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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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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2-21 15:25

첫번째 이야기 –  당연한 일
 
라틴어로 Res Ipsa Loquitur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thing speaks for itself”  즉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뜻 입니다.  이 말이 처음 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1863년에 영국에서 있었던 피해보상 관련 소송 때문이었습니다.
Byrne v. Boadle 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소송은 피고가 운영하던 밀가루 가게 2층에서 밀가루 통이 떨어져 원고의 머리에 맞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원고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고 그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영국에서는 비슷한 경우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가해자의 과실을 밝혀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건에서의 문제는 원고가 도대체 그 밀가루통이 “어떻게” “누구의” 과실로 피고의 가게에서 떨어지게 되었는지 밝힐 방법이 없었다는 거지요. 
이에 영국판사는 Res Ipsa Loquitur 라는 라틴어 구절을 사용해 일종의 추론방식을 제시합니다.  이 추론 방식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하겠으나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 밀가루통이 떨어지는 일이 “누군가”의 “어떠한” 과실이 있기 전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또 그 과실이 일어난 장소가 100% 피고의 책임 아래 있었기 때문에 굳히 원고가 그 과실을 밝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피고가 자신의 과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손해배상을 면할 수 있겠지요. 
이 Res Ipsa Loquitur 라는 추론방식은 캐나다 법원에서 역시 통용되어오다 1998년 캐나다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거절 된 후 캐나다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이Res Ipsa Loquitur 라는 과실 추론방식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우며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실 추론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상식적” 과실 추론의 원칙을 법률 이야기 코너의 첫번째 주제로 정한 이유는 그동안 법적 문제로 저를 찾으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한결같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억울한 일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니까 억울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일반인 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도  법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송과정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도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위한 소송에서 오히려 억울함만 쌓이는 결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 법률 이야기 코너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아주 작은 “법률 상식” 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법에 관한 이야기는 어렵고 딱딱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여러분들께 유익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찿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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