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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 고운 사람 - 애증의 함수 -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1-01 00:00

“미운 사람 고운 데 없고, 고운 사람 미운 데 없다”는 속담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중국 위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임금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하루는 임금과 함께 궁전 뜰을 거닐다가 땅에 복숭아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주워서 한 입 먹어보니 너무나도 맛이 있었다. 먹던 복숭아지만 임금께 바쳤다. 임금은 이 신하가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남은 것을 자기에게 바치는 것이라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먹었다. 어느 날 밤 미자하는 그의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급해서 임금의 허락을 받을 겨를도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의 병상을 향해 달렸다. 국법에 의하면 임금의 수레를 함부로 타는 것은 사형감에 해당되지만, 임금은 그 신하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함을 가상히 여기고 오히려 칭찬했다.
해가 바뀌고 임금님의 마음도 바뀌어, 이제 미자하를 미워하게 되었다. 충신 미자하는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바칠 정도로 무엄한 신하, 임금의 수레를 허락도 없이 훔쳐 탄 무법의 신하라는 죄명을 쓰고 결국 사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우리 범속한 인간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람을 한 번 이쁘게 보면 그의 생긴 것,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 웃는 것, 걷는 것, 모두가 이쁘게 보이고, 한번 밉게 보면 이 모든 것이 밉상스럽게만 보이기 마련이다.
순이가 이쁘게 보일 때는 ‘이쁜 순이가 이쁜 사과를 아삭아삭’ 먹는데, 일단 밉게 보면 ‘미운 순이가 미운 사과를 으석으석’ 먹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김 씨를 놓고 그를 이쁘게 본 사람은 그가 자상스럽고, 검약하고, 용감하고, 신념이 있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끈기가 있고, 쾌활하고, 달변이고, 유머러스하고, 적응력이 있고, 침착한 사람으로 보는데, 그를 밉게 본 사람은 똑 같은 특성을 두고 좀스럽고, 쩨쩨하고, 만용을 부리고, 고집불통이고, 융통머리가 없고, 우직하고, 미련하고, 가볍고, 입이 싸고, 싱겁고, 무원칙하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본다. 동일한 행동, 동일한 태도가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과단성 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고, 경솔한 짓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이 미우면 가사도 미워지지만’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주춧돌도 이쁘게’ 보인다. 가사나 주춧돌의 잘잘못이 아니라 더 큰 일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 자세, 주관적 입장이 문제다. 이런 기본적 태도 여하에 따라 장점이 단점일 수 있고 단점이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남을 볼 때 우리가 갖게 되는 선입견을 절대화해서 그들을 판단할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을 함부로 ‘죽일 놈, 살릴 놈’으로 딱 갈라놓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어느 사람 자체가 죽일 놈이냐 살릴 놈이냐 하는 것을 따지기 전에 내가 그를 고운 이로 보기로 했느냐 미운 놈 취급하기로 했느냐를 냉철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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