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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km 걷는 자의 꿈!, John Muir Trail(3)

오정례 vedder526@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0-07 14:30

바람의 본질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 얇고,
그들의 쓰인 언어는 사람의 마음으로 보기엔 너무 어렵다.
그리고 그들의 말하는 언어는 귀로 듣기엔 너무 희미하다.
- 존 뮈어 John Muir
- 미국 환경운동가, 1838~1914




오늘이 산행 10일 차 8월 18일, Muir Trail Ranch~Evolution Lake까지 산행시간 오전 6시 15분 ~ 18시 15분 ( 12시간 ) 산행거리는 16.4마일 ( 26.2km ), 하루에 걷는 우리의 평균거리다.
평지 같은 오르막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허리를 감싸며 올라서면 다시 커다란 색다른 풍경이 시야에 펼쳐진다. 계곡 중 단연 King이라 그런가 물줄기가 시원하고 골짜기가 깊어 바람이 제법 쓸만하다. 저마다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은 다른 지역과 달리 웅장하고 높은 고도의 열악한 환경 속에 자란다는 소나무들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넓은 바위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마른 벼락으로 군데군데 타다만 나무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신발을 벗어 배낭위에 얹고 John Muir Trail 중 가장 넓은 강을 건너, 멋진 KIng Canyon이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힘든 내리막을 걷는다. Evolution Lake(3,308m)의 밤은 높은 고도 탓인지 춥다. 늘 아침은 상쾌하다가 한낮의 따스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 구름층을 만들고, 밤에는 비가 어김 없이 내린다. 하늘을 무의식적으로 자주 보게 된다. John Muir Trail을 걷는 자는 다양한 날씨와 함께 걷기에 오랜 기다림 만큼 설렘임도 고비마다 기대도 크다.




John Muir Trail Kings Canyon은 국립공원에서 약 75마일 이어졌다. Kings Canyon 국립공원 안에 있는 The Rae Lakes area, Marie Lake, Upper Basin, Le Conte Canyon, Evolution Valley and McClure Meadow 등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이고 생태계에서도 귀한 곳이다. Ranger Stations이 있는 Evolution Meadow에는 아름다운 금색의 매도우가 깔렸고 그 뒤로 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이 픽은 The Hermit(12,328ft)로 알려졌으며 계곡 바닥 위에서 2, 000ft 이상 상승하여 있는 멋진 모습이 특징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나칠 때마다 자연의 변화되는 모습을 인간의 기억보다 렌즈에 담아낸다. 이 길은 풍광이 좋은 탓인지 지나치는 하이커들 많이 만나고 모든 것이 넉넉해 보인다. 펼쳐지는 앞길만 바라보고 걷다 뒤를 쳐다보면 전혀 또 다른 웅장한 세상이 보인다.




오늘의 산행거리는 20.5마일(32km) Pass가 보인다. Muir Pass 정상에 있는 Muir Hut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데도 발에 돌을 달아 놓은 것 같이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닿을듯 가까운듯 먼 거리다. Muir는 1838년, 스코틀랜드 던버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왔다. 첫째 딸의 이름을 붙인 완다 레이크 (Wanda Lake) 호수 위쪽으로 멀리 Muir Pass가 보인다. 정말 열심히 걷는데 코앞에 있는 Muir Hut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이곳에 오기 위해 정보를 찾다 그림으로만 자주 보았던 Hut에 들어가 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시간을 거꾸로 놓은 듯 환상이 든다. 이 무인 대피소는 존 뮤어를 기리며 1931년 씨에라 클럽에서 세운 것이다. 환경운동가인 선지자적인 영감과 노력으로 오늘날까지도 보존되어 가고 태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다. 이곳에서 유럽 하이커들 두 팀을 만났다. 고도가 높은지 바람이 차다 돌아서는 길에 쉽지 않은 풍경이 참 쉽게 눈앞에 서 있다. 그만큼 인간 세상에서 멀어진 우리도 자연 일부여야 한다. 내려가다 보이는 Helen Lake는 Muir의 둘째 딸 이름이다. 두 딸도 자연을 사랑했을 만큼 햇살에 반짝이는 두 호수도 아름답다. 보글보글 거리는 것이 제법 송어가 있어 보인다. Muir Pass를 넘어 Helen Lake를 돌아내려 오다 작은 Meadow를 지나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보통 미국사람들은 Trail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데 역시 미국인 부부가 위쪽에 곰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왔을 때는 이미 상당히 멀리 간 모양이다. 한번은 곰이 우리 앞을 나타났다 지나가기도 했다. Meadow 부근의 Campsite에 죠스가 나타났다. 지나가는 Hiker들이 갈라진 바위에 조그마한 돌들로 만든 죠스인데 아마 재미로 만든 모양이다. 긴 여정에 잠시 여유를 준다.








