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백야의 나라로 간다1

김해영 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21 14:04

칠쿳 트레일을 따라서


 칠쿳 트레일(Chilkoot Trail),그 군둥내 나는 이름을 들은 지 7년만에 ‘노스 익스플로러(The North Explorer)’팀을 꾸려 백야의 나라로 향한다.

 2005년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노상에서‘칠쿳’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 이름이 고리타분해서 마치 선사시대 유적지같았다. 파보면 보물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쏠렸으나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건 유콘과 미국 알라스카에 걸쳐있어 ‘너무나 먼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그리 오래 묵혔으니 밴댕이 젓갈처럼 곰삭아 군둥내가 날 만하지도 않은가? 벼르고 나선 길이라 유콘 테리토리의 수도, 화이트호스와 알라스카의 센터, 앵커리지까지 점 찍고 오리라 마음먹는다.

 2012년 1월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해 팀을 짜고 굵직한 예약을 마친 게 3월 하순. 뒤늦게 소식을 듣고 동행하고 싶어하는 벗들이 속출했지만 미안하게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100~200 하던 비행기 요금이 서너 배 뛰어버렸고, 미지의 땅을 탐험하러 가는 길이라 무모하게 대부대를 끌고 갈 수 없어서였다. 부디 이 탐험기가 벗들에게 유용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드디어 7월 20 오후 6시 40분, 탐험대 넷이 화이트호스 행 비행기에 제 키만한 배낭을 싣는데, 사건 발생!

 그동안 유랑객의 지게 노릇을 묵묵히 해내던 배낭 어깨끈이 툭 끊어진다.아차, 무겁지만 75L  짜리 배낭을 메고 오는 건데… . 안 그래도 묵은 연치가 염려되어 수선집에 감정을 맡겼건만 ‘만년묵기’라는 할아버지의 다짐에 큰 배낭을 미련없이 남겨두고 왔었다. 허참, 작년에는 등산화 밑창 떨어지는 사고에 이번엔 배낭끈 떨어지는 사고라… . 에이, 무슨 수가 생기겠지. 완전 야생에서도 문제를 해결(운동화 끈으로 밑창을 질끈 묶고 닷새간 행군함.)했는데, 올해엔 문명사회에 하루 발 들여놓는데 뭘. 근심을 꿀꺽 삼킨다.

 여행은 우연과의 만남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와 직면할 각오가 없다면 길에 나서지 말 일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처하기를 두려워 한다면 늘 익은 얼굴,입에 맞는 음식이 있는 안락한 집과 도시에서 떠나지 말 일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항암치료 끝난 지 반 년만에 야생지 하이킹을, 또다시 일 년이 채 못되어 탐험을 떠나는 내게 유랑의 넋이 깃들었다고. 역마살이 단단히 끼었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머묾은 죽음이요, 삶은 나아감임을… .  떠나는 것은 돌아오기 위함이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야생에 드는 것은 어느 덤불에 떨어뜨린 자아의 조각들을 찾아메고 돌아와 남은 삶의 피륙을 탄탄히 짜기 위해서라는 걸.

 굳이 북녘을 향하는 까닭은 태평양 세찬 바람과 강추위 때문에 나무조차 발 붙이지 못하는 툰드라 지대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과 자연을 만나기 위해서요, 노다지의 꿈을 좇아 높새바람 부는 산꼭대기를 넘나들던 인간의 퇴색하지 않는 개척정신과 욕망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행은 항상 목적으로 했던 것 이상의 소득을 안겨주곤 한다. 때로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기도 하고.

 과거 속에, 준북극권에 나그네로 잠시 들러본 후 돌아온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니 나의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질까? 미지의 땅 북부가 나를 얼마나 담금질해줄지 자못 기대하며 풍선처럼 들떠있는 속마음을 지긋이 누른다.

