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358km 걷는 자의 꿈!, John Muir Trail(4)

오정례 vedder526@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0-13 10:58

ohn Muir Trail Sequoia N.P and Mt. Whitney - 대장정을 끝내면서

2012년 8월 22일~ 8월 25일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또 캘리포니아의 젖줄로 캘리포니아에 풍요를 가져다 주는 보배 같은 존재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한국으로 치면 캘리포니아의 백두대간이다.. 해발 3천~4천m급 봉우리가 즐비하며 고봉 15개 중 13개가 이 곳에 군집을 이루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Mt Whitney(4,418m)가 바로 이 산맥에 속한다.





 John Muir(1838-1914) 가 1892년 초대 회장으로 캘리포니아 주에 창설된 야생을 탐험하고 보호하며 지구생태계 자원의 책임있는 사용을 촉구하고 실천하는 세계적인 환경운동 단체인 씨에라 크럽에서 환경보호기금 마련을 위해 1892년에 씨에라 컵을 만들었고 지금 그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남아 있는 구간 중 마지막 Forester Pass(13102ft)다. 고개를 넘기 전  Vidette Meadow를 지나는데 “혹시 한국분아니세요”,라며 가던 걸음을 불러 세운다. 아틀란타에서 세분이Trail을  시작해 두 분은 중간지점에서 포기하고 혼자 완주를 위해 나머지 구간을 홀로 걷고 계시는 분을 만났다. 우리가 출발한지 벌써 15일이 지났다. 트레일을 시작했지만 완주까지 예상치 못한 돌발사항은 아무도 예견할 수가 없다.

Trail을 14일에 끝내고 회사에 출근해야한다는 하이커는 아직도 우리와 앞뒤로 동행을 하고 있다. 말이 만든 길을 사람이 걷는다. 30년 동안 Trail이 만들어졌으며, 우린 마지막 길을 걷고 있지만 Pass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씨에라 그룹은 이곳에서 시작을 한다. 마지막 Forester Pass의 가파른 스위치백을 만드는데도 여러 사람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얼굴로 산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맞바람이 불어 더위도 잠시, 넘어질듯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다 콩 같은 우박을 만났다. 고도를 낮추니 우박이 비로 변하고 방수커버를 꺼내 배낭을 덮어 씌우기를 하루에도 여러번 반복한다. 급경사를 내려오니 이번에는 피곤한 내리막이 계속되고, 이 계곡에 갇혀있는 더운 바람에 옷을 벗으면 곧 찬바람이 시샘을 하듯 등이 시럽다. 바람이 우릴 힘들게 한다. 음식도 알뜰하게 먹어 집 된장, 소금조차 긁어먹고 배는 고프고 애굿은 송어만 찾아 다녔다.







쉬운 길이 내리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쉬운길 어려운길 따로 없다.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하면 붙잡지 않아도 시간은 목적지에 우리를 키타처럼 생겼다는 레이크에 내려놓는다. 비, 천둥, 벼락, 우박, 장대비를 경험했고 오늘은 텐트가 날아 갈 것 같은 바람이 불었다. 4,000미터가 넘는 곳들이라 그런지 날씨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저녁식사는 누룽지 뿐,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강태공이 일인당 3마리씩 21마리의 송어를 줄줄이 가지에 엮어 배낭귀퉁이에 달고 나타났다. 불에 구우면 편하겠지만 모닥불 금지구역이라 굽지 못하고 매운탕을 만들어야 했다.

말린 야채에 소금과 고춧가루 모든 것들이 마지막 식량이다. 탈탈 털어 두 코펠에 나눠 넣고 고산에 살아 살이 단단해 더 맛있다는 송어애찬가를 부르고 머리부터 뼈까지 알뜰하게 먹었다. 누룽지는 한 시간지나면 배가 꺼진다. 그러나 산행시 잃은 입맛에는 구수한 맛이 최고다. 트레일을 걷는 동안 아침기상 시간이 보통 새벽 4시, 5시. 그리고 하루일과는 7시 전에 마치고 저녁을 먹고 씻고 날이 저물면 이야기 할 틈도 없이 짐승처럼 텐트로 기어들어가 자야했다. 내일은 기상이 새벽 3시. 지는 해를 잡아 놓고 셔터를 눌러댄다. 사라진 기억은 사진만이 증명하고 구름이 쉬어가고 있는 4.000미터 넘는 고봉이 이곳에서 5개나 보인다. 눈부신 저녁 노을빛이 거벽을 살아 숨쉬게 만들고 키작은 나무는 짐승 같고 인간인 우리는 작은 들꽃 같다.



