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스리랑카 <4>

밴쿠버 조선일보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3-27 11:51

무장반군단체‘타밀 타이거’

스리랑카에서 빈민층에 속하는 타밀족 픽커들이 하루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5달러 정도. 이들은 영국 식민지시절 인도 타밀나두 지방으로부터 Tea Plantation에 동원된 노동자들로, 2000여 년전 인도 남부에서 이주해 온 드라비다계 타밀족과 구분된다.

섬 북부를 근거지로 한 이 드라비다계 타밀족은 선주민 싱할리족 우대정책에 반발해 70년 초반부터 싱할리 정부와 무력 대립해 왔다.

종교, 종족, 문화가 다른 이 두 집단의 지리한 내전은 2009년 무장반군단체인 타밀타이거 지도부가 괴멸되면서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 요즘 아랍권에서 휭횡하는 자살폭탄테러의 원조가 타밀타이거였다는 걸 보면 이들의 극렬했던 저항이 짐작된다.

2006년 타밀타이거 조직은 해외에서 가장 큰 타밀족 커뮤니티가 있는 토론토에서 협박과 위협으로 군자금을 강제 모금한 것이 캐나다 인권단체로부터 보고되기도 했다. 이 인권단체는  타밀타이거가 돈을 낼 수 없는 형편의 동족에게 돈을 빌리게 하거나 신용카드 또는 은행모기지를 통해 기부하도록 종용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캐나다 정부는 타밀타이거 조직을 자살폭탄테러, 소년병 등에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100만명 이상의 난민과 1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이 유혈 내전의 후유증이 지금 이 나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쓰나미의 현장 남부 해안

고도가 다시 낮아지기 시작했다. 고도가 낮아지자 기온이 올라갔다. 차 안에서 겉옷도 벗어버리고 운동화도 샌들로 갈아 신었다. 산악지대를 벗어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남쪽 해안가를 달리고 있다. 우거진 야자수와 하얀 백사장이 드문 드문 나타났다. 경관이 좋은 해변에는 어김없이 외국 자본의 고급 리조트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이 남부 해안은 2004년 12월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곳. 도로를 달리다 보면 쓰나미에 파손된 건물들이 아직도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이 그날의 끔찍했던 상황을 전해주었다. 사고 당일 아침 2000여 명을 싣고 해안가를 달리던 기차가 난데없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그 고아들은 지금 정부에서 보살피고 있다는 것과, 그러나 이 지역에 많은 불교 사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사원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 내가 이 기적같은 사실에 의문을 표하자 그는 외신에도 보도되었다면서 정색을 했다. 더 따졌다가는 부처님에 대한 불경이 되므로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지원해 준 쓰나미 경보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해변에서는 잠결에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그리 낭만적이진 않다.


인도와 같거나 다르거나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나 지정학적으로 보나 인도와 스리랑카는 매우 닮은 꼴을 하고 있는데, 여행을 하면서 의외로 소소한 상이점도 많이 눈에 띄였다.

스리랑카는… 공식언어인 싱할리어는 언어와 문자가 힌두어와 전혀 달라 소통 불가. 복식은 인도와 같으면서도 터번은 쓰지 않았다. 인도산 타타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지만 인도처럼 길에 어슬렁대는 소는 볼 수 없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거지도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들이 더 잘 웃고 주거환경도 인도보다 여유롭게 느껴졌다. 커리를 주식으로하는 음식문화는 유사하지만 인도의 로띠(짜빠띠)는 없었다. 여행자 거리 외에는 식당이란 게 거의 없어 식도락 여행에는 F학점. 인도와는 달리 여행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호객꾼들이 없다. 한 달 소득이 한국에서는 하루 수입이라는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나라가 작고 사람들이 순박해서 여행하기는 인도보다 편했지만, 인도처럼 흥미진진하진 않았다. <끝>




