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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7-01 09:02

캘리포니아에서 마리화나는 의료용으로 사용이 합법적이다.  의료용이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처방전만 받으면  누구나 구할 수 있다.  그나마 처방전이라는 제약을 두었던 이 마리화나 사용이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오픈이 될 지경이다.

오는 11월 캘리포니아 선거에 마리화나를 ‘기호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민발의안이 투표에 부쳐진다.  의료용이 아닌 일반 마리화나 판매 허용발의안은 마리화나 자유화를 외치는 시민연합,  그리고 마리화나 비즈니스로 부를 확장해 가고 있는 기업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60여만명의 서명을 받아 가주 총무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 주민투표에 오르게 됐다.  이법안의 주요 발의자, 지원자들 중에는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부지사(전 샌프란시스코 시장),  숀 파커 냅스터회장(페이스북 전 회장) 등 막강한 정치인, 경제인들이  있다. 법안의 골자는 21세 이상의 성인이  1온스(약 28g)까지의 마리화나를 소지, 운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마리화나를  6그루까지  집에서 재배할 수 있다.  마리화나 판매세는 15%를 부과한다. 

이 들 합법화 주창자들은 마리화나판매세를 통해 해마다 10억달러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는 콜로라도, 오레곤, 워싱턴, 알래스카등 4개주이다.  캘리포니아는  2010년 비슷한 마리화나 합법화 발의안이 주민투표에 상정돼 반대 53%로 부결됐지만,  이제는 여론도 기호용마리화나 판매 합법화로 기울고 있다. 

기호용 마리화나를 2013년 합법화한 콜로라도의경우 그 해 한해에만 마리화나 관련 교통사고 사망률이 32%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996년 의료용으로만  합법화한 이후 환각운전 사고가 계속 늘어나  1996년 이후 5년 동안 마약복용으로인한 교통사고는 40% 증가했다.

마리화나 합법화 반대자들은 주로 경찰국장 연합회,  캘리포니아 병원 협회 등 경찰과 의료관계자들이다.  이들은 마약운전이 늘 것이고, 마약딜러들은 더 강한 마약을 팔게 될것이라고 경고한다.  운전시 마리화나 복용여부에 대한 측정기계도 완전하지 못한 상태이다.

‘성중립 화장실(Gender Neutral Restroom)’ – 새로 배워야 할 단어이다. 이 팻말이 붙은 화장실 앞에서 일반인은 망설여지거나 불안해진다.  남자, 여자, 장애자 모두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표시이다.  로스엔젤레스  고등학교 과정의 샌티교육센터는 지난 4월부터 성전환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남녀 구분없이  ‘성중립 화장실’을 사용토록 했다.  이 학교의 성전환학생들이 몇명이나 되는 줄은 모르겠지만,  이들 몇명을 위해 수백명 ‘정상’  남녀 학생들이  같은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게 됐다.

아닌 것을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용기가 필요하다.  잘못 만용으로 취급되며 법적인 공방에 말려들기도 한다.   남녀 공동화장실 사용법에 분노한 한 아버지는 페이스북등  SNS 를 통해  화장실 사용은 인권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상식’의 문제라며  남자는 남자화장실, 여자는 여자화장실을  사용토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이 인종, 성적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며 다만 자신의 딸을 성전환자, 게이, 양성애자 등과 함께 화장실을 쓰게 할 수 없다고 애절하게 외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딸들을 ‘남녀공동화장실’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호소도 하고 데모도 하지만 정부지원을 받는 공립학교들은 우이독경이다.  자녀들을 사립학교로 옮기거나, 홈스쿨로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이같은 성소수자 우대 화장실 사용법을 금지하고,  태어났을 때의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토록 법안을 제정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법안 같은데 이로 인해  ‘화장실 전쟁’이  터졌다.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단체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 경제인, 연예인들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 비틀즈 멤버 링고스타 등이 공연을 취소했고,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노스캐롤라이나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상원의원  6명은  미국 프로농구 NBA에 서한을 보내 내년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릴  NBA 올스타전의 개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협박’했다.   코네티컷, 미네소타, 뉴욕, 버몬트, 와싱턴 주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와싱턴DC,뉴욕시 등은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출장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제는 거의 모든 주에서 특히 공공시설에서는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의무화 혹은 추세가 됐다.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성전환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청원한 소송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연방교육부와  사법부는  미국내 모든 공립학교에서  ‘성전환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학교환경을 맞추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에는 화장실 뿐 아니라,  운동선택, 교육기록등 성별이 구분되는 모든 부분에서 성전환학생의 요구를 따를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시대는 다수보다는  그동안 차별받아왔다는 소수가 우대받는 시대,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는 시대이다.  다수는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역차별에 침묵하는 수 밖에 없다.  상식이나 양심보다는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법이 최우선이다.  이같은 시대에 맞추어 살려면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살았던 보편적인 ‘상식’,  ‘양심’을 바꾸어야 한다.  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너 경우처럼  좌절과 불가능을 맛보게 된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어쩌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시대에는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LA통신 2016년 7월2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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