추워 일어나기 싫다. 기상이라고 알리는 목소리도 성가시다. 그건 생각뿐 우린 본능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더듬거리며 해드 랜턴을 머리에 끼고 장비를 챙겨 껍질벗듯 텐트에서 나오면 한결같이 대장님이 따스한 아침을 만들어 놓고 식사 3분전을 외친다. 돌아가면서 씨에라 컵으로 배식과 식사를 마치고 먹는 물로 그릇을 행구듯 닦아 마신다.

새벽하늘은 쏱아질듯 모래알처럼 수많은 별들로 가득하다. 멀리서 이미 출발한 불빛이 반짝인다. 다들 괜찮냐고 대장이 자주 묻는다. 쌀쌀한 아침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내공 덕에 대답하는 대원들 목소리가 새벽 공기처럼 신선하다. 한낮까지 계속 오르막 고도를 4,418미터까지 올려야 한다. 고도를 느끼는 대원이 아무도 없다. 단 허기질 뿐이다. 3시쯤 기상하여 04시1분에 출발 스위치백 78개를 지그재그로 돌아서 3시간 만에 Summit Trail 능선에 도착해 배낭은 벗어두고 물과 행동 식을 챙겨 3km의 Summit Trail 능선을 따라 Whitney 정상으로 향한다. 걱정했던 것 보다 너무 쉽게 예정보다 빠른 08시40시경에 우리는 드디어 휘트니 정상에 섰다.

2011년 8월 18시간을 거쳐 하루코스로 Mt Whitney 정상 오른 힘든 기억이 생각나 눈물이 핑 고인다. 그때는 고소가 있어 이 아름다운 공기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내려가야 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혼자였으며 잃어버린 혼돈된 시간을 찾아 꼭 오고 싶었고,  Mt Whitney 정상에 오늘 다시 섰다.



습관은 같은 행동을 만들지만 환경에 의해 지배 되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묻자 저마다 답이 다르다. 토요일이다.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아마도 새벽녘에 포탈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등산의 즐거움은 역시 날씨가 최고다. 흐리고 비온던 날을 뒤로하고 맑고 화창하고 깨끗한  밀리언 뷰를 볼 수 있어 그동안 인고의 시간이 뿌듯하다.  이곳에서 낮잠을 즐기고 싶은데, 걷는 시간은 길고 쉬는 시간은 짧다.

4시간 정도 내려가면 Outpost Camp에서 하루 더 쉬고 다음날 하산하기로 되었는데 유 대장이 제안하길 10마일 하산 길을 단숨에 내려가잔다. 사람답게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햄버거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잖다. 마지막 남은 누룽지 봉 다리가 갑자기 싫어졌다. 이 말을 들은 후 트레일 믹스도 더 이상 목으로 너머 가지 않고 베낭은 자꾸 뒤로 넘어가고 하산 길은 왜 이리 길고 긴지 코끝에서는 햄버거 냄새가 맴돌고 이거야 말로 달콤한 유혹이다.


하산 길을 미친듯이 걸었다.  99구비를 돌아 내려오는 것은 힘들다. 뒤 따라 오시던 아틀란타에서 오신분도 힘드신지 배낭의 허리춤이 거의 벗어나 허벅지에 걸린 것도 잊은 채 묵묵히 걷는다. 모두 한길을 걸으면서 또 다른 꿈을 꾼다. 도시를 생각하니 즐겁지만 다시 계곡의 물소리가 그립겠다. 다시 출발 17시15분에 Whitney Portal에 도착해 꿈같은 220마일에 내려오는 10마일을 더한 230마일을 16박 17일 종주의 대장정을 마치게 되었다.

서로 마음 깊은 감사의 악수를 나누고 꿈같은 시간이 꿈처럼 지나갔다.