너무 힘겨운 탓일까? 비숍 패스(Bishop Pass)로 나가는 삼거리에서 대장님이 원한다면 동전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JMT를 탈출할 수 있다며 탈출할 의사가 있느냐며 동전 굴리기를 한다. 탈출한다 해도 일박 이일을 걸어나가야 하고 나간다고 한들 차도 없고 오히려 타박  걸음이라도 목적을 이루는 게 쉬운 듯이 모두 한바탕 웃고는 누워있던 베낭을 다시 둘러맨다. 12일 차 오늘 12시간 30분 걸었다. 발바닥 살이 밀려 걸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Mather Pass(3,688m), Bench Lake(3,290m)등 고도를 조금씩 높여준다. 내일 넘어야 할 Pinchot Pass( 3,697m)는 John Muir와의 다른 생각으로 자연자원에 대한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개발운동을 주창한 Pinchot의 이름을 딴 9번째 Pass을 넘는다. 생각보다 쉽게 넘었다. 이젠 등짐이나 고도를 올리는 일이나, 어려워질게 우리에게 없다. 다만 배가 고프다. 레이크를 지날 때 마다 낚시를 던져 송어를 확보해 나뭇가지로 걸고 걷는데 혹 생선 비릿내가 곰을 유인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됐다. 높은 고도라 불을 피울 수 없으니 매운탕으로 끓여야 하고 연료소비량이 첫날 많아 연료를 아껴야 만하기에 밥과 국을 함께 넣어 잡탕을 만들어야했다.



어느 하이커는 스토브 없이 스낵과 육포로 무게를 줄이고 Suspension bridge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인도친구는 일반 운동화를 신고 발을 압박붕대로 칭칭 감았다. 힘들어 보인다. 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고의 비싼 초경량 텐트. 옷, 곰통과 배낭을 자랑하는 친구도 있다. 열이 나는 발을 꺼내 찬물에 담글까 아니면 잠시 길에 허리 펴고 누울까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고 싶다. 쉬면 움직이기 싫고 움직이면 언제나 쉴까 기다려진다.
16.6마일을 걷고 잠자리 들었는데 굉음과 같은 천둥소리와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벼락들이 하늘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5시 까지 춤을 춘다. 깨다 자다 반복하고 나니 새벽이 되었다. 오늘은 음식을 공급받는 기쁜날인데 이렇게 천둥과 번개를 치니 작전을 바꿔 대장님과 Brain 둘이 아침도 못 먹고 빗속을 뚫고 약속한 장소로 떠났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왜 그리 마음이 섭섭한지 우리도 얼른 움직여 뒤따라 나섰다. 대장이 없어도 우리는 음식장만을 해야 하기에 송어도 잡고, 밤사이 젖은 옷가지, 텐트를 바람에 말려야 했다.




제법 굵게 내리는 빗속으로 대장을 찾아 약속한 Lower Viedette Campsite로 부지런이 걸었다. Onion Valley에서 만나 음식을 받아 대장이 먼저 떠난 것 같다. 정신없이 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니 트레일 바닥에 화살표와 서명을 발견하고 머물고 있는 캠프장을 찾았다. 라면을 끊이면 멀리서도 곰이 냄새를 맡고 나타난다고 한다. 분명 모닥불 냄새가 바람에 실려 냄새가 나는데 가까운 거리는 아닌 것 같다. 한참을 내려오니 연기와 함께 사람이 보인다.
 잠시 대장님 이야기를 옮겨본다
꼬불꼬불 뱀처럼 꼬부라진 경사길을 내려서서 약속한 삼거리 지점까지 달려오니 12시 아직 후배들이 보이질 않는다. 지나가는 Hiker에게 혹시 Two Korean을 만나면 "여기서 우리를 봤다“ 고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 Backpack의 물건들을 비워 Bryan에게 맡기고 한 장소에서 기다리게 하고 빈 가방으로 후배들을 맞으러 나섰다. 비가 한 방울 떨어지더니 갑자기 우박이 솥아 진다. 그리고는 장대비가 퍼 붙기 시작이다. Bull Frog Lake를 따라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위에서 후배들이 내려온다. 얼마나 반갑고 또 고마운지.
" 저 밑에 같이 내려가서 점심이라도 먹고 가거라"
" 아임니더, 오늘 빨리 L.A. 까지 돌아가야 함니 더" 개인 사업하는 후배들이라서 붙잡지도 못하겠다." 그라마 L.A. 돌아가서 보자마" 빗속에 황급히 돌아서는 녀석들 보니 눈물이 핑하고 돈다. 고맙데이, 조심해서 가거라. John Muir Trail은 긴 여정이라 음식공급을 우린 네 번 받았다, 오늘이 마지막 공급이다. 물자를 나누어 다시 배낭에 넣고 그동안 새우젓도 다 떨어지고 조금 남은 집 된장을 찍어 먹었는데 오늘은 음식이 넉넉해 부자가 되었다. 12마리 송어를 가지에 끼워 불에 구워 먹었다. 처음에 요리조리 뼈를 발라냈는데 지금은 머리까지 다 입속으로 들어간다. 손가락 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고소라고 말한다. 손톱 밑은 저마다 세 까맣게 때가 앉았다
양말도 마르지 않아 저녁에 탈탈 먼지만 털어 자기 전 침낭에 넣고 다시 신고 땀나고 소금기가 밴 몸은 저체온을 방지하기 위해 수건으로 닦고 늘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애를 쓴다. 마지막 구간이 남았다. 4편에 계속




사진 추춘득(LA 전 설암산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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