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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섯 번째 이야기 – 스콥스 원숭이 재판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5-07 00:17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의 기준으론 우스워 보이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1925년 미국 테네시 주에 있었던 The State of Tennessee v. John Thomas Scopes 라는 재판도 이러한 예인데요. 


이 사건의 발단은 버틀러 법 (Butler Act) 라고 알려진 테네시 주 법이었습니다. 이 법은 테네시 주의원 버틀러 (John Washington Butler) 가 제출하여 통과시킨 법으로 테네시 주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인류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한 법입니다. 당시 기독교 근본주의 협회 (World's Christian Fundamentals Association) 회장을 맡고 있던 버틀러 의원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창조론에 어긋나는 내용을 배우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버틀러 법을 문제 삼은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인권 단체 중 하나로 성장한 미국 자유인권 협회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였는데요. 자유인권 협회는 버틀러 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만약 누군가 이 법을 어겨 재판에 서게 된다면 변호를 맡아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존 스콥스 (John Scopes) 씨였습니다. 당시 데이턴 (Dayton) 시의 공립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던 스콥스 씨는 자신이 대체교사로 가르친 몇 번의 생물 시간 때 인간의 진화에 대해 가르쳤다고 주장하며 재판대에 서기를 자처했습니다. 


독특한 주제 때문에 재판은 순식간에 전 미국인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미국 최초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중계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재판은 스콥스 씨가 유죄를 받기 바라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대결구도로 치 닿게 되었는데요. 검사 측에서는 하원의원이자 국무장관 출신인 윌리엄 브라이언 (William Jennings Bryan) 을 특별검사로 영입하였고 변호인 측은 당시 특급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클라렌스 다로우 (Clarence Darrow) 를 비롯한 최고의 변호인들을 선임해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재판에서 스콥스 씨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이 고작 $500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버틀러 법을 어기면 $100 ~ $500 사이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당시 $100은 오늘날 $1300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하지만 초특급 변호사가 동원될만한 사건을 아니었지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된 1심에서 판사는 버틀러 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스콥스 씨에게 $100의 벌금을 선호하였습니다. 스콥스 씨 측은 당연히 항소했는데 이 항소심의 결과가 조금 허무했습니다. 항소심 판사는 버틀러 법은 위헌이 아니나 1심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50 이상의 벌금은 판사가 아닌 배심원이 결정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스콥스 씨의 유죄 선고를 무효화시켜버린 것입니다. 스콥스 씨에게 중요한 것은 버틀러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었는데 스콥스 씨의 유죄 선고가 무효화 되는 바람에 더 이상 항소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 재판은 이후 “스콥스 원숭이 재판”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버틀러 법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7년까지 유지되었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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