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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정신건강"시리즈[3]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0-03-18 00:00

정상 vs. 비정상? – “우리 자녀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1)

“어제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학교에서 우리아이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좀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우리아이가 며칠 전 운동장에서 같은 반아이를 밀쳤다고 했습니다.


이 곳에 온지 이제 1년 남짓되었고, 한국에서 조금 영어를 배우고 오긴 했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있을까 늘 걱정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다른 아이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하니, 선생님을 만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친구를 밀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순하고 다른 아이에 비해 조금 더 내성적인 성격의 평범한 그 나이 또래 아이라고 여겼기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리없이 적응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그런데 그런 저의 생각과는 달랐던건지.


집에서는 그렇게 말도 없고 조용하던 아이가, 학교에 가서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 무엇때문이었을까요? 학교에서 적응이 잘 안되는게 스트레스가 되어 혹시 아이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정말 덜컥 겁이 납니다. 아이에게 원래부터 기질적으로 내가 모르는 어떤 공격적이고 이중적인 심리적, 정신적 정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아이에게 물어보아도 말해주지 않고, 평소와 다르게 그냥 화만 내고 있으니… 다른 집 아이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는건지. 우리아이가 혹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지.. 정말 너무 걱정이 되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낯선 환경, 새로운 일상 언어, 다른 얼굴색과 다른 눈, 다른 머리카락 색의 서양아이들과의 학교 생활. 이제 이곳에 온지 1년 남짓되었고, 그래도 별탈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거라고 믿었었는데, 학교에서 이런 연락이 오면 부모님의 잠을 이룰 수 없는 걱정은 누구나 공감하실 것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에 있으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반대로 한국에 비해 지나치게 의기소침에 있는 아이를 보게 되면, 혹시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하게 됩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우리아이만 유독 그런 공격적이거나 지나치게 의기소침 행동을 보일까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넘어서 부모님이 이런 일로 한두번 학교로 불려가게 되면, 부모님조차도 우리아이의 행동이 혹시 비정상인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사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어쩌면 정상이니 비정상이니하는 말조차 합당치 않은 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재를 대는냐에 따라, 그리고 한 개인이 처해 있는 개인적인 상황과 그 사람의 문화, 가족, 가치, 그리고 나이, 교육정도에 따라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속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사회문화적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누군가가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말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한참 발달과정 중에 있습니다. 여러가지 신체적, 심리적변화는 또 다음 단계로 향하는 중간 과정일 수 있기때문에 연령별 발달상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하는 판단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 타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이민가정의 자녀들이나 유학생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특히 이들의 정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러한 특별한 환경에 대해 배려가 선행되어야 하며, 같은 환경적인 조건에서도 개인의 기질이나 특성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경과 개인의 특성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이곳에 온지 이제 1년 남짓. 연령과 개인의 적응속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문화, 환경에 익숙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특히 부모보다는 친구가 중요해지는 아동, 청소년 시기에 학교 생활에서 기본적인 언어소통과 문화적 몰이해라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서둘러 아이를 판단하기 전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우리 아이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발달상에 당연히 맞이하게 되는 변화와 개인별 독특한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혼란 속에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들을 향한 따뜻한 이해의 마음일 것입니다. 행동과 눈빛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열심히 귀를 기울일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아이가 지금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어떤 발달과정 중에 있는지, 차마 하지 못한 마음의 소리를 행동으로 어떻게 표현해내고 있는지, 부모님들의 머리와 가슴의 귀와 눈이 그 무엇보다 필요할 때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20-12:00), 미니 우울증 워크숍 (무료) 과 노인정신건강 
 워크숍이 상담센터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습니다(2월말까지). 간단한 우울증에 대한 진단 및 노인정신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은 전화로 접수하시면 됩니다.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마음’칼럼
  칼럼니스트: ‘마음’칼럼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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