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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네 번째 이야기 – 비틀즈 멤버가 표절을?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6-30 22:15

My Sweet Lord 라는 노래를 기억하십니까? 현대 대중문화 최고의 아이콘 비틀즈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이 비틀즈가 해체된 후 발표한 첫 솔로앨범의 타이틀곡으로 1971년 초 전세계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하였습니다. 


2004년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 (Rolling Stone) 은 이 노래를 “역대최고의 노래 500곡” (the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하였는데요. 놀랍게도 이 노래는 표절곡으로 유명합니다. 
 

1962년 미국의 4인조 여성그룹 쉬폰스 (The Chiffons) 는 He’s So Fine 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요. 경쾌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이듬해 빌보드차트를 5주나 석권하고 영국차트에도 12위까지 올랐습니다. 


문제는 이 두 곡이 멜로디나 화성 면에서 거의 흡사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고 My Sweet Lord 는 발표와 동시에 표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He’s So Fine 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던 Bright Tunes Music Corporation 은 1971년 2월 10일 뉴욕 남부 미국연방지방법원 (U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Y) 에서 조지 해리슨의 음반사인 Harrisongs Ltd. 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0년에 걸친 법적 다툼의 시작이었지요. 


My Sweet Lord를 직접 작곡한 조지 해리슨은 자신의 표절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에게 너무나 불리했는데요. 법적으로 표절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표절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피고가 원고의 작품을 의식적으로 표절했다고 밝히는 것은 지극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독창적인 두 작품이 비슷한 경우도 있거든요. 따라서 원고는 2가지를 대신 증명합니다. 먼저 피고가 원고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요. 이것을 엑세스(access)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두 작품이 너무나 흡사하여서 표절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지요. 이를 현저한 유사성 (striking similarity) 이라고 합니다. 


쉬폰스의 노래는 조지 해리슨의 노래보다 8년이나 일찍 발표되었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노래였기 때문에 엑세스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한 두 노래는 멜로디뿐 아니라 꾸밈음 (grace note) 까지 동일하여 현저한 유사성을 지녔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틀즈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을까요? 지방법원판사는 조지 해리슨의 표절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반 무의식적으로 (subconsciously) 표절을 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조지 해리슨은 손해배상금으로 $587,000을 지불해야 했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 소송 때문에 두 곡은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틈타 쉬폰스는 자신들의 버전으로 My Sweet Lord 를 편곡해 불러 인기를 끌었고요. 컨트리 가수 조디 밀러 (Jody Miller) 역시 쉬폰스의 He’s So Fine 을 편곡해 불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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