나무들의 종류도 다르다.  한 여름의 그 울창했던 푸르름은 이제 모두 단풍의 산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 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내트럭이 플로리다 주에 들어서니 그 곳은 가을이 아니라 다시 여름이였다. 날씨가 덥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동안 켜지 않았던 에어콘 스위치를  켜고 마이야미까지 달려갔다.  엿새 만에   도착하고 보니 주말이여서 트럭은 주차장에 세워두고 나는 그 유명한 해안 도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곳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마이야미 해안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땅과 바다를 함께 다니는 투어 버스를 타고 섬들과 해변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바다 한 가운 데 섬에는 고급 주택들과 요트들이  즐비하였는 데 그 가격이 무려 5 천만 불 짜리가 여기저기에 있었고 에리자 베스 테일러와 에디 피셔가  살았던 집도 있었다.

심지어는 독신 여 배우는 죽으면서 그 많은  유산을 25마리 고양에에게 남겨 주었다는 집도 그 섬에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이제 9마리 남았고 변호사가 잘 관리하고 있다는  안내원의 말을 들으니 참 기가 찰 노릇이였다. 나는 이렇게 해안의 경치를 잘 구경하고 다시 버스로 내 숙소인 트럭으로 오는 길에서 느낀 것은 버스안에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물론 나는 동양인지만 새까만 흑인들이 가득 탄 버스안에서는 나만  홀로 이방인이 된 느낌이였다.  마이야미는 두 얼굴의 도시이다. 해안과 가가운 곳에는 백인들의 고급 주택들과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그곳을 벗어난 내륙지역은 흑인들의 도시였다.

 사실 나와 아내는 5년 전 이곳 마이야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비행기타고 와서 호텔에서 하루 보낸 후 바로 쿠르즈 배에 올라 카리비안 여행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지금처럼 시내를 이틀동안  자세히 구경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모를 현실이였을 것이다. 마치 관광객이 밴쿠버 공항에 서 하루 묵고 떠난 것처럼 그리고 밴쿠버에 와 봤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마이야미 해변에서의 둘 째날은 첫 날의 경험을 살려 버스와 경전철을 타고 해안으로 가서 자전거를 빌려 더 많은 곳을 돌며 구경하였다. 정말 영화에서 나오는 비키니 수영복의 아가씨들이 수 없이 많았고 길가에 늘어선 선술집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의 공연까지 어께너머로 구경하며 나도 모르게 관광객들 속에 섞여버렸다.  마치 오래 전 영화에서 본 장면 그대로 펼쳐진 해변의 모습들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

내가 장거리를 다니면 대부분 시골에서  휴식을 보내야 했는 데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에서 주말겸  휴식을 보내니 외로움이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관광객이 되어 눈은 호강하였고 마음은 풍요로움을 가질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약속된 시간에 물건을 무시히 내리고 나는 다시 밴쿠버를 향해 트럭을 몰았다. 우리 트럭은 반드시 카나다로 오는 물건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카나다로 올 물건을 잘 찿아 주어야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다. 만약 카나다로 올 물건을  제 때 찿지 못하면 하루 이틀 아니면 닷 새라도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나는 하룻만에 B.C.주 버논으로  물건이 있어 죠지아주로 가서 물건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 가을의 날씨는 어느덧 쌀쌀한 초 겨울이 되었다. 특히 몬타나의 아침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갔고 도로는 빙판이 되었다. 그리고 B.C. 주 내륙의 3번 도로는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려 여러개의 높은 산을 넘는 데  힘들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노년의 삶 2022.09.26 (월)
외롭지도 그립지도 사랑하고 싶지도 않지노년의 삶 그건 바람이 멈춘 호수 같아마치도 아이스러운 삶으로 되돌아가 있는이제 여유로움의 시간을 걸으며온 집으로 되짚어 하루하루 다가가는 길원점 그 시작의 출발점으로깊어 가는 주름은 나를 버리게 하는 선물나이가 들어가는 그리고 얻는 비움격동의 시간을 지나서야 가질 수 있지봄날 새벽 새들이 저리 바쁘게 지저귀는 건사랑을 찾으려고 보내는 아우성울지 않는 새도 어느 곳에선가 평화를...
김순이
속이 빈 조가비 2022.09.19 (월)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 ‘안남’(安南)을 읽고 종교와 인간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소설의 원저자는 크리스토프 바타유이고,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화영 명예교수이다. 이분은 원제인 ‘안남’을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고 명명하였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베트남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1787년의 “떠이썬 운동’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과 루이...
이종구
오후 2022.09.19 (월)
내 시야를 간지럽히는 이 태양을좀 더 쬐게 하여 주시옵소서 노을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나는 철새와 간드러진 아이의 웃음벼랑 끝에 달린 풀꽃의 흔들림까지 아직은 만나 손잡고 사랑해야 할 내 생애의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더 이 햇빛 아래 머물게 하여 주시옵소서.
김경래
   "어우, 짜.김치가 너무 짜.” 19살 딸이 겉 절이 김치를 먹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어떡하지, 요즘 내 입이 이상해…맛을 못 보겠어.” 갱년기가 왔는지 요즘 따라 입맛도 밥맛도 없는 내게 커다란 파도 같은 기억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예전에 엄마에게 했던 말이었다. 엄마가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을 때, 난 엄마의 아픔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음식이 짜다 달다 라고만 투정을 했었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고 “안 먹어.”하면서 밥...
허지수
무궁화나무 2022.09.19 (월)
아침마다 피던 꽃 무더기잎새 푸른 칠월 꽃 피어나면서늘바람 불어올 때까지 수천 송이피고 지고 또 피는 무한 꽃 차례올해도 변함이 없을 줄 알았다몰랐다, 내내 기다려 보아도봄 날에 눈이 나고 잎이 피는그런 찬란한 시간 오지 않고무겁고 어두운 기운만이 온몸을휘감아 버릴 줄 진정 몰랐다팔월이 마루에 다 오르도록이파리 하나 없이 텅 빈 그 자리지난 겨울 답치기로 쳐내 버렸던얼기설기 얼크러졌던 가지는가시 못 되어 점점 박여오는데마침내...
강은소
트럭커의 신세계 2022.09.12 (월)
내가 살아온  지난 70여 년은 과거 어느 시대와 비교가 안 되는 천지 개벽의 삶을 살아온  느낌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서울은  6.25전쟁 이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농경사회의 풍경이 남아있었다. 종로통 도로변에는 기와집이지만 골목에는 초가집들이 있어 가을에는 초가집 지붕 갈이를 하였으며, 거리에는 소달구지가 배추나 장작을 날랐다. 집집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몇 달마다 변이 차면 똥퍼 아저씨가 와서 치워야 했다. 심지어...
김유훈
맷돌 2022.09.12 (월)
긴 세월  갈던 것이 녹두와 콩뿐이랴 어머니                      온갖 정성                 넣고 넣고 돌리시니   그 사랑 눈에 맴돌아빈 맷돌을 더듬네  (임인년 추석을 맞으며)
늘샘 임윤빈
인생의 시계가 황혼을 향해 움직일 때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를 토닥거리며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사랑할 수 있는 날이내겐 정말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시인)오래전부터 허리가 부실해 쉬는 날이면 자주 산책하러 나간다. 침도 맞고 여러가지 한방치료도 해봤지만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는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많이 걸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사람과 마주친다....
이현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