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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주고 약 주고 - 금연할 두 가지 이유 -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1-01 00:00

2002년 1월 캐나다는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여러 해 동안 토크쇼를 진행하여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피터 자와스키(Gzowski)의 죽음을 애도했다. 67세에 폐암으로 죽은 그가 골초였기에 자연히 담배 이야기도 같이 나왔다.
캐나다는 정부차원에서 금연운동을 활발히 전개해서 2001년 상반기에는 성인 흡연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자와스키의 죽음이 캐나다의 흡연율을 더욱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폐암으로 투병했던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앞장서서 금연운동을 시작, 가히 금연 ‘열풍’까지 일었었다. 세계 최고의 흡연국임을 자랑하는 한국이니, 이런 운동이 지속적으로 활발히 진행되어 실효를 거두기 바라는 마음 절실하다.
도대체 건강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인들이 지금껏 흡연문제에 왜 그처럼 관대했을까? 담배를 피우고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의 경우다. 한 때 캐나다 약국에서 담배를 팔았는데, 정말로 병 주고 약 주는 모순이라 생각하고 약국에서의 담배 판매를 금지시켰다. 한국도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라면 금연 운동이나 금연 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인간들이 어떻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까 하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다. 누구나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하면 재채기가 나고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요즘 새로 배우는 사람들은 일단 그 과정을 통과하면 담배를 즐길 수 있다고 하는 경험자의 말을 믿고 시도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던 인류 최초의 흡연자는 어떻게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담배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
게 되었을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대단한 모험심인 것 같은데, 이런 모험심이 인간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볼수 있을까?
물론 모든 일에 음지와 양지가 있듯이 담배가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알 수도 없는 즐거움을 가져준다고 한다. 또 담배에서 나오는 세금은 국가 세입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담배가 가져다주는 부작용이 이런 혜택보다 더 크다고 보는 것이 근래의 일반적 합의사항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캐나다의 몇몇 주에서는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었는데, 담배회사가 내는 세금보다 담배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 인한 주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더 크기에 그 손해를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왜 담배를 끊는 것이 좋은가? 금연운동가들은 곧 바로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하리라.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우선 건강에 좋고, 남에게 연기를 피우지 않으니 위생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도 좋고, 돈을 낭비하지 않으니 경제적으로도 좋고, 화재 날 위험이 적어지니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좋고……. 그러나 여기서 나는 내
전공이 종교학인 만큼 담배를 끊어야 할 종교적(?) 이유 두 가지를 덧붙이려고 한다.
구르지에프(Gurdjieff, 1872-1949)라는 유명한 스승이 있었다. 한 사람이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골초였다. 구르지에프는 그 사람에게 담배를 끊기까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l년이 지난 후 그 사람이 다시 찾아왔다. 얼굴에 희색을 띠며 이제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구르지에프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면서 자기 서랍을 열고, 자축하는 의미에서, 값진 시가 하나를 꺼내 그 사람에게 권했다. 담배를 피우느냐 안 피우느냐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흡연의 습관에 노예가 된 상태, 눈에 ‘담배밖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금연의 또 다른 이유는 내 몸이 내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인식에서이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라는「효경」(孝經)의 문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 스스로 가만히 생각해봐도 오늘의 내가 있기 위해서는 아버지 어머님이, 그 위로 4명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 위로 8명의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그 위로 16명의 고조할아버지 할머니, 몇 십대로 올라가면 수백만, 수천만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어야만 했다. 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결정체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몇 십대로 내려가면 수 없이 많은 후손들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영원을 이어주는 고리. 어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결국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이처럼 나에게 주어진 천부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일이요, 나에게 주어진 역사적 중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일이 되는 셈 아닌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약을 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처음부터 병을 얻지 않으려고 해야 하리라. 병 주고 약 주는 일을 단호히 거절할 일이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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