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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국전쟁설 – 말세론 비즈니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1-20 17:23

'미국 노아의 방주 , 1차출발 11월20일, 2차 출발 11월27일, 마지막 출발 12월3일…'

방주인데 배가 아니고 비행기를 타란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안전하단다. 왕복권으로 인천출발 샌프란시스코 도착으로 끊고…


한국에서 12월에 전쟁이 일어난다며 노아의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대피하는 사람들 모집광고이다. 약30여명이 지원했다. 캄보디아로 출발하는 그룹도 있다. 어느 목사의 인도로 한국전쟁을 피해 캄보디아로 떠나는데 캄보디아 선교로 갔다가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면 그곳에 계속 머무르는 일정이다.

홍혜선. 12월 한국전쟁설의 주창자. 자칭 선지자. 본인 소개에 따르면 '서울출생, 일본유학, 미국 UCLA 언어학과 졸업, 로스엔젤레스의 풀러 신학대학 선교문화 석사학위'를 했다고 한다 ( 풀러신학대학에서는 홍혜선씨가 풀러 졸업생이 아니라고 발표). 홍씨는 LA의 한 극단에서 연극을 했고 매우 열심히 하는 배우였으며 주변인들과 관계도 좋았고, 로스엔젤레스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했었다고 한다. 천국과 지옥을 800번에서 1000번을 방문했고, 하나님과 직통계시를 한다고 '설'을 푼다. 문제는 이같은 '설'에 마음이 설레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1992년. 로스엔젤레스에 하방익이라는 소년이 왔다. 자칭 선지자. 이사람도 하나님으로부터 직통계시를 받는다고 했다.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말세 종말과 함께 휴거(하늘로 들려올려지는 것)가 온다고 했다. 이날의 휴거와 종말론을 믿는 다미선교회 사람들은 직장을 집어치우고, 자녀들의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집을 팔고, 온가족이 교회에 모여 휴거를 준비했다. 당시 하방익의 설교모임에 취재차 갔었다. 눈섭과 머리카락이 짙은 십대 후반의 소년이었다. 설교단상에서 벽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나님의 직통계시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소리지르며 엎드려 기도할 때 하방익이 어떤 짓(?)을 하나 눈을 크게 뜨고 그를 관찰했다. 그가 잠시 후 '직통계시'를 '설'할때 단상 밑에서 몰래 사진도 찍었다. 참석교인들은 혹은 심각하고, 혹은 울고, 혹은 기뻐했다(자신들만 휴거된다는 믿음에) . 그해 10월28일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한 집회소에 모여서 기도와 찬송으로 울부짖으며 들려올려지기만을 기다렸던 이 선교회 회원들은 자정이 넘도록 계속 땅에 남아있게 되자 머쓱해졌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다미선교회 본부 앞에서 “어디 사람들이 어떻게 공중으로 들려 오려지나”를 보러 나왔던 수많은 인파들이 자정이 넘도록 시꺼먼 하늘을 올려다 봤었다. 한국에만 170여개의 다미선교회가 있었는데 신도들은 충격과 혼돈에 빠졌다. 많이 배우고 믿음도 좋았던 필자의 친구도 다미선교회의 책들을 교회에서 돌리다가 교회 중책 장로와 다투고 떠났었다. 이들 말세론자들의 주장은 항상 설득력이 있는 것이 문제다.

한반도 12월 전쟁설의 배포자 홍혜선이 뜨게 된 계기가 있다. 올해 3월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한달 후 세월호 사건이 나면서 이 애매한 예언이 맞혀진 것처럼 '신통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홍혜선씨는 한국전쟁설에서 '땅굴을 이용한 북한의 침략', '북한이 청와대 지하 땅굴을 이용해 박근혜대통령을 먼저 납치하고 전쟁을 낼 것'이라고 '설'한다. 여기에 공군소장 출신인 한성주장로라는 분이 분당의 한 교회에서 “남침용 땅굴이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대한민국의 지하를 관통하고 있다”며 최근의 롯데월드 주변 싱크 홀, 지하철 싱크홀등이 모두 땅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올해 12월 17일 시한부의'남침론'을 주장하면서 홍씨의 '땅굴남침설'도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 국방장관인 권영해 장로도 '북한 남침 땅굴위기 알림운동 연대'를 시작했다.

그런데 홍씨의 예언처럼 올해 12월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녀의 대답은 어떨까. 벌써 답을 내놓았다. “예언한 대로 되는가 안되는가는 하나님의 마음이다… 우리의 기도로서 전쟁은 예방될 수 있다.”

말세론, 종말론은 시대를 거치면서 계속 옷을 갈아입는다. 베리칩 종말론은 요즘도 개신교인들에게 만연해 있다.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는 컴퓨터칩(베리 칩)이 인간의 몸에 심어지는 때가 말세이고 2013년에서 2016년 사이에 휴거가 일어난다는 '설'은 콜로라도의 한 한인목사(다미선교회 출신)로부터 시작됐다. 개의 몸에 이 칩이 심어지는 것을 보며 이제 말세라고 확신하는 기독교인들이 주변에도 허다하다. 상품에 찍혀있는 바코드가 사탄의 666 숫자라는 '설'은 오래전에 자리잡았다. 로스엔젤레스의 이모목사는 “베리칩의 짐승의 표 666이고, 오바마케어를 통해 666이 인체에 심겨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개신교인들이 이를 믿고 있다. 인터넷이 사탄이라며 그 유명한 인터넷 창시자를 괴수로 의심하는 '설'들도 있다(아이러닉 하게도 이들이'설'을 퍼뜨리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인터넷이다).

가끔 동료 언론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말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마음대로 올려지고 전파된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항상 철칙으로 여기던 정보의 6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은 무너져 있다.

이런 종말론, 말세론 ‘설’들의 전파력은 ‘두려움’에 있다. “너는 죽을 것이다”라는 죽음의 메시지로 사람들을 묶기 시작한다. 일반인들은 콧방귀를 낄 이 종말론 '설'에 가장 잘 넘어가는 사람들이 '믿음이 있다'는 기독교인들이다. “말세야…””죽는대” “사탄이래” ”지옥간데” - 종말론, 예언론자들의 마케팅 툴(tool)은 '죽음'이다.

예수의 마케팅 툴은 '사랑과 평화'이다. 어떤 이가 당신에게 접근하면서 그 도구가 공포와 죽음이라면 일단 거부하는 것이 좋겠다.

LA통신 2014년 11월 22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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