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밴쿠버 랭가라 컬리지에서 ‘Out of Breath’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있었다. 유진벨 재단(Eugene Bell Foundation)이 북한에서 결핵 환자들을 위한 의료활동과 대북지원사업을 보여주는 영화이었다. 놀랐던 것은 100여 명이 모였는데 참석한 이들의 절대다수가 현지 젊은이들이었다. 이 재단은 1996년부터 북한재해로 인해 식량 보내기 운동을 벌였으며, 1997년에 평양적십자병원에 앰뷸런스를 지원하고, 결핵 관련 병원에 결핵약과 x-ray 기계 등도 지원하였고 북한으로부터 대북 결핵 퇴치에 대한 공식 협조 요청이 있어 ‘유진벨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2000년에는 한국에 ‘재단법인 유진벨’ 법인을 등록하여 후원자가 북한의료기관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파트너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함에 따라 결핵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의 바탕을 마련하였고 캐나다 지부(EugeneBell Canada)도 있다. 이후에도 간염의 진단과 예방, 구강, 치과 사업, 일반항생제, 의약품 지원 등 각종 대북보건의료지원을 확대해 시행하였다. 필자는 과거 한국 통일부 장관의 문화. 사회분과 자문위원으로서 북한을 4회나 방문한 적이 있어 현지의 열악한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북한의 결핵 환자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유진벨
재단은 인세반(Stephen W. Linton) 박사가 대북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인세반 박사의 고조부인 유진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가 1895년 조선에 파견되어 교육과 의료 사역에 중점을 두었고, 목포에 정명 학교와 영흥학교, 광주에 숭실학교와 수피아여학교,
광주에 최초의 종합병원인 광주기독병원(현 제중병원)을 세웠다. 이후 유진벨 일가는 세기를 넘어 무려 4대에 걸쳐 한국을 위해 꾸준한 봉사를 하였고
남한에서 시작하여 북한까지 아우르는 선교사역을 해왔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 가운데 하나는, 서독이 단순히 “흡수”만을
생각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동독 주민들과의 인간적·경제적 연결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서독은
정치적으로는 냉전 속 대립이 있었지만, 이산가족, 의료, 재난, 식량 문제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만 다루지 않았다. 한마디로 핵심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개선한다”는 접근이었고 이는 남북한에도 중요한 교훈이다. 그래서 유진벨 재단의 후원은 평화통일의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은 하루아침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신뢰 축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는 남한에 마치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것이다. 뱉어낼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는 그야말로 딜레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서로를 절멸시켜야 할 적대 집단으로만 보지 않고 최소한의 민족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상 통일 자체보다, 통일 이후
함께 살아갈 준비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독일의 사례에서 보고 있다. 아무튼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은 정치적 관계에서도 진실이다.
캐나다는
1970년, 미국보다 9년 먼저 중국과 공식 수교를 했었고 이후 미. 중의 수교를 끌어내는 교량 역할을 했다. 과거 한반도는 선교단체들 사이에
지역 분담이 이루어졌는데 캐나다 선교사들은 함경도 및 북동 지역을 담당하여 의료, 교육, 농업의 개량,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하였기에 북한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캐나다의 경험과 외교 채널이 남한과 북한의 정상적 수교를 끌어내는데 또 하나의 채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문영석의 다른 컬럼
(더보기.)
|
|
|










문영석의 다른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