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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과녁 맞추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2-02 00:00

얼마 전에 한 친구가 너무 약이 오르는 일이 있었다면서 아직도 분에 겨워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연유인즉, 직장에서 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있어서 점심도 못 먹고 동분서주하고 있다가 느긋이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동료에게 서류작성을 좀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 동료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일언지하에 거절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부탁하기엔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서 더 이상 말도 못하고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화까지 나더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곤란한 일을 부탁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부탁을 거절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 감정을 상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주 사무적으로 부탁할 수도 있고 또는 명령처럼 강압적인 분위기로 거절하기 힘들게 하는 경우, 또는 어린아이가 조르듯이 막무가내로 부탁을 해놓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거나 거절을 당할 수도 있지만 감정이 적게 상하고 거절당하거나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효과적이 방법으로 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가지 자아를 향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3가지 자아상태로 연속적으로 접근하여 말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것을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에서는 세가지 자아기능을 이용한 ‘세갈래 갈퀴’라고 표현합니다. 3갈래 갈퀴란 ‘Three Pronged’가 그 원어이며 직역하면 ‘3갈래의 뾰족한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예의를 갖추고 말을 하는 것 입니다. 처음에는 상대의 감정(어린이자아)에 호소하고 두 번째는 돌보아 주고 싶은 마음(어버이자아)에 이야기 하면서 마지막으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어른자아)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위에서 예를 든 제 친구가 급한 일이 있다고 말하는 동료에게 “바쁘셔서 힘이 드신 것 같네요. 그런데 실은 제가 굉장히 곤란한 지경인데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이렇게 부탁해 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 친구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모든 간호사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고 합니다. 간호사들이 그 할머니의 피를 채혈하려면 20분 정도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했다고 합니다. 너무 사무적으로 “할머니 채혈합니다.’ 라고 하면 간호사가 불친절하다고 불평불만을 내어놓고, 할머니 기분을 맞춰주면 나을까 싶어 ‘오늘 기분은 어떠셨어요? 하는 순간 밝아지는 얼굴은 좋지만 채혈하게 팔은 내어주지 않고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하여서 곤란했던 적인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이 ‘세갈래 갈퀴’ 방법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 오늘도 채혈해야 하니깐 짜증나시죠? 그런데 오늘은 저도 일이 많아서 힘이 드네요. 할머니 지금 채혈 해도 될까요?” 하였더니 할머니가 두말 없이 채혈하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곧바로 상대의 어른자아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잘못하다간 상대의 감정을 일으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급히 약속이 생겨서 나가야 하는데 이웃집에서 어렵게 부탁을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지금 나가야 돼서요…“하면서 말꼬리를 흐리곤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마음에는 계속 좀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이 경우에도 세가지 자아에게 연속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아, 그런 일이 생겨서 힘드시겠군요. 그런데 어쩌지요? 지금 제가 급한 용무로 나가봐야 돼서요. 제가 다녀와서 같이 말씀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때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마도 이웃 분은 소득 없이 돌아가는 민망함이 덜어지고 본인은 핑계가 아니고 사실이 잘 전달된 느낌을 가지고 외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예로 가족 외출시간에 시간을 재촉하면 빨리 나가자는 가족들에게 ‘잠깐만 기다려’ 라는 말보다는 “약속한 시간 다 되어가지? 지금 이거 바로 중단하면 안 되는 거라서 마무리하고 바로 나가자.”라는 표현이 재촉보다는 기다리는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즐거운 가족들과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잠깐만…’, ‘기다려…’, ‘다음에…’, ‘안돼…’, ‘힘들어서 못해…’이런 간단한 말들을 세가지 자아에다가 차례로 연속적으로 말해보라고요? 네, 쉬운 일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간단한 의사 표현만으로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부탁이나 거절은 간단한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감정의 교환도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런 감점의 흐름을 무시한 체 정보만 주고 받으면 바람직한 의사소통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감정도 함께 전달 할 수 있는 표현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세갈래 갈퀴’로 말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상대의 곤란한 상황이나 어려운 처지를 인식해주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입니다. (어린이 자아 달래기) 두 번째로 나의 바쁜 상태를 호소합니다. 이것은 상대의 돌보아 주고 싶은 마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어버이 자아달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정보나 문제 해결방법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어른자아)
하고 싶은 이야기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맞추듯 조금만 신경 써서 상대에게 마음까지 전달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화가 될 것입니다

글쓴이: 박미현(전문심리상담 카운셀러(CMC), TA전문 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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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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