<▲도로변의 생선 가게 >
 

<▲그물에 가득한 멸치떼와 현지 주민들 >








<▲도로변에 세워진 한국어교습 입간판.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빵빵 군번의 수난 2023.02.24 (금)
      사람이 늙어 가면서 살림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랫동안 모아 놓은 서류함을 정리하던 중 파일 틈에 끼어 잘 보이지 않아 휴지통으로 버려질 뻔했던 까만 수첩을 발견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방의 의무를 필 했음을 증명해 주는 "예비군인 수첩" 이다. 60년 전 한국을 떠날 때 여권과 함께 꼭 소지해야만 했던 귀중한 물건이다. 하마터면 영원히 잃어버릴 뻔 했던 이 수첩을 대하니 그 때 내가 만난 인연의 얼굴들이 영상처럼...
심정석
진실로신은 존재하시는가땅이 꺼지고하늘이 무너질 제,아무 죄 없는 생명이 묻히고평생 쌓아온 생존의 기물이 무너질 제진실로,신은 어디에 계셨단 말인가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간신히 살아난 어린 소년,검은 가방 속 저금통을 찾아달라 한다저금통 찾아 그 돈으로 집을 사야 한단다소년의 상실감이 창이 되어 가슴을 찌른다시멘트 덩어리, 굽은 철근을 뒤집는 손길에불끈 힘이 솟는다듣는 이, 보는 이의 가슴 속에희망이 노을처럼 번진다신은사람의...
김해영
나는 클래식 문외한이다. 평생 즐겨 들은 클래식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과 비발디의 사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로 들려주고 어느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합창 교향곡은 구분하지만, 베토벤의 곡과 모차르트의 곡은 가르지 못하는 귀를 가졌다. 이렇게 듣는 귀가 없는 사람을 “막귀”라고 한다. “클알못”은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클래식 듣기에 입문한...
김보배아이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백철현
  캐나다에서 살며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운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학교, 운동, 종교 그 모든 활동은 집에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대중교통도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다양한 수단이나 노선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특히 운동을 하는 둘째는 다른 도시로 여기저기 원정 경기를 가기 때문에 꽤 장거리를 운전할 때가 잦은 편이다.먼 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졸리거나 지루한 시간이...
윤의정
잠 못 드는 이유 2023.02.21 (화)
살 껍질 비집고수천 마리 두더지가 소풍을 한다열 손가락 써래질로 밤은 꺾이고들쑤신 탑세기*에 벌건 꽈리 꽃 피었다아프면 퍽퍽 울고나 말지삶 속에 얼기 설기 열 꽃 물집타인과 나 사이 시소를 타고허공만 빠꼼대는 물고기하늘로 오르려만 말고두 발 땅에 있을 때 사뿐 내리면 될 걸허공에 한숨 물고 삿대질 만 하고 있나상념 헤집고 두더지시소 타고 온 밤을 하작인다* 탑세기 : 솜먼지의 충남 방언
한부연
따로 또 같이 2023.02.13 (월)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다. 저녁 준비로 동동대는 내 옆에서 남편은 어느 때보다 협조적인 자세로 하명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거실 유리창을 닦고 바베큐 그릴도 달구고… . 바쁜 가운데 손발이 맞는 손님맞이는 수월하게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손님은 같은 해 밴쿠버에 정착해 한동네에 살던 유고인 프레드락과 수잔나 부부이다. 연배가 비슷한 우리는 긴 세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일상의 애환을 나누고 살아온 귀한...
조정
겨울 앓이 2023.02.13 (월)
겨울은 망각의 푸른 바다를 건너 약속의 봄을 찾아가는 빈 가슴 나그네 긴 회한의 터널 그 너머찬 바람, 서리 다 이겨낸지친 들판에 서서 만나야 할 그 사람                                      찾아야 할 그 사랑잃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배냇그리움에 멀미가 난다 다가올  새봄은 또다시 찾아오는 아픔이겠지나를  죄어오는 망연(忘戀)의 넋일 수 있어 가는...
김석봉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