(칠쿳 트레일: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사적지로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는 국제 국립공원. 1897년 겨울, 다슨 시 계곡에서 금이 난다는 시애틀 신문의 기사를 보고  캘리포니아와 시애틀에서 노다지꾼들이 몰려 들었다. 그러나 도로가 없던 당시 다슨 시까지의 길은 험하고 멀었다. 그래서 틀링깃 부족의 옛 교역로를 통해 발로 산길을 넘고 물길로 배를 이용해 갔다. 1897-1898년 두 해 동안 노다지꾼(Gold Seeker, 와르르 몰려들었다 하여 스템피더Stampeder라고도 부름)과 원주민 짐꾼(Packer)들 20,000여 명이 모여 큰 타운을 형성하고 붐을 이루었다. 트레일 곳곳에 호텔, 전화국, 살롱 등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당시 사용하던 보일러, 주전자, 케이블, 수레바퀴 등의 유적, 유물이 산재해 있다. 이후 화이트 패스 철로가 신설되는 바람에 이 트레일은 폐쇄되었으나 1960년대에 들어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시대의 유적지로 조명을 받고, 1998년 캐나다와 미국 두 나라가 국제 사적지로 지정하였다.

 해발 0에서 시작하여 해발 1067km의 칠쿳 패스를 올라 해발500m의 북쪽 트레일헤드까지 내려오는 53.1km의 트레일. 태평양 연안 우림지대,알파인 툰드라 지대,아한대 수림지대가 빚는 다양한 풍치와 야생식물 및 동물과의 조우 또한 이 트레일의 매력이다. 역사와 자연이 생생히 살아있는 트레일로 세계의 명소이다.

 트레일 헤드는 남쪽에 알라스카 주 스케그웨이 근처 다이아, 북쪽에 캐나다 비씨 주 베넷, 두 군데이나 베넷으로 들어가는 진입도로가 없어 남쪽 트레일 헤드에서 출발. 하루 50명(45명 예약, 5명 walk in) 입장이 가능하며 예약 시 캠프장 예약까지 해야 한다. 보통 4박5일, 5박 6일 간 하이킹을 하고, 매년 트레일 런(Trail Run)을 실시하며 현재 최단 기록은 26시간이다. 트레일 허가와 더불어 트레일 헤드 들어가는 셔틀버스, 하이킹 마치고 베넷에서 나오는 기차와 버스편까지 예약 필수.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넘는 코스이므로 예약할 때와 하이킹할 때 여권과 비자가 필요하다.

 트레일 컨디션: 심한 바람과 늦게 남아있는 눈 때문에 울 모자,두툼한 장갑, 다운 자켓 등 방한의류와 우천 시 대비 방수의류 준비. 특히 칠쿳 패스 구간은 1km 거리에 1000m 이상을 오르는 45 도 경사의 바위지대와 긴 눈밭이므로 백컨추리와 너덜지대에 익숙한, 경험있는 하이커만 도전할 수 있음. 잘 정비된 트레일이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으며, 잘 디자인된 캠프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음. 

 하이킹 취적 시기는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예정보다 하이킹이 더 길어질 수 있으므로 이틀 정도의 비상 식량과 여유있는 일정으로 계획하고, 백팩 무게 줄이기에 유의할 것.)

칠쿳 트레일 사적지 국립공원 웹사이트: www.pc.gc.ca/chilkoottrail
칠쿳 트레일 허가 신청               : 1-800-661-0486 Canada & U.S.
다이아 트레일헤드 셔틀              : Frontier Excursions 1-800-983-2512 
   베넷 트레일헤드 기차/버스 연결      : White Pass & Yukon Railway, Bus 1-800-343-7373

