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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죽을 권리가 있는가?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09-05 17:13

크리스티 오도넬.   올해 47살.  로스엔젤레스 전직 경찰로서 서전트 형사였다.  그후 변호사가 돼 재판전문 변론을 해왔다.  옥스포드대학 방문교수로서 공부도 했다.

지난해 여름,  재판관련 서류를 읽다가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자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상해서 우선 눈부터 검진했는데 정상이었다.  그래서 주치의에게 갔더니 즉시 응급실로 보냈다. 몇시간후 병원에 온 그녀의 20살 딸은 절망적인 소식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엄마, 크리스티 오도넬은 폐암 4기 말기였다.  그리고 종양은 그녀의 뇌로 이미 퍼져 골프공만한 크기로  발견됐다.  눈에서도 종양이 발견됐다.  의사는 약 6개월의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3주에  한번씩 키모세라피와 방사선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의사들에게 들은 그녀의 종말은 “폐암으로 인해 몸의 액체들이 말라갈 것” “뇌종양으로 인한 고통은 매우 심할 것”…크리스티는 결심을 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지 못한채  예정된 끔직한 고통 속에서 강제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나는 그고통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내 딸이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녀는 남은 생을 캘리포니아의  존엄사 법을 성취하기 위해 바치기로 했다.  딸도 엄마의 뜻에 따라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나섰다. “나도 엄마가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볼수 없어요.”

크리스티 오도넬은 똑같은 사례로서  29살의 캘리포니아 여성 메이나드가  뇌암 판정을 받은 후 지난해 오레곤주로 옮겨가 존엄사를 택한 것을 보았다.  미국내에서 존엄사가 허락된 주는 오레곤, 와싱턴, 버몬트, 몬타나주이다.  크리스티는 메이나드처럼 오레곤으로 옮겨가 존엄사를 택하는 것보다 캘리포니아에  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크리스티는 우선 주법원에 소송을 냈다.  죽을 권리를 인정하라는 소송이었다. 샌디에고 슈피리어 법원  판사는 “나에게 당신의 생사를 결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먼저 의회에서 법적으로 정리돼야 할 문제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그녀는 캘리포니아 존엄사 권리 법제정 켐페인에 나섰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있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 주상원 법사위원회에서 그녀는 변호사답게 제안 발언을 했고,  상원 소위원회는 몇시간 만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본회의로 넘겼다.   6월에는 주상원 본회의를 통과해 주하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번  9월1일 주하원 보건 위원회도 이 법안의 제정을 통과시켰다. 크리스티 오도넬이 추진하는 법안은  ‘생의 마감을 선택할 수 있는 법 the End of Life Option Act: SB128’이다.  주하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9월안에 주하원 전체회의에서 가부가 결정돼야 한다.  

이 캠페인을 벌이면서 그녀는 병원에 있기를 거부했다.  치료를 받기 보다는 딸과의 바하마 여행을 위해 병원치료를 중단했다.  두 모녀는 잊지못할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함께  존엄사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주는 뉴욕과 뉴멕시코주이다.

이들 법들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법 Death with Dignity Act’ ‘생의 마지막 선택권리 법’ 등으로 불리운다.  생을 끝내는 주사를  처방받기 전에  두명의 의사의 진단과 평가, 몇차례의 대기기간,  가족의 동의등  여러 걸름장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의 30-50%는 마지막 순간에  죽음의 약물 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존엄사라는 것이 자칫 자살 방조,  존엄사를 빌미로 한 타살의 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안락사(mercy killing)’와  ‘존엄사(death with dignity)’의  의미를 논쟁하면서 이 이슈들도 많이 나왔었다.  더이상 회복 불가능한 질병의 상태에서  단지 생명만을 연장시키는 의료행위를 중단시키거나,  고통을 중단시키기 위해 의학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의료행위 – 어디까지가 자살이고 타살인지, 아니면  자연사인지 정확히 구분해 내기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때문에 법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찬반론자의 공통된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대법원에서 2009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끝내기 위해 환자로부터 보조장치들을 떼는 것을 허락하는 판결을 내렸었다.

오레곤주가  1994년 주민투표로,  와싱톤주가 2008년 주민투표로,  버몬트주가 2013년  ‘죽을 권리법’들을  시행하고 있고  몬태나주도 2009년 주대법원이  의사들의 존엄사 시술을 인정했다.  이제  캘리포니아는 주하원 본회의의 9월내 결정만이 남았고, 만일 부결된다면  존엄사 캠페인 그룹들은 주민투표 발의로 나설 전망이다.  이들은 인간이 삶의 질을  선택할 수 있듯이 죽음의 질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존엄사 반대론자들은 이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살인 행위이며,  과연 환자가 그같은 종말을 원했는지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발전된  의료행위를 통해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고양시켜야  한다면서, 모든 종교적 관점에서는 살인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4년 12월   미국내  21,000 명의 의사들을 상대로 존엄사에 대한 찬반의견 조사에서 54%의 의사들이 찬성을 했다.  2010년의 46%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동성결혼과  마찬가지로 존엄사 논쟁도 결국은 세월과 함께  찬성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에게 행복하게 살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있는지.   아니면 우리의 태어남이 선택이 아니었듯이,  죽음도 선택일 수가 없는 것인지 -  캘리포니아의  9월 이슈이다.
LA통신 2015년 9월5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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