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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이야기 – Persons Case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4-15 13:54

1916년 알버타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유명한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법학자, 작가이기도 한 머피 (Emily Murphy) 여사와 그녀의 일행은 성매매 혐의를 받은 여성의 재판에 참석하려고 법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판사는 이들의 참관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재판의 내용, 특히 혐의자의 증언이 여성이 듣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을 재판하는데 여성이 참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 머피 여사는 이 사실을 당시 알버타 법무상이던 크로스 (Charles Wilson Cross) 법무상에게 알리고 여성이 여성을 재판하는 법원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 의견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데 1916년은 이제 막 캐나다의 몇몇 주가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해입니다. 그나마 모든 여성이 아니라 일부 여성에서 특권처럼 주었을 때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크로스 법무상을 머피 여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성을 위한 치안법원을 만들고 그 법원의 첫 치안판사(magistrate)로 머피 여사를 임명합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머피 여사의 놀라움이 채 가시지도 전에 많은 법률가와 정치인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캐나다 헌법이던 영국령 북아메리카 조례 (British North America Act 1867) 에 따르면 오직 “자격이 있는 사람”(qualified persons)만 공직에 앉을 수 있었는데 여성은 이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것이 영국령 북아메리카 조례(British North America Act 1867)에 사용된 대명사인데 “자격이 있는 사람”을 복수로 가리킬 때는 “persons”가 사용되었지만, 단수로 가리킬 때는 “he”가 사용되었습니다.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된 것이 1876년 영국에서 있었던 한 판례인데 이 재판에서 “여성은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권익을 누릴 수는 없다.”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연히 이 논란은 재판으로 이어졌고 1917년 알버타 대법원은 여성도 “persons”의 정의에 포함된다고 판결함으로써 일단락되지만, 여전히 이 질문은 캐나다 전역에 걸쳐 풀리지 않은 숙제였습니다.

10년이 지난 1927년 머피 여사를 포함한 5명의 여성인사는 이 문제를 정식으로 캐나다 대법원에 물어보기 위해 청원을 냅니다. 질문은 역시 1917년 영국령 북아메리카 조례에 등장하는 “qualified persons”라는 단어의 정의에 여성이 포함되는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5명의 법관이 5주 동안 토론을 한 결과는 대법원은 “여성은 qualified persons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결을 합니다. 이유는 성문화된 법문을 해석할 때는 그 법문을 쓴 사람의 의도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876 년 영국령 북아메리카 조례를 썼을 때 영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조례를 쓴 사람들은 여성이 공직에 앉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qualified persons 라는 표현을 썼을 때 이 표현은 여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요.

오늘날 같으면 이 판결은 더는 항소가 불가능했겠지만, 다행히도 이때까지 캐나다의 최고 법원은 대법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캐나다 최고 법원은 영국에 있는 추밀원 사법위원회였습니다. (지난 회 참고) 

이제 머피 여사와 나머지 청원인들의 마지막 희망은 추밀원 사법위원회의 판결이었습니다.

1929년 추밀원 사법위원회는 이 질문에 캐나다 대법원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합니다. 판결은 쓴 생키 (John Sankey)  대법관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영국령 북아메리카 조례는 캐나다 안에 성장하고 퍼져 나갈 수 있는 한그루의 살아 있는 나무를 심어 놓았다. 조례의 목적은 캐나다에 헌법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성문화된 헌법이 그렇듯이 영국이 캐나다에 심어준 헌법 역시 관습과 관례에 따라 발전한다.”

헌법을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한 생키 대법관은 헌법상 모든 여성을 공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우리가 지금보다 야만스러웠을 시절의 유물이라고 밝힙니다.

캐나다 여성에게 공직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준 이 판결은 Persons Case 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5명의 청원자들은 “유명한 다섯”(Famous Five) 또는 “용감한 다섯”(Valiant Five)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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