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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10-02 10:38

제임스 킴 변호사의 알기 쉬운 가족법 이야기


밴쿠버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김 씨 부부는 밴쿠버 주택과 미국 투자 자산, 한국 제주도의 작은 휴가용 콘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막내 자녀는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습니다.

다중 유언장 전략(Multiple Wills Strategy)이란 자산이 위치한 각 국가의 법률에 맞춰 별도의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김 씨 부부는 캐나다 BC주 자산을 위한 유언장, 미국 거주 아들에게 상속될 미국 자산을 위한 유언장, 그리고 한국 제주도 콘도를 위한 유언장을 각각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중 유언장 전략은 국경 간 상속 계획(Cross-Border Estate Planning)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여러 국가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각 국가의 법과 언어에 맞는 유언장을 작성하여 서로 다른 법학 용어의 해석으로 인한 혼란과 상속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배우자(Spouse)’의 정의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 민법과 달리 캐나다 BC주의 Wills, Estates and Succession Act(WESA)는 사망 직전 2년 이상 동거한 사실혼 배우자도 법정 상속인으로 인정합니다. 이 때문에 고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거나, 말년에 간병인과 사실혼 관계를 형성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두 명의 배우자가 상속인으로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국과 BC주에 각각 별도의 유언장을 마련해 두었다면, 한국 유언장에는 한국법이 적용되었을 겁니다. 한국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 내 부동산에 대해서는 유류분을 포함한 그 어떠한 상속권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이처럼 다중 유언장 전략은 국가마다 다른 용어 해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해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국가마다 유언장을 작성하면 자산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단일 유언장을 사용할 경우, 한국에 있는 재산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캐나다에서 유언 검증서(Grant of Probate)를 받은 뒤, 그 결과를 번역하고 아포스티유(Apostille) 인증을 거친 후, 상황에 따라 한국 법원에서 추가 승인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다중 유언장을 활용하면 각 국가에서 독립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전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자산 정보의 기밀 유지가 가능합니다. 각 유언장에는 해당 관할권의 자산만 기재되므로, 유언자의 전 세계 자산 현황이 불필요하게 여러 국가에 공개되는 것을 막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유언장에 적용될 준거법(Governing Law)을 명확히 지정할 수 있어 때로는 유류분과 같은 강행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예: 유럽연합 상속 규정).

물론, 다중 유언장 전략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철저한 계획 없이 진행하면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새로 작성한 유언장이 과거에 다른 국가에서 작성한 유언장을 의도치 않게 철회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언장에는 “이전의 모든 유언을 철회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고등법원 판례 Corbin v. The Shepherds’ Trust, 2024 ONSC 4402에서는, 고인의 온타리오 유언장에 담긴 ‘일반적 철회 조항(General Revocation Clause)’이 의도치 않게 이전 이탈리아 유언장까지 철회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온타리오 유언장에 이탈리아 소재 부동산을 처분하는 잔여재산(Residue)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부분적 무유언 상속(Partial Intestacy)’이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탈리아 소재 부동산은 이탈리아의 무유언 상속 규정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한국 민법 역시 명시적 철회 조항이 없더라도,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 저촉된 부분의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109조). 여기서 궁금한 점은, 한국에서 유언장을 작성한 후 캐나다 또는 미국으로 이민 가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했을 때 한국 법원이 한국 유언장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볼지 여부입니다.

한국 민법 제1108조는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유언장이 한국 유언장을 명시적으로 철회하지 않았고,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처분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또한, 설령 한국 유언장이 전부 철회된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캐나다나 미국 유언장에 담긴 잔여재산(Residue) 처분 조항만으로 한국 부동산을 원활하게 처분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법적 해석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이와 별개로, 한국 법원이 해외에서 작성된 유언장과 관련하여 재판 관할권(Territorial Competence)을 가질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부동산(Immovable)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동산이 소재한 국가의 법원이 배타적 관할권(Exclusive Jurisdiction)을 가지므로, 한국 부동산의 처분과 관련한 사안이라면 한국 법원이 한국 유언장과 해외 유언장을 모두 검토하여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한국 국제사법 제76조).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각 국가에서 작성한 유언장들이 서로 의도치 않게 철회하지 않도록 철회 조항의 적용 범위를 해당 관할권으로 명확히 제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각 유언장에 “이 유언장은 오직 [해당 국가] 내 자산에만 적용되며, 다른 국가의 자산을 대상으로 한 유언장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합니다. 이는 다중 유언장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둘째, 다중 유언장 전략에는 채무와 세금 부담 주체를 명확히 지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유언자가 사망하면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와 세금도 남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상속인의 거주지 판정에 따라 전 세계 자산에 대해 한국에서는 상속세(Inheritance Tax)를, 캐나다에서는 사망 시 간주 처분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를, 그리고 미국에서는 유산세(Estate Tax)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여러 개의 유언장이 존재하더라도 캐나다와 미국 세법상 고인의 상속재산은 항상 ‘하나의 유산(One Estate)’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각 유언장에는 어느 나라의 유언 집행자가 어느 국가의 자산을 사용해 해당 국가의 상속세, 양도소득세 또는 유산세를 납부할 것인지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언자의 ‘본적지(Domicile)’ 또는 ‘주 거주지(Primary Residency)’에서 작성된 유언장이 전체 유산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각국의 유언 집행자들은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고, 국가별 은행 계좌를 개설하며,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현지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모든 세금과 채무가 각국의 법령에 따라 정확하고 제때 처리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고 조율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언 집행자의 권한 범위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유언장에 동일한 유언 집행자를 지정한 경우, 캐나다 BC주에서 적법하게 검인(Probate)을 받은 집행자라 하더라도 한국 내 자산을 처분하려면 법적 상속인들로부터 별도의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 유언장에서 임명된 유언 집행자가 캐나다 BC주 내 자산을 처분하려면, BC주 법원에 ‘보조 유언 검인증서(Ancillary Grant)’를 신청해 해당 관할권에서의 집행 권한을 추가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다중 유언장 전략을 활용할 때는 각 국가의 유언장마다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유언 집행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다만, 유언 집행자의 거주지 판단에 따라 유산(Estate)의 세법상 거주지(Residency)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언 집행자를 선정할 때는 집행자의 의사결정 장소가 해외(예: 한국)로 판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문의: CROSS-BORDER WILLS & ESTATES │ (604) 782 4501 │ info@crossborderestate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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