2년을 거쳐 계획하고 열정적인 도전을 준비했던 대장정의 John Muir Trail를 마친 지금은 마음속에 커다란 빌딩을 지은 기분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생각과 목적으로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인내심과 자연을 보존하고 산을 경외하는 믿음, 사랑, 의리가 기본이 되었다. 대원들은 서로 선배가 되어주고 동반자이며 서로 존중하고 살펴주어 John Muir Trail의 대장정 완주 할 수 있었다. 평생 기억 속에서 살아 있는 6명의 대원에게 진실한 감사의 이 글을 전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오 정례 ( 서광사 한글학교 교사,밴쿠버 산행방 )                           
사진 추 춘득 ( LA 설암 산악회 전 회장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두고온 고향집 2022.10.24 (월)
꿈과 함께 묻어둔내 고향 그 빈 옛집초가지붕 추녀 끝에참새가족 세를 들고대문간버티고 선 왕거미행랑채의 주인인 듯속살 들난 먹감나무앉은 채 해를 맞고앞마당의 돌담은눈 설게 헐었어도어머니손때 묻은 장독간봉숭아만 피고 졌다꿈길에서 언뜻 본고향집의 저녁녘오 남매 밥상머리이야기꽃 피어나고아버지밥상 물리는헛기침도 들렸다.
문현주
 의자에 앉아 조금 전의 내 모습을 되새겨봤다.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고 고단한 몸이며, 어쩌다 거울 안의 또 다른 나와 마주치면 기억하는 내 모습에 조금씩 느껴지던 변화가 하루하루 다르게 더 빨리 진행하고 있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은 이마 주변으로 제법 허옇다. 볼록 나온 배를 억지로 쑤셔서 넣은 청바지 입은 태 역시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눈가의 주름이야 자연의 현상이라 여겨도 웃는 근육마저 굳어버린 듯 웃는 모습...
김줄리아헤븐
고양이 2022.10.17 (월)
외롭다 생각하고 있는데 한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작은 고양이 약간은 나이가 있어 보인다으레 그렇지만 눈이 예쁜 고양이다쫓아가 한번 안아 볼까 하는데고양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어 어쩌지 하다가 놓치겠단 생각에 따라붙었다고양이는 야옹야옹 대며 계속 걸어간다난 쫓아가지만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다좁혀지지 않는다지쳐가는 나 고양아 기다려고양인 쓱 한번 쳐다보다가 계속 갈 길을 가네좁혀지지 않는 거리 난 어떡하지 뭐 하고...
박락준
 나무는 혼자 섰을 때 아름답다. 나무는 둘이 섰을 때는 더욱 아름답다. 둘과 둘이 어우러져서 피어났을 때 비로서 숲을 이룬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를 포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한 덩어리의 밀집성, 그 따뜻함이다. 건축예술이 잘 발달하여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쳐도 거기 도시와 숲의 조화 없이는 생명이 없는 도시다.기차나 버스로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마음을 끄는 도시를 만난다. 초록빛 분지를 깔고 앉은 조그마한...
반숙자
밤의 나라 2022.10.17 (월)
나 어릴 적 커튼이 쳐진 어둠의 공간엄마는 자거라 소리에별빛 같은 눈은 더 별이 되어어둠 속 파란 풀숲에 나타난토끼가 나타나고 사슴이 뛰어놀았지나도 그들을 따라 마구 뛰어가면달은 나를 자꾸 따라왔어오지 말아 달라 말하지만달은 모를 미소만 남기고 날 밝게 비췄어하얀 토끼와 숨바꼭질하는 사이달은 내 등 뒤에서 더욱 환했어비밀스럽게 만난 토끼도 사슴도 다 달아나면난 진달래가 가득한 곳에서 진달래를따먹으며 달을 노려봤어달은 자꾸...
강애나
외국 나와 사는 이민자가 근래처럼 한국 드라마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시절이 있었을까? 그런데도 한국 땅을 밟고 서 있지 않은 이상,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고향을 향한 향수를 달래는 유일무이한 낙이라고 할 만하다.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 이런 장면을 마주한다. 극 중 어머니가 외출하시기 전 밥상을 차려 놓고 나가시는 장면이다. 끼니를 거를지도 모르는 식구를 위해 엄마가(때론 아버지가) 차려놓은 밥상은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김진아
낙엽 2022.10.12 (수)
우울해진 적이 있나요우리가 왜 바닥에 떨어져 있을까요..모든 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우리 생명의 가는 모습인가요. 가을 바람을 느껴보세요..생명 빛이 흐르는 줄기 뿌리까지 미세한 움직임을 전달해 보세요.저녁 노을이 바닥에 누운 내 몸을 비추면 내 모습이 훨씬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느껴보세요내게 삶의 선택은 없었습니다. 그저 흙과 물을 섞어 찬연히 빛나기만 하다어느 바람 부는 날 오후에 색이 고르는 순리대로...
송요상
빈 듯 찬 듯 2022.10.12 (수)
   5년 넘게 땅속에서 묵었을 매미 소리를 모카커피에 타서 마신다. 오늘 아침 내 특제 메뉴다. 매미 소리는 먹기 좋게, 적당히 분절되어 커피 잔에 녹아 든다. 어떤 소리는 튜브에서 쥐어짜듯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어떤 소리는 톰방톰방 방울져 떨어진다. 짝에게 닿아야 할 노랫가락을 내 잔 속에 빠뜨렸으니 녀석들은 끝내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선율이 흘러나온다. 파가니니인지 텔레만인지, 얼른 기억이 나지...
최민자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