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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정신건강"시리즈[9]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0-03-23 00:00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요"

“엄마, 엄마. 너무 무서워. 혼자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엄마! 잠도 오지 않고, 간신히 잠에 들면 꿈속에서 자꾸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것 같아! 엄마! 너무 무서워! 이제 학교도 무서워서 못가겠어. 학교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아! 자꾸만 사고를 당한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어떻게 해, 엄마, 나 어떻게 해”

얼마 전 하교 길에 같은 반 친구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성진이는 그 날 이후 너무 큰 충격으로 혼자서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성진이뿐 아니라 함께 하교하던 많은 같은 반 친구들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하였는데, 그 아이들 역시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지 못하고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거나, 성진이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거부하고 두려워합니다.

특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립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고, 꿈속에서는 자신이 그 친구처럼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꿉니다. 식은 땀을 흘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기 일쑤고, 때로는 심하게 가위에 눌리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충격적인 사고의 경험은 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마치 현실처럼 꿈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다시 경험하게 되거나, 충격적인 사건과 연관된 사소한 자극에도 지나치게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사고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극심한 회피 증상을 보여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경우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s)’라고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후에 불안(anxiety)을 한번에 극도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으로써, 성인은 물론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쟁이나 지진,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를 목격했다거나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또는 가족내 폭력과 불화, 부모간의 다툼, 이혼,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경험처럼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증상이 생깁니다.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민자나 유학생의 경우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며 ‘충격’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못한다면 ‘문화적 부적응’이라는 사건과 충격이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특히 외부환경의 변화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판단에 민감합니다. 청소년 시기와 같이 자아 정체성의 시기에는 자존감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낯선 타국에서의 학교 생활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일 수 있습니다.

심각한 자연 재해나 물리적인 사고뿐 아니라, 우리는 어쩌면 일생 생활 속에서 수 많은 충격과 외상에 매 순간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동일한 스트레스에도 사람에 따라 견디어 내는 내성이 각기 다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오랫동안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반면, 어떤 사람의 경우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더라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어려움들을 자연스럽게 극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개인이 겪고 있는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에서는 아동 청소년 중 평균 5%정도(남자의 경우 3.7%, 여자의 경우 6.3%)가 매년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들로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 중 75%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약물이나 알코올 등의 물질 중독으로도 고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학교생활은 물론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흥미를 잃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방치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우리 자녀가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일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러한 고통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녀가 경험한 사건에 대해 함께 나누는 마음,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인정하고 이에 귀를 기울이는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마음’칼럼
  칼럼니스트: ‘마음’칼럼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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