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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 to Kill” 살인면허증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1-28 11:09

지난 화요일 영화동호인 모임.  선배 한분이 늦게 도착하면서 프리웨이가 전부 꽁꽁 막혔다고 한숨이다.   LA일대에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들이 프리웨이를 점거하려고 시도했고 곳곳의 프리웨이 입구, 출구가 폐쇄됐다.  셀폰으로 프리웨이 상황을 들여다보니  LA 인근  모든 프리웨이가 새빨갛다.   차량통행이 막혀있다는 표시다.

밤10시가 넘어  다운타운  101번 프리웨이를 타려다가  뉴스를  들으니  시위대들이  다운타운 지역에서  101번 프리웨이를 점거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뛰어든 시위대로 인해  한밤중의  101번 프리웨이는 남북 차선들이 모두 끔직한 주차장이 됐다.  퍼거슨에서  마이클 브라운이라는 비무장 흑인청년이 백인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후 이날 백인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곳 로스엔젤레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배심이라고 번역되는 그랜드 저리(Grand jury)의  민간인 배심원들은 총격을 가한 백인경관을  기소할  이유가 없다고  판정함으로써  아예  재판의 시작조차  봉쇄해 버린 것이다.  흑인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인은  1,217명.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도 아닌데 … 이중  15세에서 17세 사이 흑인 청소년들이 경찰 총에 죽는 비율은 100만명당  31명으로서 같은 또래 백인청소년 비율  1.5명보다 20배 이상 높다.

FBI의 자료에 따르면  1980 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내에서  경찰 총에 숨진 사람들은  1만2000명에 이른다.  FBI의 요청에 의해 미국내 지역경찰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통계에 따른 것인데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경찰국까지 합친다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2012년 로스엔젤레스 인근  패사디나.  무장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9살 켄드렉 맥데이드 흑인 청년을  총격·살해했다.  그의 시신에서는 아무런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총격후 거리에 너무 오랜시간 방치되면서 숨져 갔다.  그의 마지막 말 “왜 나를 쐈지?”.  그를 쏜 경찰은 잠시 휴직을 당했다가 정상업무로 복귀했다.

1999년 2월. 아프리카 기니에서 이민을 온  23살의 아마두 딜라오는 바람을 쐬러 자신의 아파트 밖을 나왔다가  “손을 들라”는 경찰의 명령을 받고 어리둥절한 사이에  41발의  총격을 받았다. 그는 총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다가  19발을 맞고 숨졌다.  경찰이 그가 총을 꺼내려 했기 때문에 쏘았다고 했지만 그의 몸에서는  지갑만 발견됐다.  총격을 가한 경찰들은  2급 살인혐의에서 모두 무죄 방면됐다.

2004년 브루클린 뉴욕.  19살의  흑인 청년 티모시 스트란베리 는 “깜작 놀랐다”는 경찰에 의해 총격을 받고 숨졌다.  대배심은 이 사건을 '단순사고'로 처리했다.

2013년 3월9일  뉴욕 브룩클린의  16살 키마니 그레이 소년은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나오다가 두 명의 경찰에 의해 7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2006년에는 23살의 숀 빌이 결혼식날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던 중 3명의 경찰에 의해 50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숨진 벨은 비무장이었고 3명의  경찰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 21세기 미국에서 되풀이되는 야만적인 얘기다.

미국전역의  항의 시위와 폭동을 유발시킨  퍼거슨  흑인청년의 총격살해  후에도 12살의 또다른 흑인 소년이  지난주  클리블랜드에서 경찰 총격으로 희생됐다.    이 소년은 공원에서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한 시민이  911로 신고를 했다.  이 시민은 신고에서 소년이 가진 총이 장난감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동한 경찰은 차에서  3번 소리친 후   내리면서  10 피트 앞의 소년을 쏘아 숨지게 했다.  이경찰은 지난 3월에 경찰학교를 졸업한  루키였다.   경찰국장은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누구의 잘못도 아닌 '비극'이라고  말했다.   

살인번호  007, 제임즈 본드만 살인면허증이 있는게 아니다.   미국경찰들도 살인면허가  있는 셈이다.  이들은  피의자에게  총격을 가할 때  탄창이 비워질 때까지 발사한다.  공포사격이나  부상을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닌  “Shoot to kill – 죽이기 위해 쏜다”.

퍼거슨  사태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들은 당시 상황이 총격이 불가피 했음을  설명하며 경찰의 입장을 옹호한다.  마이클 브라운을 총격살해한 경관 다렌 윌슨은  이번주  특집 인터뷰에 출연해  “총격과 관련한  자신의 양심은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과  흑인사회에 또 한번 불을 질렀다.

지난   1992년 LA폭동을 겪은 한인들은 이번주 시위대들이 거리로 나서자 또 불안해 했다.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특히 로스엔젤레스  흑인지역  한인업주들은 긴장했다.    폭동이 일어난 퍼거슨 지역에서는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업체가 털린 모습도  보도됐다.  

LA 레이커스 경기가 있던 스테이플 센터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 시위대는 두 손을 치켜 들고 시위한다.  플래카드에는 “Hands up, Don't  shoot” 라고 쓰여있다.   경찰의 명령대로 손을 들고 있었지만  총격살해된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구호이다.   고국에 있는 '민중의 지팡이'  – 주정뱅이 행패도 받아주는 한국경찰이 그립다.
LA통신 2014년 11월 29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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