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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배울 기회가 없다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0-10 10:14

2014년 현재 세계인구는 71억 9천7백만명. 미국인구는  3억1천9백만명.

이들 미국인들 5명 중 한명꼴로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출신국가의 언어를 사용한다.  영어보다 자신의 출생지  모국어를 쓰는 미국 거주자들은 2013년  6100만명으로 2010년보다  약 220만명이 증가했다.  2010년보다는  1500만명,   32%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합법, 불법이민자를 모두 포함한 숫자로서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ACS)가  지난  5년간 조사한 것을 지난주 발표한 내용이다.   

미국 내 가정에서 영어보다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21%에 이르고 이는 2010년의 18%보다 3%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스페인어는 미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국어로서 사용자는 3천8백40만명에 이른다.  그다음이 중국어로서  3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타갈로그어(필리핀 국정언어) 160만명, 베트남어 140만명,  프랑스어  130만명의 순이다.  그 뒤를 이어 한국과 아랍어 사용자가 각각 110만명이다.

5세에서 17세 사이의 미국 어린이들중  5명 중 1명꼴로 가정에서 외국어를 주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전체 주민의 44%가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캘리포니아  어린이, 청소년들중  반이상이  가정에서 영어를 주언어로 사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특이한 것은 외국어를 가정에서 사용하는 6200만 미국거주자들중에  44% 인 2720만명이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들   외국어 사용자 6200만명중  2500만명에 이르는 41%가 영어 구사력 유창하지 않다고 답했다.

타오스호텔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업주 래리 휘튼은 히스패닉직원들로부터 지난주 소송을 당했다.  이들에게 호텔근무시 영어만을 사용하라고 했고,  스페인식 이름 대신 미국식 이름을 만들어 근무중에 사용토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부당해고와 적대적인 근무환경 조성이유로 히스패닉 직원들에게 소송을 당했다.    

미국 내 보수적인 주들은 외국어 사용주민들의 증가로  ‘오직 영어(English Only)’ 정책을 지탱해 나갈 수가 없게 됐다.   영어를   고집하던 이들이 오히려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금융기업,  체이스 모건 은행의 한인타운 지점.  직원들중 반 이상이 한국말을 구사하는 한인들이다.  “할무니한테 항궁말 배웅건데 아직 잘 몬해요” 안씨성을 가진 이 젊은 여직원은 한국말 사용고객들에게 안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한국말로 서비스를 한다. 그래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   

미국 내에서 한국정부가 운영하는 세종학당은 그동안 6개반 800명 수준의 수강생이 올해 10개반 1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에는 한국 인기가요의 가사를 알아듣기 위해 수강을 신청한  외국인들도 있다.  하물며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데 이곳에서 자란 2세 한인이라며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건 더이상 자랑이나 핑계가 되지 못한다. 

이 곳에서 변호사를 개업한 한인 2세들은 유창한 영어만으로는 오히려 한인고객을 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인고객들이 한국말로 서로의 정서가 통해야  안심하고 변호사와 법적인 문제를 상의하는 것을 알게됐다.  이들 한인2세변호사들은 서투르더라도 고객들과  열심히 한국말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고객들에게 한국말을 문의해 가면서 대화를 시도한다.

한인 3세, 4세 시대로 넘어가면서 과거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던 2세들,  혹은 부모들이 영어만 잘하라며 한국말을 멀리하게 했던 2세들중 많은 이들이  한국말을 모르는것에 대한 뼈저린 후회와 함께 자신의 2세,   3세 자녀들에게 열심히 한국말을 가르친다.  교회도 한국말 사용교회로 나오며 자녀들을  한국말 사용 어린이 예배로 보낸다.  직장을 찾는  젊은 미주한인들에게 한국어는 필수가 됐다.

얼굴은 한인인데 한국말을 못한다고 하면 직장에서 이상하게 본다는 것이다.   과거 우습게(?) 보였던 한국이 삼성, LG, 현대 등의 전화기, 가전제품, 자동차에서 명성을 날리고,  여자골프 LPGA를 휩쓰는 한인여성들,  '강남스타일'이후 터지는 한국 유행가들, 그리고 번창하는 코리아타운의 고기집, 순두부 식당에서 이들은 걷잡을 수 없는 한국의 힘을 체험한다.   

이번 여름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을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부부는 온통 중국인들 뿐이었다고 혀를 내두른다.  로스엔젤레스 인근의 아웃렛에는 '중국어 환영' '중국어 구사 직원 구함'등의 중국어 사인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최근 중국 손님이 많이 늘어난 한 선배는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한자실력으로 중국고객과 소통한다.  약자가 아닌 정자 한자를 쓰는 이 선배에 대해 중국인들은 존경을 표한다.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가 다시 이곳 미국으로 재이민을 온 한인들은 유창한 스패니쉬로 히스패닉 직원들을 이끌어간다.  이들중 어떤 한인 2세는 브라질에서도 한국말을 잊지 않고 배워, 한국어, 스패니쉬,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한다.  이 한인에게는 당연히 슈퍼바이저로 오라는 오퍼나 스카웃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다양한 언어능력은 다국적시대에서 유리한 경쟁능력이 됐다.

10월9일은 한글날.  세종대왕이 한글을 제정 반포한지 568년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반토막만한 나라가  각종지표에서 세계국가들중  10순위 아래 들면서 약진하는  불가사이의 원인은 이 한글에 있다는 주장이 많다.  인류의 언어중 가장 우수한 언어의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는 특히 미주한인들에게 필수 스펙이다.  로스엔젤레스 한인사회에서는 영어를 배울 필요도, 기회도 없다. 이왕 그렇다면  2세, 3세 한인들에게  한국어라도 유창하게 잘 물려주자.
LA통신 2014년 10월11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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