시인 김해영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두고온 고향집 2022.10.24 (월)
꿈과 함께 묻어둔내 고향 그 빈 옛집초가지붕 추녀 끝에참새가족 세를 들고대문간버티고 선 왕거미행랑채의 주인인 듯속살 들난 먹감나무앉은 채 해를 맞고앞마당의 돌담은눈 설게 헐었어도어머니손때 묻은 장독간봉숭아만 피고 졌다꿈길에서 언뜻 본고향집의 저녁녘오 남매 밥상머리이야기꽃 피어나고아버지밥상 물리는헛기침도 들렸다.
문현주
 의자에 앉아 조금 전의 내 모습을 되새겨봤다.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고 고단한 몸이며, 어쩌다 거울 안의 또 다른 나와 마주치면 기억하는 내 모습에 조금씩 느껴지던 변화가 하루하루 다르게 더 빨리 진행하고 있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은 이마 주변으로 제법 허옇다. 볼록 나온 배를 억지로 쑤셔서 넣은 청바지 입은 태 역시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눈가의 주름이야 자연의 현상이라 여겨도 웃는 근육마저 굳어버린 듯 웃는 모습...
김줄리아헤븐
고양이 2022.10.17 (월)
외롭다 생각하고 있는데 한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작은 고양이 약간은 나이가 있어 보인다으레 그렇지만 눈이 예쁜 고양이다쫓아가 한번 안아 볼까 하는데고양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어 어쩌지 하다가 놓치겠단 생각에 따라붙었다고양이는 야옹야옹 대며 계속 걸어간다난 쫓아가지만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다좁혀지지 않는다지쳐가는 나 고양아 기다려고양인 쓱 한번 쳐다보다가 계속 갈 길을 가네좁혀지지 않는 거리 난 어떡하지 뭐 하고...
박락준
 나무는 혼자 섰을 때 아름답다. 나무는 둘이 섰을 때는 더욱 아름답다. 둘과 둘이 어우러져서 피어났을 때 비로서 숲을 이룬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를 포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한 덩어리의 밀집성, 그 따뜻함이다. 건축예술이 잘 발달하여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쳐도 거기 도시와 숲의 조화 없이는 생명이 없는 도시다.기차나 버스로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마음을 끄는 도시를 만난다. 초록빛 분지를 깔고 앉은 조그마한...
반숙자
밤의 나라 2022.10.17 (월)
나 어릴 적 커튼이 쳐진 어둠의 공간엄마는 자거라 소리에별빛 같은 눈은 더 별이 되어어둠 속 파란 풀숲에 나타난토끼가 나타나고 사슴이 뛰어놀았지나도 그들을 따라 마구 뛰어가면달은 나를 자꾸 따라왔어오지 말아 달라 말하지만달은 모를 미소만 남기고 날 밝게 비췄어하얀 토끼와 숨바꼭질하는 사이달은 내 등 뒤에서 더욱 환했어비밀스럽게 만난 토끼도 사슴도 다 달아나면난 진달래가 가득한 곳에서 진달래를따먹으며 달을 노려봤어달은 자꾸...
강애나
외국 나와 사는 이민자가 근래처럼 한국 드라마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시절이 있었을까? 그런데도 한국 땅을 밟고 서 있지 않은 이상,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고향을 향한 향수를 달래는 유일무이한 낙이라고 할 만하다.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 이런 장면을 마주한다. 극 중 어머니가 외출하시기 전 밥상을 차려 놓고 나가시는 장면이다. 끼니를 거를지도 모르는 식구를 위해 엄마가(때론 아버지가) 차려놓은 밥상은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김진아
낙엽 2022.10.12 (수)
우울해진 적이 있나요우리가 왜 바닥에 떨어져 있을까요..모든 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우리 생명의 가는 모습인가요. 가을 바람을 느껴보세요..생명 빛이 흐르는 줄기 뿌리까지 미세한 움직임을 전달해 보세요.저녁 노을이 바닥에 누운 내 몸을 비추면 내 모습이 훨씬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느껴보세요내게 삶의 선택은 없었습니다. 그저 흙과 물을 섞어 찬연히 빛나기만 하다어느 바람 부는 날 오후에 색이 고르는 순리대로...
송요상
빈 듯 찬 듯 2022.10.12 (수)
   5년 넘게 땅속에서 묵었을 매미 소리를 모카커피에 타서 마신다. 오늘 아침 내 특제 메뉴다. 매미 소리는 먹기 좋게, 적당히 분절되어 커피 잔에 녹아 든다. 어떤 소리는 튜브에서 쥐어짜듯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어떤 소리는 톰방톰방 방울져 떨어진다. 짝에게 닿아야 할 노랫가락을 내 잔 속에 빠뜨렸으니 녀석들은 끝내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선율이 흘러나온다. 파가니니인지 텔레만인지, 얼른 기억이 나지...
최민자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