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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전상서

오유순 밴쿠버 한인회장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1 16:48

어머님, 이렇게 속히 제 곁을 홀연히 떠나시게 될 줄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회한뿐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드리지 못한 불효여식을 용서해주세요. 회한으로 오열합니다. 정말 죄송하단 말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 이제 7월부터는 함께 다니자고 새로 갱신한 새 여권을 가슴에 안고 어린애같이 좋아하시던 어머님. 이제 어머님 보고 싶으면 저는 어찌해야 하나요?

어머님은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던 분이셨습니다. 평생을 식구들, 친척들 뿐 아니라 교회와 이웃을 돌보기 위해 한 평생을 사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친척들뿐 아니라 집에 오는 남루한 거지들을 자식처럼 집에 거두시던 어머님, 그리고 우리 집에는 손님이 언제나 그치지 않았지요. 매 주마다 교회 예배 후에는 교회 제직회, 성가대원들, 청년회원들, 장로회, 집사회, 교회손님 등 누구든지 모두 우리 집에 초청해서 즐겁게 대접하시던 어머님.

해마다 장독대에 된장, 간장, 김치는 누구든지 마음대로 퍼 갈수 있도록 늘 충분히 준비를 해 놓으시던 어머님. 교회 성만찬예식 포도즙, 떡 준비는 언제나 혼자 도맡아 하시던 어머님.

그리고 어머님은 저의 가장 사랑하는 어머님이자 연인이자 친구셨습니다. 주위 분들은 제가 ‘어머님의 종교’라고 들 하셨지요. 저 하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어머님! 오늘의 저를 만들어주신 장본인이십니다.

저는 어머님 기도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말씀 드렸지요? 어머님 안 계시면 저는 아무것도 못한다고요. 어릴 적에 제가 조금만 몸이 불편하면 잠자는 저를 가슴에 안고 제 얼굴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시면서 밤새 울며 기도하시던 어머님. 아침마다 무엇이든지 먹여 보내기 위해 대문 밖까지 먹을 것을 가지고 따라 나오셔서 조금이라도 더 먹이시려 평생을 애쓰시던 어머님.

아침마다 제가 집을 나가며 안아드리면 ‘제발 무리하지 말라’고 타이르시던 어머님. 이제 어머님 없이, 어머님 기도 없이, 저는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정말 막막하기만 합니다.

온몸이 쑤셔오고, 온 세상이 도는 것 처럼 어지럽고, 기침이 계속 괴롭히고,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방광이 힘들게 하고, 사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우신데도 저를 보살펴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주시던 나의 어머님, 떠나시던 며칠 전에는 의사 첵업도 하시고 가슴 x-ray도 찍으시고,  의치도 새로 바꾸시고, 떠나시던 날 아침에는 치아 하나를 살리기 위해 루트커넬도 하신 나의 어머님.

잠자리에 드시면서 ‘약 먹었더니 이제 아프지 않으니 걱정 말아’ 하시면서 방끗 웃어주시던 어머님, 저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나요?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어머님 숨을 거두시고 조그만 방에서 어머님과 저, 우리 단 둘이서만 함께 보낸 두 시간. 주님 품 안에서, 그리고 제 품 안에서, 고통 없이 평안하게 쉬시던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저에 대한 근심 걱정 모두 내려 놓으시고 주님의 품 안에서 고통 없이 평안히 쉬세요. 어머님께서 끊임 없이 해주시던 기도덕분으로 주님께서 저를 지켜 주실 것입니다. 이제는 저도 어머님의 본을 따라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벌써 죽도록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님! 벌써 죽도록 불러보고 싶은 나의 어머님!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의 품에서 평안하소서.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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