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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있는'패스트 푸드 고르기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6-24 09:14

맥도날드 햄버거와 미주한인들의 애증의 드라마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한인들이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말그대로 '죽치면서' 식당측과 마찰을 빚고 급기야는 한인 연방하원의원이 중재를 나서서 해결을 하는 일도 있었다. 해결의 화두는 '서로 존중'이었다. 맥도날드 이용 한인들은 장사를 해야하는 업주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업주측은 '죽치는' 한인들을 정중하게 대우해 준다는 타협점이다.

그러나 한인들의 '다방문화'는 좀처럼 사그러들줄 모른다.  60년대, 70년대 한국에서 유행하던 다방은 동네마다 거리마다 즐비하던 커피집들을 말한다.  젊은이, 늙은이 할 것없이 약속장소는 다방이었고 커피한잔에 줄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때우던 공간이었다.  그 분위기를 미국에 와서도 실천하다 보니, 많은 햄버거업소들이 '한인다방'들이 됐다. 우스개 소리로 다방이름도 지어졌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맥다방', 버거킹 햄버거는 '킹다방', 별이 그려져 있는 칼스 주니어 햄버거는 '별다방'…  등등이다.  

최근에는 LA 한인타운 '맥다방'에서 한인노인들이 고구마를 가져와 까먹으며 죽치는 행태에 참다 못한 업주측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들 노인들은 1달러도 안되는 시니어 커피를 한잔 시키고, 따뜻한 물을 더 받아서는 커피 두잔을 만들어 정겹게 마시며 집에서 가져온 스낵으로 몇시간을 '개긴다'. 일요일에는 교회예배를 마친 한인들이 '맥다방', '킹다방' 등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정작 햄버거를 먹으러 온 손님들은 앉을 자리가 없다.  스타벅스같은 유명 커피숍은 의자가 불편하고 공간이 좁아 '한인 다방'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  널직하게 편하게 시설을 해놓은 '맥다방'일수록 한인들이 많이 몰려든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혹은 그것마저도 없이 7,8명이 모여앉아 몇시간씩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이들 햄버거집에서의 눈에 익은 풍속도이다.  한인들에게 골머리를 앓는 일부  '다방'들은 한인고객들을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는다.  결국 한인사회 자체에서 식당예절을 지키자는 자정운동도 벌어졌다.
 
그래서인가? 이들 유명 패스트 푸드 햄버거식당들은 '격조있는' 식당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새로운 건강식당업소로 떠오르고 있는 파네라도 한인들의 진출(?)이 심상치 않다. 베이커리,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유명한 이 식당은 맥다방, 킹다방 등보다는 훨씬 분위기나 음식내용이 좋고 어수선한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지 않는다. 햄버거 체인과 마찬가지로 홀에  서빙 종업원이 없기 때문에 간섭없이 장시간 '수다'를 즐길 수 있다.
 
이번주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ACSI)의  발표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식당중에서 가장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격조있는' 곳은  '칙필레'(Chickfil-A)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곳곳의 광고판에  소가 등장해 '닭을 많이 먹읍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선전문구로 유명하다. 동성애 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 이들 동성애 단체들로부터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업소안에서는 항상 가사가 없는 경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찬송가, 복음성가들이다.  패스트후드 식당이지만 종업원들이 음식을 직접 손님 테이블까지 서브를 해주고 팁은 받지 않는다. 식당 구조도 패스트푸드 식당이라기 보다는 고급 레스터랑 분위기가 난다.  미국전역에 2000여개의 매장, 지난해 연간 60억달러의 매상을 올린 칙필레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기반을 둔 회사이다. 이 칙필레가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87점을 받아 패스트푸드 식당 순위 만족도 1위이다.

치킨요리의 원조였던 KFC(켄터키 푸라이치킨)은 튀김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에 따라 하향길을 걷고 있다.  패스트푸드  2위에는 피자전문점 파파존스(82점),  3위에는 한인들의 선호도가 증가한  파네라가 81점으로 리틀 시저스 피자, 올 아도즈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맥도날드는 69점으로 바닥권 17위, 버커킹과 웬디스도 76점으로 공동 13위 하위권이다.  유명 커피점인 스타벅스의 소비자 만족도도 타코벨과 함께 공동 15위에 그쳤다.  만족도 중간권인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서브웨이와 던컨도넛이  80점 공동 6위,  지난해 식중독 파동을 겪었던 멕시칸 패스트푸드 치폴레, 그리고 KFC가 하위권으로 그 뒤를 이었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일반 식당으로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식당은 크랙커 배럴이 1위, 롱혼 스테이크하우스가 2위를 차지했고 로스엔젤레스에도 여러 체인점이 있는 올리브가든이 5위로 중간성적, 레드 로빈이 6위,  레드 랍스터는 8위로 하위권이었다.

패스트푸드는 최근의 웰빙 트렌드와 더불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가 1억여달라를 투자한 임퍼시블 푸즈(Impossible Foods)에서는 내년도에 곡물, 채소, 콩 만으로 만든 햄버거를 출시한다. 고기햄버거와 전혀 맛이 다르지 않다는 획기적인 꿈의 '채소버거'라 불리운다.

패스트푸드의 진화는 고품격, 건강음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는 패스트푸드 예찬론자이다. 그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패스트푸드 레스터랑이 청결도, 가격, 음식맛에서 가장 표준화되고 위생적인 음식이라며 일반 식당이 오히려 불결하고 메뉴나 음식맛에서 가격에 걸맞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최근  한인다수 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일 . 한인 마라톤 동우회가 새벽연습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 뒤 맥도날드에서 다소 소란스럽게 모임을 가지다가 다른 민족 손님들과 언쟁이 벌어졌다. 이에 식당 매니저가 한인들을 식당에서 나가게 했다. 이곳에서는 커피 몇잔을 시킨 한인들이 떡을 가져와서는 테이블에 펴놓고 먹는 모습도 흔히 목격된다. 패스트푸드의 진화와 품격화가 이루어지는 추세에서 한인들의 패스트푸드 매너도 개선하자는 것이 뜻있는 한인들의 의견이다.

2016년 6월25일 토요일 LA통신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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