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콩 씨를 심었습니다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실습 선생님(ECE practicum student)이 한 달간 아이들과 생활하고 갔습니다. 선생님들은 유아 교육에 대한 이론들을 배우고 배운 것들을 현실에 적용해 보려는 신선한 열정들을 교실로 들고 옵니다. 그러면 기존의 교사들도 그 신선함에 자극 받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서류와 평가 작업들 그리고 아이들과의 생활에 여러 가지 미숙한 점들을 참아주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서로에게 자극과 도움 된다는 의미에서 가끔 실습 선생님들을 받습니다.
 

 지난 달 아이들과 배워본 주제는 봄하고 딱 맞는 '식물'이었습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직접 씨앗을 심고 싹이 트는 과정 관찰하고 매일 물주며 보살피기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 실습 선생님이 매일 자기 싹에 물주고 물 준 것 표시할 수 있는 Watering chart를 만들어 왔습니다.

스마일 도장 하나하나 곁들여서.

 아이들은 매일 스프레이로 자기 싹에다 물을 뿌리고 얼마나 올라 왔는지도 살펴 봅니다. 그리고 혹 결석한 친구의 싹에도 주인 대신 물을 줍니다.

 
 이렇게 보살폈던 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면서 가녀린 넝쿨 손이 올라옵니다. 이번에는 그 넝쿨 손과 여린 잎들을 관찰하기 좋게 돋보기도 놓아주고 넝쿨 손이 올라와서 지지대에 감기는 모양의 사진이 있는 책들도 곁에 놓아 줍니다. (우리는 콩 씨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주워온 자연스러운 죽은 나무 가지를 지지대로 꽂아 줍니다.

 아이들은 자로 매일 자기 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재어보고 선생님과 함께 그래프도 그려 봅니다. 이런 과정에 아이들은 자기 개인의 Watering chart와 화분에 이름을 직접 씁니다.

한 반에 두~어명은 꼭 자기 이름 한자 적도는 꺼꾸로 씁니다. 실습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왜 그러죠?" 묻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좌우를 구별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이 덜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도, 알파벳도, 한글도 쓸 때 좀 헷갈리는 겁니다.

 쓰기가 발달되어 가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가끔은 초등학교 2-3학년 때까지 이런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바로 적힌 글자를 보여 주면서 어떤 게 바로 쓴 것인지 스스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넌 매일 쓰는 이름인데 맨날 꺼꾸로 쓰니?" 하거나" 숫자 2나 5는 단골로 꺼꾸로 쓰는데 "도대체 몇 번이나 가르쳐 줘야 바로 쓸래?" 하고 핀잔 주면 쓰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고 아예 쓰는걸 안 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로 잡아집니다. 아이들이 일일이 쓴 이름은 그 아이 고유의 싸인 같아서 보기엔 삐뚤 빼뚤 해도 참 정겹습니다.

 적당히 자란 싹들은 그 동안 물주고 도장 찍고 얼만큼 자랐는지 표시해본 도표들이랑 함께 모두 집으로 들고 갔습니다. 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활동 안에는 참 많은 교육적인 배려들이 숨어 있습니다.
 매일 흥분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와 자기 싹을 찾아서 보살피던 아이들은 재미와 기대로
씨앗 관찰하며 언어로 표현해보며 언어 발달을,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을 그린 노래배우며 음률을, 결석한 친구 싹에 대신 물주고 스프레이 사용을 기다리며 사회성과 서로 협동하고 돕는 것,그리고 매일 싹을 자로 재면서 수와 연결해서 수 개념을...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어린 나이에 자연 현상에 대한 신비와 경이를 몸으로 체험해보는 일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연을 보살필 줄 알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면서 그들 마음 밭에 예쁜 씨앗 하나 심는 4월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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