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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로 만지고 살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1-25 00:00

쌍둥이가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들은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 그 중 한 아기는 거의 생명이 위독한 지경이었다. 의사들도 최선을 다하였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포기를 할 즈음 그 중 조금 더 건강한 아기가 한 팔로 다른 쌍둥이를 껴안았다. 그리곤 거짓말처럼 생명이 위태로웠던 아기는 살아나게 되었다. 아마 TV 다큐멘터리에서 이 감동적이면서 짧은 영상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건강한 아이가 허약한 형제에게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큰 의미에서 본다면 ‘사랑’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에서는 이것을 스트로크(stroke) 라고 부른다.
인간은 누구나 자폐 상태에서 태어나 부모나 주변사람들이 주는 스트로크에 의해 심리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아기를 쓰다듬어주는 것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흔히 스킨십이라 부르는 것, 또한 몸짓 표정 감정 언어 등 상대에게 존재를 인식시키는 스트로크를 얼마나 적절하게 또는 질적인 것을 주고 받는가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인정자극(sroke) 이 부족하면 마치 갈증에 시달리듯이 스트로크 기아에 시달리게 되고, 부모나 중요한 존재로부터 인정자극을 받기를 원하다 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요구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가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서 필요 없는 나무를 말려 죽일 때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톱이나 도끼를 쓰지 않고 매일 마을 사람들이 나무 밑에 모여 나무를 향해 소리를 치는 것이다.
“우리는 네가 필요 없어. 그러니 말라 죽어버려!”
그렇게 나무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 보면 어느새 나무가 시들 거리면서 말라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말이라는 스트로크가 인간도 아닌 나무에게 조차 이렇게 가혹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일 별 뜻 없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들이 자녀에게, 혹은 배우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의 아동병원 의사인 르네 스피츠(Lene Spits) 박사는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충분한 영향 섭취와 위생적인 환경 속에 있음에도 유아사망률이 높은 것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다가 멕시코의 어느 휴양지 근교의 고아원의 아동들은 미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주변에 사는 여자들이 매일 고아원을 방문하여 아이들을 안아주고, 놀아주고, 이야기도 해준 것에 원인이 있음을 알아내고 소아탈진 증 (MARASMUS) 라는 병명을 알아내었다. 이병의 치료는 쓰다듬어 주는 것 외에는 치료가 없다. 동물들은 손이 없기 때문에 혀로 새끼의 온몸을 핥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아기 때의 접촉은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음식만큼 중요한 것이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 받아야 할 것인가의 태도형성이 유아기 때 결정된다” 고 말한다. 아직 채 돌이 되지도 않은 아기에게 엄마들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려 애쓰고 아기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 이런 모든 것들이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아기들의 반응을 생각해보라. 엄마를 바라보고 방긋 웃기도 하고 옹알이로 마치 뭐라 답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고 엄마의 눈을 맞추려 애를 쓴다.
 엄마 또한 아기로부터 긍정적이고 즐거운 스트로크를 받는다. 엄마와 아기 사이에 신제적이고 직접적인 스트로크와 언어적이고 감정적인 스트로크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트로크에도 부정적인 것이 있을까? 물론 있다. “난 당신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라는 말은 충분히 긍정적인 반면에 “당신이 있으면 난 힘이 들고 고달프다” 라는 말은 부정적인 스트로크이다. 또, 말뿐 아니라 째려보는 행동, 때리거나 툭툭 친다거나 하는 행동도 부정적인 스트로크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인 스트로크라도 전혀 스트로크가 없는 상태보다는 이러한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생이 태어나서 집안의 관심을 독차지한 경우 형은 흔히 퇴행이라 불리는 행동을 할 경우가 있다. 소변을 갑자기 못 가린다던지, 동생을 괴롭힌다던지 혼날 짓만 골라서 한다.
동생에게 빼앗겨버린 관심을 혼이 나면서, 즉 부정적인 스트로크라도 받음으로써 가지려고 하는 좋은 예이다.
이솝 우화 속에 나오는 양치기소년 피터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혼자 산 위에서 양을 치고 있으니 얼마나 심심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을까? 아마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했어도 부모는 허락을 안 할 것이 고 하루 종일 양만 돌보다 보니 비록 거짓말을 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즉 부정적인 스트로크) 받고 싶었을 것이다. 모두들 몰려와서 거짓말인 것을 아는 순간 혼이 날줄 피터라고 몰랐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아무 스트로크가 없는 상태보다는 그런 부정적인 것이라도 관심이라고 여기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스트로크에 익숙해지면 청소년들은 비행에 빠진다거나 폭력, 지나친 외모집착, 음주나 흡연 등에 빠지게도 된다.

아기에게 주는 스트로크처럼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스트로크는 아기 존재에 대한 인정이다. 유아기의 아기에게도 이것은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스트로크를 받아야 하고 또한 주어야 한다. 단 얼마나 질적이고 긍정적이며 진정 상대를 생각하며 주는가는 주고 받는 사람의 몫이다. 이러한 존재 에 대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스트로크를 받아본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박미현(전문심리상담 카운셀러(CMC), TA전문 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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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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