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공부는 뭐하러해요?”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10-03 11:47

던킨 도넛(Dunkin Donut). 미국에서 유명한 프렌차이즈 도너스 가게.  아는 한인이 이 도너스가게로 취업이민을 왔다.  거의 10년이 걸렸다.  IT 관련 고급기술이나 숙련직이 아닌 이런 허드렛일로 취업을 신청해  미국으로 오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식당주방 헬퍼, 세차장 세차원,  간병인, 봉제공장 보조원… 그야말로 자본이나 경험, 학력이 필요없이 몸으로 때우는 직종,  비숙련 취업이민이 인기다.  2-3년 정도면 수속이 끝난다고 하지만 실제는 5-6년,  그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비숙련 취업이 농장지대나 시골의  닭공장에서 외롭고 험한 일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요즘에는 경향이 바뀌었다.  비숙련 취업비자 따기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 대학졸업에,  멀쩡한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이 다 집어치우고 이 직종을 통해 미국으로 오려고  나서고 있다.  한국을 떠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이다.  지난 3년간 미국국적을 취득한 한국인 이민자  2만9천여명,  캐나다 국적 취득 한국인 이민자가  8천5백여명이다.  중국국적을 딴 한국인도 6천명이 넘어섰다.

한국의  30, 40대 직장인들중 한국에서의 삶의 미래에 회의를 가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가족을 이끌고 미국에 무작정 정착해  영주권 취득을 물색하고 있는 40대 한국인 남자.  “한국은 하루 8시간 근무라지만  실제적으로는 하루 12시간, 15시간까지 일하는 꼴이다.  일 끝나면 술먹어야 하고.  주말 찾아먹기도 힘들고. 아이들 과외공부는 끝이 없고.  대학 졸업시켜봐야 취직할 곳도 없이 막막하고. “ “미국오니 오후 5시면 칼같이 퇴근들을 한다. 저녁마다 가족들과 같이 있게된다. 그 지겨운 회식자리도 없다.  운동할 시간이 있고  몸무게가  20파운드 줄었다.  미래가 없는 삶을 한국에서 낭비할 필요가 없다”  
야근, 충성으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삶의 질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  한국을 떠나는 이들은 그나마 결단을 내릴 조건이 되는 사람들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지요?” 요즈음 한국 교육계의 화두이다.  학생들의 이런 질문에 교사들은 답할 말이 없단다.  수능시험에 맞춤으로 공부잘하고, 대학가서 취직잘 되도록 맞춤 공부잘하고, … 그렇게  했는데 취업도 안되고, 간신히 취업을 하면 기계나 노예처럼 일하다가 적당한 때에 짤린다.  이들 30대, 40대들의  미래가 되는   50대, 60대의 행색을 보면  자신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다.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 하다가 집 한채 건질 때 쯤 퇴출을 당하고,   그 집도 자식들 결혼, 사업자금에 내어주고 나면  빈털털이.  퇴직금으로 통닭집, 빵집, 포장마차 시작했다가  몇년안에 거덜.  그래서 일간지들에는 이번 추석에도 다시 일자리를 찾아 구직대열에 선  50대, 60대들의 사진이 크게  나왔다.  여기저기 연줄도 없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으면  이들의 삶은  평생 열심히 일한 후  빈털털이  장년층으로  남게된다.  그나마  경비원 정도라도 취직을 하면 굿 잡. 그런 뻔한 미래를  당하느니  미국에서 삶의 질이나 높이자 -  그래서 세차장, 간병인, 도너스가게, 햄버거가게 점원으로 비숙련 취업이민이 성황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걸까?  

로버트 D.  울프교수.  매사추세츠 대학의 경제학교수이다.  스탠포드, 예일, 하바드대학을 두루 거친 석학이다.  전공은 마르크시즘 경제학.  그가 진단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생태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도의  말기적 현상들이다.  그의 과격한 개혁론이 점점 더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지난 수십년간 각종  IT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축적으로 인간의 노동생산성은 수십배, 혹은 수백배가 향상됐다.  그러나 이들 개인들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기여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30년전에 비해 오른 것이 없다.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루어진  수십, 수백배의 이익창출은  고스란히 자본주의  주머니로 들어가면서  기업주, 경영주에게 연간 수천만달러씩 배당이 되지만  가장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수십년째 제자리 봉급을 감수하고 있다.  울프교수는  지난 9월13일의 조그만 강연회에서 커피숍 스타벅스 매장의 점원 채용에 대학졸업  여성의 수난모습을 묘사하면서  현재의 말기적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개혁할 폭발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기업주식을 독차지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주주들이나  주식이 없는 일반점원이나 모두  똑같은 1표의 의결권을 갖는 개념의  경제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말기로 오면서 부익부, 빈익빈은 가속화 되고 중산층은 몰락하며,  20대  대학졸업자들은 취업을 못해 무더기로 떠돌고, 식당 웨이터나 ,  커피점 커피 내리는 자리라도 얻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스탠 샌더스 등의 과격한 좌파가 부동의 지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들 기약없는 젊은이들과 무너진 중산층의 분노의 표시이다(힐러리가  재산축적가로서 위선적인 모습이지만  그나마 선택할 다른 인물이 없다).  이들은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 모든 사람들을 함께 포용하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한 기업주, 노동자간의  이익공유제를 강제화하는 것이다(물론 그 이론은 힐러리가 아닌 하바드대학 전총장을 필두로 한 하바드 경제팀이 주도하지만).

미국에서도 대학 4년제 졸업 멀쩡한 젊은이들이 발렛파킹  주차원으로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일 할 꺼면 공부는 왜 했나?”   공부를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사회가 잘못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에 대처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LA 통신 2015년 10월 3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