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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를 잃어버리는 슬픔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8-14 16:32

영어에 대한 조바심과 한풀이
 얼마 전 약국에 들렸을 때의 일입니다. 한국 할머니 한 분과 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손녀 딸이 약사가 약을 조제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기다리는 동안 복도를 서성거리며 자리에 앉지 않고 있으니 손녀 딸이 "Sit down! Sit~down! Show your patient!'를 연신 반복하면서 할머니를 야단(?)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어여쁜 손녀딸 입에서 영어 나오는 게 신기하듯 "옹야~ 옹야~ 그래 그래..." 하면서 의자 귀퉁이에 엉덩이를 대고 엉거주춤 앉았습니다.
 부모들의 유형처럼 할머니 할아버지의 아이에 대한 언어 기대치 유형도 각각입니다.

 한국말 잘 하는걸 좋아하고 대견해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말 잘 하는 건 하나도 대견해 하지 않고 영어만 잘 하길 바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들딸들이 영어 때문에 고생하면서 제대로 된 직장 못 찾고 힘들어 하는데.... 손주들은 세 살 네 살 되면서 그 조그마하고 앙증맞은 입에서 한 맺힌 영어가 술술 나오면 얼마나 신기하고 어여쁘겠습니까. 그래 저것들이 자라면 그 놈의 영어 한풀이 좀 해야지! 하는 맘 들기도 하겠다는 이해는 됩니다.

두 개의 언어는 두 배의 두뇌 활동
 실제로 그렇게 시어머니의 득달같은 성화에 엄마가 견디지 못하고 영어만 하는 프리스쿨에 옮겨간 아이도 있습니다.

 반면에 지역적으로 통학 거리가 멀어 혹은 엄마가 일함으로 시간적으로 제 프리스쿨에 오가기 힘든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다녔고 또 다니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한국적인 예의로 존댓말 쓸 수 있고 한국말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대견해서 학교만 오시면 감사하다는 말은 달고 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능력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부모들은 영어 때문에 조바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조바심은 첫째 아이에게 더 합니다.
  프리스쿨 연령에서 제대로 된 모국어를 구사할 수 없다면 앞으로 자라가면서 더 잘할 확률은 굉장히 낮습니다. 두 개의 언어를 하면 두 배의 두뇌 활동을 자극하고 그 혜택이 평생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이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내 아이가 두 개의 언어를 잘 할 수 있는 가능성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못하는 것입니다.

모국어 보존에 대한 부모들의 신념이 필요
 실제로 학기 초 그렇게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그냥 아이의 능력과 학교를 믿어 보세요." 라고 조언하지요. 그리고 요즈음 프리스쿨 졸업을 앞둔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엄마들의 걱정은 안심으로 변하는걸 봅니다.

 부모의 확신과 신뢰만이 아이의 언어 가능성들을 꺼내게 도울 수 있습니다.

 부모의 모국어 보존에 대한 확신과 신뢰 없이는 이민 사회는 끊임없이 언어를 잃어버리는 다음세대가 이어질 것이고 그리고 그들에게는 뿌리가 없는 그래서 무언가 흔들리는데도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알 수 없는 슬픔, 근원에 대한 흔들림 같은 슬픔 물려지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얼마 전 영사관에서 실시한 한국어 집중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설문 조사에 저조한 협조는 그런 슬픈 걱정 더 하게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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