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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 약속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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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2-21 15:26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 있으십니까? 보통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다 다음에 꼭 함께 밥이라도 먹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집니다.  그러나 대부분 바쁜 일상에 쫒겨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도 잊고 지내지요. 한참이 지나서 겨우 생각이 나도 그때는 이미 시기를 놓쳐버린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연락을 못하게 되고 결국 힘들게 만난 친구와 다시 연락이 끊겨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이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키지 않아도 될 약속과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을 구분하며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을 contract 즉 계약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모든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약속이 계약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약속들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것 중 에 하나가 계약은 반드시 서면상에 적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서에는 반드시 계약 당사자의 도장이나 서명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흔한 이 오해는 계약서와 계약을 동일시 해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계약서는 계약의 증거일 뿐 계약 자체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은 문서없이 구두상으로 충분히 이루어 질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나중에 계약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할 수 있지요. 

구두상이든 서명상이든 약속이 계약이 되려면 몇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 중에 한국분들이 유난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 바로 consideration 입니다. 한국말로는 약인(約因)이라고 합니다만 그저 “대가” 쯤으로 해석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대가” 라는 개념은 영미법에 고유한 것으로 그 바탕에는 사람은 “대가” 없이 무언가를 약속하지 않는다 라는 실로 물질적인 사고 방식이 깔려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가를 주고 받지 않는 약속”은 계약이 아니라는 것지요.

독일, 프랑스, 일본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한국에는 이 consideration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대륙법에서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이 성립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가가 없는 약속도 계약이 될수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 consideration 이란 상당히 직관적인 개념입니다.  누구나 어떤 대가를 받고 약속을 하면 부담이 되지요.  그리고 좀 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듭니다. 

Consideration 이 반드시 금전적이어야 하진 않습니다.  약속을 하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약속의 대가가 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그 담소의 “대가”로 나중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면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하는 계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찿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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