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캐나다 연방제와 무역장벽

문영석 yssmoon@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5-11-26 08:46


        최근 캐나다 일간지들은 “국내 무역장벽 허물다”라는 기사를 전제하였다. 캐나다 전역에서 모든 주와 준주의 기업들이 자유스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캐나다 상호인정협정(Canadian Mutual Recognition Agreement)’을 11월 19일 옐로우나이프에서 열린 각 주 정부 무역장관 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한 나라인데 각 주정부 간에 무역장벽이 있다는 것은 단일국가 시스템에 익숙한 한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간소화를 이룬 이번 협정은 12월부터 발효되며 이 협정은 식품과 주류를 제외한 모든 상품 판매에 적용되며, 캐나다 기업들은 중복 시험, 인증, 서류 작업을 피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쉽게 접근하고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과 저렴한 가격을 누릴 수 있다. 경제 분석에 따르면 상호인정을 통해 캐나다 GDP가 최대 7.9% 증가하고 연간 최대 2000억 달러가 창출되며 규제 지연을 줄이고 혁신과 성장을 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실제 캐나다 내의 경제 활동에서 ‘보이지 않는 국경’으로 인해 발생한 내부 무역 장벽을 제거한 이번 조치는 캐나다가 사실상 하나의 국내 시장을 구축하는 ‘국내 통합 경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캐나다 헌법(Constitution Act, 1867)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규제 권한이 주정부에 독립적으로 부여되어 있다: 전문직 자격(예: 간호사·의사·교사·엔지니어 등), 무역·사업 허가, 건축 및 안전 규정, 소비자 보호·상품 규격, 운전면허·자동차 규정 등, 캐나다가 하나의 국가이지만, 많은 규제는 ‘국가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그동안 각각 따로 운영되어왔다. 그래서 한 주에서 발급된 자격·허가가 다른 주에서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고 새롭게 등록을 해야 했다. 그동안 각주마다 다른 규제로 인해 국내 거래가 국제 거래보다 더 어려웠던 것을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다변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는 17세기 이래 그 사회를 압도할 만한 절대다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캐나다 건국의 순간부터 영·불 양쪽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상호 공존의 방식을 터득해 왔다. 그러므로 다양한 소수 집단이 모여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상호 간 타협과 협상을 거듭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정치적 중재"의 기술을 터득해 갔다. 종족적. 문화적 이질성은 자연스럽게 지방 분권주의(provincialism)를 만들어내었고 그래서 캐나다 연방제는 이미 100년 전에 이미 ‘유럽연합’(EU)의 모형을 이루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연방제는 더욱 폭넓은 정치적 틀 안에서 국가적 일치와 다양성을 보존하는 정치적 수단이다. 같은 연방제 국가라 하더라도 미국과 캐나다는 다르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지역 연방제와는 달리 캐나다나 벨기에 스페인은 다민족 연방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일한 종족의 정체성이 아닌 집합적 종족 정체성이야말로 캐나다의 ‘정체성’이다. 

         오늘날 캐나다는 형성되어가는 국가적 정체성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모색해야 하듯 퀘벡 민족주의도 인종과 지역에 기반을 둔 민족주의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캐나다는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미래에도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런 다양성 안에서 사회적 통합과 평등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다. 이런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때 캐나다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 평화, 그리고 인간 안보 분야에서 쌓아온 명성과 지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융성했던 국가는 대개 문화적 잡종 성을 용인한 나라였다는 사실을 세계 사는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역사상 강대국들은 외부의 문화 유전자와 혼합하여 결국 강대한 문명적 표준을 세웠지만, 실상은 “문명 칵테일”의 나라들이었다는 사실을 깊이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문영석 교수의 캐나다 바로알기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