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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11-12 11:06

아름다운 밴쿠버의 늦가을은 해가 뜨면 단픙잎과 함께 너무나 예쁘지만 비가 오면 왠지 조금 어둡고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그럴 때 달달한 고구마 맛탕이나 호떡을 앞에 두고 심심풀이 만두를 빚으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한다면 밴쿠버의 가을은 비가 와도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밴쿠버의 예쁜 단풍은 잠깐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며, 단맛의 군것질은 먹을 때의 즐거움만큼 건강을 염려하게 하고, 만두를 빚는 일은 혼자 하려면 어쩌면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오랫동안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작은 소일거리를 함께 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며 시니어에게도 이러한 대화가 삶에 활력을 줍니다.

아내가 먼저 떠나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다가 아내를 잃은 시니어를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아내와 나이차이도 예닐곱살이나 되고 인간의 수명, 특히 한국인의 수명은 여성이 훨씬 길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어떤 시니어는 자기의 건강을 잘 지켜서 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고자 열심히  이병원 저병원을 다니면서 진찰을 받고 건강관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신이 워낙 건강체질이라고 하면서 병원 가기를 매번 거부하더니 어느 날 몸살 기운이 있는데 잘 나아지지를 않는다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가 병을 알게 되고 결국 그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하시면서 촉촉해진 눈가를  팔목 한귀퉁이의 옷자락으로 닦으셨습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시니어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조금씩 이루어가야 할 일과 꿈과 친구등의 다양한 사회생활이 있으며 중년에는 무엇보다 자녀를 길러야 하는 책임을 갖습니다.  그에 반하여  시니어는 일에서 은퇴를 하였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병을 얻게 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나이와 건강과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제약을 받으므로 자녀가 떠나고 배우자까지 떠나간 집에 혼자 거주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혼자 살기 시작한 후 한달 두달은 아주 평화롭고 편안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움이 찾아오게 되고 삶에 의미를 못 느낀다면 건강에 대한 관리도 소홀해지게 됩니다.  외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장애를 갖게 된다면 노인대학이나 모임에도 스스로 참석할 수 없게 되고 하루종일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고 지내면서 외로움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가정간호(home care and home support)라고 하면 청소(housekeeping), 음식 준비(food prep), 그리고 간병서비스만을 생각하는데 한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동행(companion) 서비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컴패니언'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사람 또는 친구'라는 뜻으로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그 분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지난 2년간의 한인을 위한 가정간호의 경험에서 한인 시니어들은 병원을 방문할 때에 한하여 영어의 도움을 받고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시니어의 산책, 운동, 외출등의 일상활동을 위한 동행서비스는 아주 적은 수였으며 서비스의 신청자들은 교육수준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며 캐나다인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시니어,  또는 캐나다 문화에 익숙한 이민2세대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동행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는 시니어들의 긍정적인 변화는 생각이 점점 밝아진다는 것이며 그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건강관리에 대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적인 활동을 위한 동행 서비스를 받을 때 나누는 좋은 대화로 인한 것입니다.  한인 시니어들이 동행서비스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필요시에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시니어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현재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시니어라면 하루에 한번씩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을 시작하면 좋은데 " 당신이 옆에 있어주어 참 고마워요.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삽시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이 있는 부부사이라면 이 세상 무엇이 부러울까요?   경쟁없는 친구사이, 사랑하는 부부사이, 관심과 존경이 있는 부모와 자녀의 사이에서는 행복을 부르는 대화가 있으며 거리낌없는 부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아쉬움이 있더라도 시니어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삶의 활기를 줄 수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노력을 하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김기연의 노인간호
칼럼니스트:김기연| 무료상담:(604)422-8777
Homepage:www.bcKeystone.com
  • Registered Nurse
  • BC Keystone 대표
  • 김기연 간호사(RN) , 호주 보건학 석사
  • nursekell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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