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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삶의 기술인 감사와 삶의 지렛대인 역경

석창훈 baroqcomty@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05 09:13

낭만주의 화가로 알려진 로제티(D.G.Rossetti)는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풍자한 적이 있다. ‘무신론자에게 최악의 순간은 그가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라고.’ 무신론자의 가장 나쁜 순간은, 진실로 감사하고 싶은 데 감사할 대상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감사는 먼저 하늘에 향해 하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줄 수 있는 표현이겠다. 그렇다면, 신을 믿는 종교인들, 신자들의 최악의 순간은 뭘까? 진실로 감사해야 할 일들은 수두룩 하건만 하늘을 향해 감사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였을까? 밀란(Milan)은 신자들에게 감사(답례)의 의무 보다 더 긴박한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종교인 신자들에게도 감사는 그들의 삶의 수준이나 성숙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소금이 음식에 맛을 주듯이, 감사는 정신 생활에서 소금과 같다. 감사는 불평이라는 독소를 빼내게 해주는가 하면, 탐욕에 사로잡혀 삶이 썩어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도 한다. 바로 감사가 그 일을 한다.

그런 면에서 감사는 효과있는 방부제이며 강력한 해독제이며 최고의 항암제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이모저모로 공격하는 불행감이란 공습에 대한 월등한 방어막도 다름 아닌 감사이다. 그러니까 감사의 마음은 스트레스와 불행과 좌절의 강력한 방어 기제이며 방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점차 낮설게 여겨지게 되었다. 감사란 용어나 주제가 나오면 우선 마음에 부담이 되어버렸다. 여러분은 어떠하신가? 감사라는 주제를 반갑게 다루기 보다는, 심각하게 다뤄야 할 정도로 감사란 우리에게 어색한 대상이 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다루기 어려운 사안이 되었다. 예전 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벌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 보다 온갖 스트레스와 원망과 불평이 생길 소지가 많은 상황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리를 높일런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간과하기 어려운 삶의 지혜를 준다. 그리고 비껴갈 수 없는 인생의 선물이 된다. 왜냐하면 감사는 원망이나 절망을 밀어내고 인내와 희망을 끌어내는 기적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감사는 산수의 덧셈이나 곱셈과 같아서 감사하면 할수록 그 곳에는 크고 작은 기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감사가 없는 삶은 뺄셈이나 나눗셈과 같아서 받은 축복까지도 잃어버린다. 그래서 감사는 삶의 축복의 통로와 같으며 영적 건강을 가져오는 비타민과 같다.

흔히 감사라는 주제를 강조하며 다루면, 이런 볼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살아가는 일도 고된데,감사에 대한 것까지 스트레스까지 주려는가 하는. 그러나 감사는 우리가 제껴 놓을 수 없는 삶의 본질적 요소이다.

웃거나 울지 않고 살아갈 수 없고 판단과 의지 없이 살아갈 수 없듯이 감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 기능인 셈이다. 삶을 알차게 하고 삶을 성숙시키려면 감사라는 단드시 짚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어린 사람이 소위 철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자세가 있는가가 분명 포함되지 않던가.

감사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 수 없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감사는 삶을 값지게 성숙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감사는 잊혀진 삶의 기술인 셈이다.

물론, 남다른 역경에 처하면 감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신이 처해보지 않으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이 준 상흔은 의외로 크고 많다. 이민생활을 오래 해오신 분들은 쉽게 공감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도 역경이 의미있게 삶의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와 맞물려 전하고 싶다. 잊고 싶고 피하고 싶은 그 역경들중에는 서로간의 관계의 제고와 삶의 성숙과 인생의 깊이를 색다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여 길게 내다보면 그 역경이 반드시 삶과 인생에 마이너스만을 준 게 아님을 공감할 수가 있다.

우리 앞서 살았던 시대에서, 큰 역경과 씨름하고 동행했던 이들이 그로 인하여서 많은 업적을 인류에게 선사한 것을 기억하는 일도 시간낭비는 아닐 듯 싶다. 한 시인은 자신의 한 저서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도스토에프스키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간질병과 사형수의 고통이었다.

로트렉을 위대한 화가로 만든 것은
그를 경멸 덩어리로 만든 난장이라는 고통이었다.

생떽쥐베리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를 일생동안 대기 발령자로 살아가게 한 평가 절하의 고통이었다.

베토벤을 위대하게 만든 것도
끊임없는 시련과 청신경 마비라는 음악가 최대의 고통이었다.

고통은 불행이나 불운이 결코 아니다.
고통이란 도리어 행복과 은총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번제물인 것이다.

-강 유일 <아아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中

형언키 어려운 역경이 행복과 은총의 변장된 축복일 수 있다면 오늘 내가 치르고 있는 고통이나 역경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위에 언급된 그 베토벤의 어록으로 알려진 한 문장은 내게 이렇게 읽혀진다.

‘베토벤은 이 땅에서 다른 일은 못해도 음악을 기록할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그리고 삼중고의 장애를 겪은, 그렇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이렇게 후대에게 말하였다.

“내 핸디캡들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나는 나 자신과 내 일과 내 하나님을 발견했으니.” 베토벤이나 헬렌켈러 등 이들 모두 한결같이 역경이라는 씨줄과 감사라는 날줄로 그들의 삶과 인생을 엮어간 것이다.

석 창훈
(수필가 및 번역가, 컬럼니스트, 한국문협캐나다지부회원, 현 바로그교회 담임목사, 전 두레연구원및 주간크리스쳔뉴스위크편집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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